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4년 회비 납부규정' 유지 결정
긴급 여론조사 86.6% 시행세칙 반대
제36대 애틀랜타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한인사회가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한인회장 입후보 자격을 규정한 선거 시행세칙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시행세칙에 의하면 입후보자는 4년 연속(2020년-2023년) 한인회비를 납부한 이로 입후보자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시행세칙 보다 상위법인 한인회 회칙에는 한인회장 입후보 자격 조항에 한인회비 납부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선관위에서 한인회비 납부 규정을 적용한 사례는 34대 선거 시 2년 규정, 35대 선거 시 3년 규정이 있었고, 이번에는 4회 연속 납부로 규정을 강화했다.
애틀랜타 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회비 납부 규정 변경을 논의했지만 위원들 의견이 팽팽히 갈린 가운데 투표 끝에 4대3으로 규정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승 위원장 등 4명이 규정 준수를 주장했고, C모 Y모 S모 위원이 변경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부 선관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선관위가 현 시행세칙을 유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인회장 선거는 이홍기 현 회장의 단독출마로 굳어질 전망이다. 한 때 출마설이 돌던 이미셸 한인회 수석부회장은 이 회장과의 면담 끝에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출마를 선언했던 김형률 전 평통회장은 한인회비 납부 규정으로 출마를 접어야 할 형편이 됐다.
그러나 김형률 회장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이번 선관위의 시행세칙이 이홍기 회장을 당선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 인사는 한인회장으로 재출마하는 이 회장과 이사회가 임명한 선관위를 해체하고 다시 선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실제로 제34대 김윤철 회장 당선 무효소송을 제기했던 시민의 소리가 10일 한인 단체카톡방에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202명의 참여자 중 “ 회비납부 조항 필요 없다. 정관대로 해서 누구나 한인회장에 출마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86.6%를 차지했다. 반면 “선관위 시행세칙대로 4년치 한인회비를 반드시 납부해야한다”에는 총 27명이 찬성해 13.4%를 나타냈다.
이번 여론조사는 10일 오후 8시41분부터 다음날 새벽 12시25분까지 실시됐는데, 이 투표는 많은 한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각 단톡방에 알려 무작위로 실시됐다.
한인회장을 지낸 한 원로인사는 앞으로 이번 선거의 후유증으로 한인사회 분열을 우려했다. 김형률 회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은데 이홍기 회장이 재선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한인회는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원로인사는 이홍기 회장이 한인회를 사랑해 연임의사를 밝히는 것까지는 말릴 수 없지만 한인회장에 나서는 새로운 인물인 김형률 회장이 나선 마당에 굳이 경선까지 해가며 출마하는 모양새는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과거에 은종국 회장이 연임한 적이 있지만 그 때는 한인사회가 은 회장에게 한 번 더 맡아달라는 여론이 높았던 것이 연임 이유였다고 그는 전했다.
더구나 선관위가 김 회장의 출마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모양새는 그 후유증이 오래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박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