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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딥페이크 시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2-15 18:23:26

시론, 민병임 뉴욕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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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명사전출판사 메리엄웹스터가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진짜의, 진품의 하는 의미의 ‘어센틱(authentic)’을 선정했다.

 

이 출판사는 단어 조회수와 검색량 증가 정도 등을 토대로 올해의 단어를 정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가운데 딥페이크(deepfake)를 활용하여 객관적 사실, 진실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탈 진실(post truth) 시대의 양상이 반영된 결과라 한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라는 뜻의 페이크(fake)의 합성어다. 이 딥페이크가 한국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1회편에서 이용된 것을 보았다. 작년 6월에 작고한 송해 선생이 ‘전국 노래자랑’ 제주도편에서 아역 여주인공 조삼달이 노래하는 장면에서 사회를 보고 있었다.

‘송해 선생 생전에 저 드라마를 찍었나? 좀 어색한데, 얼굴, 목소리가 비슷한 배우인가?’ 하다가 아하, 딥페이크구나 했다. 딥페이크 그 장면이 시청자의 눈길을 끈 것은 사실이나 표정이 자연스럽지 않고 우울해 보였다. 차라리 비슷한 용모의 대역배우를 쓸 것 그랬다 싶었다.

최근, 유니버셜 뮤직이 제작한 비틀스 멤버 네 명이 완전체로 참여한 노래 ’나우 앤 덴(Now And Then)’이 11월 2일 나오더니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1위를 54년 만에 차지했다. 생존한 폴 매카트니(81)와 링고스타(83), 작고한 30대 존 레논(1940~1980)과 50대 조지 해리슨(1943~2001)이 이 곡을 함께 노래하고 연주한다.

원래 1977년 존 레논이 맨해튼 센트럴 팍 건너 자택에서 피아노 반주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은 미완성 데모곡이었는데 당시엔 기술 부족으로 노래가 완성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인공지능의 음성복제기술이 레논의 목소리를 추출하고 1995년 녹음한 해리슨의 일렉트릭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새로 녹음한 스타의 드럼과 매카트니의 기타와 피아노 연주로 45년 만에 완성된 것이다. 잔잔하고 아련한 감성이 물씬한 이 노래는 오랜 친구, 연인에 미안함을 전하는 노래로 순간의 감동을 준다.

딥페이크로 만든 가짜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 결코 이들이 환생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틀즈 멤버 4인이 함께 부른 신곡이라고 한다.

수년 전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이용한 논픽션을 본 적이 있다. 현실 이미지에 디지털 가상 이미지를 중첩해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영상합성기술인데 주제는 한창나이에 죽은 아들과 늙은 어머니의 만남이었다. 어머니는 고글을 비롯한 특수 장비를 착용하고 영상에 나타난 아들을 만났는데 목소리가 떨리면서 가슴 절절한 대사를 하는데 너무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은 만나야만 했을까, 그 후유증은 어쩌라고? 한 번 만났으니 계속 만나고 싶지 않을까. 죽은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고 합동연주도 하고 사람들은 계속 헷갈릴 것이다.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는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은 자는 추억으로 남고 산자는 계속 살아나가야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앞으로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계속 감탄하고 놀라고 무섭기도 할 것이다. 오죽하면 올해의 단어가 ‘진짜’일까? 진실이 그만큼 희귀하다는 것이다.

딥페이크의 악용은 이미지, 사진, 음성을 조작·합성하여 가짜뉴스와 가짜 영상을 만들어낸다. 사사로운 이익과 정치적 목적으로 추측, 왜곡, 허위사실을 유포하는데 이를 식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딥페이크 본고장인 미국은 이미 선거를 앞두고 딥페이크 금지 법안이 다수 나왔다. 텍사스주는 선거일 30일 전부터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는 딥페이크 영상 제작·유포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일 90일 전부터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정치개혁특위를 통과했다.

아무리 딥페이크의 시대라 할지라도 인간만은 진짜여야 한다. 우리는 진짜 인간, 가짜 인간을 가려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사람이 진국인지, 엉터리 사기꾼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값진 일일 것이다. 

<민병임 뉴욕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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