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전문가 에세이] 살이 찌네, 자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2-15 12:27:23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몸무게 평생 최고점을 찍었다. 체중계가 고장 났나? 혹시나 하고 딴 식구에게 물어보니 아니란다. 그나마 체중이 가장 낮게 나올 아침 시간, 체중계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한발씩 올려놨는데도 쯧쯧 바늘은 정확하다. 헤어진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남자는 어김없이 후줄근해졌고 여자는 하나같이 뚱뚱해져있다’고 쓴 어느 소설 속 대사가 아니다. 내 얘기다.

체중이 불어서 자존감이 내려갔냐고? 오우 노우! 그건 아니다. 나이와 더불어 웬만한 일들은 저절로 넘어가지는 넉넉함과 향상된 자기만족도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수용하는 덕분이다. 우리 집 현관문은 사이즈가 커서 무거운 편이라 평소에도 좀 많이 열어야 드나들 수 있는데, 체중이 늘고 나니 같은 만큼만 열면 부딪히는 수가 있다. 그래서 몸동작이 느려지고 커졌다. 나이 든 사람답게 변화하는 내가 좋다. 늘어난 허리사이즈에 맞춰 바지를 새로 사는 즐거움도 있다. 10년 전에 샀는데도 그대로인 레깅스나 슬림 핏 진을 줄곧 입었었다. 요즘은 와이드 레그로 바뀐 새 트렌드에 맞춰 널널해진 통바지를 입어보니 바람이 슝슝 세상 편하다. 그러니 살찐 게 어찌 나쁜 일이기만 하겠는가 말이다.  

난 예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깎아 빚은 듯 이목구비 또렷한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런 감정이 나에게 아무 보탬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론 그냥 맘 편히 생긴 대로 산다. 어린 시절부터 말라깽이 이미지로 굳어온 내게 외모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해준 사람은 아버지다. 함께 지낸 시절은 아주 짧았는데 돌아가시던 해, 병원에서 만난 아버지는 나를 볼 때마다 좋은 말을 하셨다. 우리 막내 얼굴이 환 하구나. 막내딸 얼굴을 보니 아버지는 아픈 데가 하나도 없어. 회사 동료들도 다 너를 예쁘다고 하겠지?… 나도 거울을 볼 줄 아니 얼마나 아니올시다 로 생겼는지 다 아는데도 아버지의 말에 따스한 위안을 얻었다. 말기 암, 신체적 고통으로 힘든 중에 아버지는 입원환자 병실에서 내가 입고 간 옷을 칭찬하였다. 그 옷은 너를 더 돋보이게 하는구나. 너의 취향을 아버지도 좋아해… 아버지는 더 이상 곁에 없지만 그 옷은 아직도 내 옷장에 걸린 채 그리운 추억을 부른다.

1.5세, 2세 자녀들과의 소통 문제로 상담실을 찾는 부모가 적지 않다. 때로는 부모 측에서, 때로는 자녀가 먼저 신청하는 상담이다. 독립해서 따로 사는 20대 딸이 상담실로 들어서는데 먼저 와있던 엄마가 한국어로 말했다. “얘! 넌 옷이 그거밖에 없니? 우중충 하게시리…” 딸의 자존감 패대기치기. 17살 소년의 엄마는 소파에 앉자마자 함께 데려온 아들의 등짝을 때리며 영어로 내뱉었다. “어깨 좀 펴라! 니네 엄마가 뭘 안 해줘서 넌 맨날 얼굴이 부어서 다니니?” 아들 기분 잡치기.  

자녀의 외모를 직접 언급해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말은 흔히 한국문화 배경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는 표현들이라 더욱 위험하다. “어머머, 너 여드름 났네?” 본인도 이미 알고 속상해 하는 일을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다. “살이 찐거니, 부은거니?” 이것도 금지 표현. “너 얼굴이 너무 상했다. 무슨 문제 있니?” 자식에게라도 실례 만점이다. “어디 아프니? 안색이 왜 그렇게 안 좋아?”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런 말을 들으면 그때부터 아파질지 모른다. 간 크게 이런 말을 할 땐 돈 내고 할 것.  

체중이 갑자기 늘거나 심각하게 줄어들거나 등 신체 변화에는 병리, 환경적 원인 외에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 식욕부진, 폭식의 이슈를 정신의학에서 다루는 이유도 거기 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너무 쪘나? 너무 말랐나?’를 고민할 땐 뚱뚱이든 삐쩍이든 그 왜곡된 신체 이미지의 근거가 무엇인지 먼저 체크해보기를 권한다.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어빙 티슈, 메이컨 공장 증축 계획 발표
어빙 티슈, 메이컨 공장 증축 계획 발표

조지아주, 목재 산업 중심지로 부상 관리직·기계공 등 100여 직원 채용 어빙 티슈(Irving Tissue)가 메이컨 공장의 증축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번 증축은 소프키 산업단

이승만 동상 한인회관에..이홍기 결정하면 문제돼
이승만 동상 한인회관에..이홍기 결정하면 문제돼

정통성 없는 한인회 결정에 누가 수긍할까소녀상 훼손 한인회가 동상... 설득력 없다 보험금 수령 은폐와 한인회 공금을 유용해 선거 공탁금으로 한인회장에 내 부정 당선돼 애틀랜타한인

방치 장례식장서 화장 유골함 수십개 발견
방치 장례식장서 화장 유골함 수십개 발견

마리에타 소재 장례식장소셜 미디어 신고로 수색일부 신원확인 표식 없어 화재로 방치된 장례식장에서 수십개의 화장된 유골함이 발견돼 경찰이 긴급 수사에 나섰다.마리에타 경찰은 20일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친다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친다

UGA, 여대생 살해사건 뒤 산책로에 펜스∙비상호출박스 주민 불안 여전∙∙∙추가책 요청  어거스타대 간호학과 레이큰 라일리 살해 사건을 계기로 UGA가 캠퍼스 내 산책로 안전강화에

올 추수감사절 식탁물가 조금 싸졌다
올 추수감사절 식탁물가 조금 싸졌다

칠면조 가격 하락으로10인 기준 58.08달러 올해 추수감사절에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하기 위해 드는 음식 재료비는 작년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전미 농장연맹(AFBF)에

메이컨 교사, 디지털 아동 포르노 소지로 징역형
메이컨 교사, 디지털 아동 포르노 소지로 징역형

아동 성학대 및 착취 동영상 등 압수자원봉사자, 코치 등으로도 활동해  메이컨의 한 교사가 디지털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중부지방 검찰청에 의하면 판

허위 무장위협 신고 14세 고교생 체포
허위 무장위협 신고 14세 고교생 체포

캅 앨타투나고∙∙∙한때 긴급폐쇄 조치 학교에 무장한 사람이 있다는 허위 신고를 한 14세 고교 남학생이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 허위신고로 해당 학교는 긴급 폐쇄조치가 내려지기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