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근 늘고 근로시간 단축
90도 넘으면 생산성 25%↓
인플레이션의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회복에 나서려는 미국 경제에 ‘열돔’ 폭염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폭염의 직격탄을 맞은 농가 및 건설 현장을 비롯해 생산 시설과 물류 창고, 심지어 식당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에서 폭염으로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미국 경제 회복에 비용 증가 부담을 주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NYT)는 1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폭염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크게 감소시키면서 인플레이션 터널을 빠져 나온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폭염은 기온에 민감한 농축 산업계와 건설 업계를 넘어서 전 산업 분야의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자원 경제학 연간 리뷰’(Annual Review of Resource Economics)에 게재된 생산성과 기온의 상관 관계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폭염은 농업에 가장 큰 생산성 타격을 주지만 생산성 하락 현상은 노동집약적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폭염으로 결근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근로 시간이 단축되는 것이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은 폭염으로 인해 미국 내 전 산업 영역에서 조업 중단에 따라 차질을 빚은 노동 시간 규모는 250억 시간이 넘는다고 밝혔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2021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폭염으로 인한 노동 단축에 따른 생산성 손실액이 미국에서만 연간 1,000억달러에 달하며 오는 2050년에는 5,000억달러로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학술논문 전문매체인 스프링거 링크에 따르면 화씨 90도의 기온에서 노동 생산성은 25% 감소하지만 100도가 넘어서면 노동 생산성은 75%까지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CLA의 연구에서도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노동 생산성은 2%씩 떨어진다는 결과도 있다.
폭염으로 인한 노동 생산성의 저하는 농산물의 생산 차질과 함께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물류 시스템도 폭염으로 정상적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에너지 운송 비용 증가를 촉발한다. 물가 상승이라는 요인이 되면서 둔화된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연방정부 차원의 폭염 노동 규제법이 부재한 현실도 노동 생산성 하락과 직결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7개 주정부만이 폭염 시 노동자의 근무 환경 규제를 정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폭염 시 충분한 휴식 시간 보장에 음료 및 그늘 제공, 여기에 냉방장치 설치 등을 규정할 경우 기업과 업주들의 비용 부담이 상승한다는 반발하고 있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법안 발의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노동자들은 폭염 속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파업에 나서면서 노동 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