■ 미·이란 종전 MOU 전문
240억불 이란 동결자산 해제
비핵화보다 3천억 기금 우선
트럼프“경제 재앙 막은 선택”
공화당 내부도“최악의 실수”

오른쪽은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명한 MOU를 들고 있는 모습. <백악관·X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정한 레드라인을 스스로 어겼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은 전쟁 목표 중 하나로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들었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권을 아예 포기해야 하며 동결 자산 해제도 불가하다는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란이 갖지 못하는 것은 좀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우라늄 농축도 “전기 공급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동결 자산도 그들의 돈이므로 어느 시점에는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MOU)도 마찬가지다. 총 14개 항의 MOU를 뜯어보면 이란 비핵화와 관련된 항목은 사실상 제8항의 1개 항목뿐이고 넓혀 봐도 9항의 60일간 논의한다는 후순위 의제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란이 얻게 될 보상은 4개 항에 담겼다. 특히 비핵화 조항(제8항)이 3000억 달러의 기금(제6항)과 제재 종료(제7항)보다도 순번에서 뒤로 밀렸다. 통상적으로 조약에서 순번은 우선순위를 뜻하는 동시에 뒤로 갈수록 중장기 과제로 분류된다. 이란을 움직일 수 있는 경제적 지렛대를 미국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4항에서 “미국은 MOU 서명 즉시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등의 해제를 시작한다”고 적시했고 제10항에서는 “서명 직후부터 제재가 종료될 때까지 이란산 원유 및 석유, 파생 제품의 수출과 은행 거래, 보험, 운송 등을 포함한 관련 서비스에 대해 재무부가 면제 조치를 발급하기로 약속한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원유 수출입이 재개되면 당면한 이란의 경제 위기는 해소될 것”이라며 “미국은 핵 협상에서 핵심적인 협상력을 잃게 되므로 이란은 협상을 60일에서 수개월 또는 수년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원유 수출 제한이 단계적으로 해제될 경우 이란 경제가 ‘오일머니 시대’를 맞게 될 수 있다”며 연간 600억 달러가 넘는 석유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핵 협상을 완료하지 않아도 동결 자산을 쓸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제11항은 “미국은 이 MOU가 이행되는 시점에서 이란의 동결 또는 제한된 자산의 완전한 사용이 가능해지는 것을 약속한다”고 적시했다. 또 “(동결 해제) 자금은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한 최종 수혜자에게 전액 지급될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와 관련, NYT는 “자유로운 통행 시대는 끝났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호르무즈해협에서 통행료를 부과한다면 전 세계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대만해협 등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연안국이 똑같이 통제권을 행사하며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핵과 관련된 내용은 “최소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현장에서 희석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고만 언급해 미국의 참관 및 해외 반출 등 그동안 미국이 요구해온 것도 쏙 빠졌다. 역내 이란의 대리 세력에 대한 지원 금지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빌 캐시디 공화당 연방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외교 정책적 실수”라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무덤에서 몸을 뒤척일 것이다. 이란 핵 야망은 억제되지 않았고 호르무즈해협을 위협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앞으로도 이를 악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심을 잡기 위해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란이 승리했다”는 논평이 줄을 잇지만 결국 미국인 대다수가 바라는 것은 유가 및 생활비 절감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위해 MOU에 서명했다는 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