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100조 비만치료제 공략
주사제보다 투약 편의성 높아
비만치료제가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먹는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비만치료제는 모두 주사제로 투약 편의성이 떨어지는 만큼 경구용 개발에 성공할 경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물론이고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며 기술 수출 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최근 경구용 비만치료제 ‘CT-996’의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다. 주사를 맞을 필요 없이 하루 1회 복용하면 되는데 플라시보 대조 그룹과 비교했을 때 4주 이내 체중이 평균 6.1% 감소했고 관련 부작용도 다른 체중 감량 약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이자는 GLP-1 계열 경구용 비만치료제 ‘다누글리프론’의 개발 재개했다. 하루 2회 복용하는 방식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로 높은 부작용 확률과 투약 중단 비중으로 개발 중단을 선언했던 품목이다. 화이자는 기존에 임상 2b상까지 완료한 만큼 하반기 중 용량 최적화 연구를 진행해 하루 1회 복용 방식으로 임상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가 양분하고 있다.
모두 GLP-1 호르몬을 대상으로 한 비만치료제로 식욕을 억제하고 적은 식사로도 포만감을 느끼게 만들어 체중을 감량하는 방식이다. 다만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등은 모두 주사제로 투약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제약·바이오업계는 GLP-1 계열의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개발될 경우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위고비를 경구형 방식으로 변경하는 연구인 ‘오아시스 4’를 진행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초기 임상을 통해 위고비의 경구용 제형이 주사 요법과 동등한 효능을 갖는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현재 4조 원대로 집계되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1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사제 만큼 효과가 있는 먹는 방식의 비만치료제가 개발되면 시장의 큰 파이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먹는 GLP-1 비만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연구가 가장 앞섰다고 평가를 받는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ID110521156’에 대한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도 비만 전주기 관리 프로젝트 일환으로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 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이밖에 디앤디파마텍이 하루 1회 복용하는 경구형 비만치료제 ‘DD02S’와 ‘DD03’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4월 미국 멧세라에 두가지 후보 물질을 포함한 비만 파이프라인 4개를 기술 수출했는데 현재 DD02S에 대한 미국 1상 임상시험계획서(IND) 신청을 준비 중이다.
프로젠은 최근 단백질 의약품 경구 투여 기술을 보유한 나스닥 상장사 라니 테라퓨틱스와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삼천당제약과 디엑스앤브이엑스 또한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힌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연구개발(R&D) 속도전이 계속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를 향한 기술 이전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개발사 역시 기술 수출을 포함한 오픈이노베이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경제=한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