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대상 총 384명 선정
전국 연방검찰 사건 배당
추방·이민단속 강화 차원
“시민권자들도 불안·긴장”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 박탈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민자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시민권 선서식 모습. [로이터]](/image/fit/292676.webp)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내 이민자들의 귀화 시민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탈귀화(denaturalization)’ 조치를 대폭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민 사회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23일 뉴욕타임스(NYT)가 연방 법무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시민권 취소를 추진할 대상자로 외국 태생의 미 시민권자 384명을 특정하고 이들에 대한 사건을 전국 39개 연방 검찰에 배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일부 전문 부서에서 제한적으로 다뤄졌던 시민권 박탈 사건을 일반 검사들에게까지 확대하는 조치로, 향후 시민권 박탈 사례가 급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귀화 시민권 박탈은 연방법에 따라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사기나 허위 진술이 있었던 경우에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허위 결혼이나 과거 범죄 이력 은폐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정부는 법원에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이민 단속 강화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연방 국토안보부(DHS)는 이미 매달 200건 이상의 귀화 시민권 박탈 사건을 법무부에 넘기도록 지시받은 바 있으며, 법무부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의 시민권 취소 사건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시민권 사기는 중대한 범죄이며, 불법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대 로스쿨의 아만다 프로스트 교수는 “이 조치는 귀화 시민들이 출생 시민과 동일한 권리와 안정성을 갖지 못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과거에도 정부가 정치적 반대 세력을 겨냥해 탈귀화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탈귀화는 최근 수십 년간 드물게 사용된 제도였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1건에 불과했으며, 주로 해외 전쟁범죄자 등 중대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그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법무부의 기존 업무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 사기, 시민권 보호, 자산 몰수 등 기존 주요 사건을 담당하던 인력이 탈귀화 사건으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시민권을 취득한 이민자들에게 위축 효과를 줄 가능성도 크다. 2024년 한 해에만 81만8,000명 이상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탈귀화 추진은 이민 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실제 사기 사례는 이미 엄격히 단속되고 있다”며 “대규모 탈귀화 정책은 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시민권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향후 연방 법원 판결과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이며, 미국 시민권의 의미와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한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