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친구, 벗, 우정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21 09:14:0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얼마 전 일이다. 함께 식사를 하던 친구가 불쑥 말을 꺼낸다. “너는 절친이 누군데” 뜬금없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급습당한 기분이 되어 “무슨 소리야, 너 지” “다행이다, 괜히 쫄았잖아” 난데없는 노년의 우정 확인에 슬픔같은 싸한 울림이 스치고 지나간다. 친구가 많이 외롭구나 직감하게 된다. 마주보며 쑥스러운 안도의 눈빛이 오가면서 겸연쩍은 웃음을 나눈다. 친구라는 말은 듣기만해도 마음이 다사로워지고 유년의 마을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훈훈한 마음이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보다 친구가 더 좋았던 유년시절이 있었다. 6.25 전란 폐허 속에서도 친구들과 노느라 해그름이 되어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친구들과 헤어지곤 했었다.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6년 동안을 한결같이 같은 학급에서 지냈던 친구들과도 헤어져야 했었고 중학교에서 여고로, 여고에서 대학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헤어짐을 거듭해 왔다.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친구들도 물갈이 하듯 서서히 다른 빛깔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들 학부모들과의 모임에서, 남편 친구 따라 강남도 마다 않으며 친구 규합이 이어져 왔던 친구의 연은 아슴푸레 안개 속으로 묻혀가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민자로 서른 여덟 해를 보내는 동안 이 땅에서 맺어진 친구 연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있었던 오래전 이야기다. 영국 한 신문사에서 현상 공모를 했는데 주제는 ‘영국 끝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였다. 대부분 비행기, 기차, 도보 등 수단과 방법을 제시했지만 일등 정답으로 채택된 것은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친구 없는 삶이란 고독하고 쓸쓸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친구란 영향력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는 신문사 행사였다. 모 직장인 사이트에서 ‘친구’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진정한 친구’ 찾는 일은 힘들다고 응답한 사람이 99.6%나 되었다. 어쩐지 삭막하고 적적한 심정이 되긴 하지만 맞는 말이다. 나이 깊어갈수록 진정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나 가뭄에 콩 나듯 기적처럼 여겨진다. 한글사전에는 친구를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또는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로 뜻풀이가 되고 있다. 교우나 동료라는 뜻으로 두루 쓰이면서 죽마교우, 소꿉친구 등으로 쓰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와는 동떨어진 친구라는 관계가 무작위로 자행되고 있다. 만난 기간이나 서로를 신의하는 마음과는 관계없이 친구는 그냥 친구로 생각하는 것이 실수와 실망을 줄일 수 있는 방편에 이른 지경이다. 친구란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믿음과 의리로 맺어지는 관계인 것인데 친구로 지칭하면서 조건이나 신분을 따지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차라리 지인이라는 칭함이 적합할 것 같은데 자신이 원하는 정황 안에서 친구 관계로 연결해 유익을 챙기려는 이기적인 욕심의 속성 때문인 것 같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바람직한 삶을 살고 있다는 통념 탓에 폭넓은 관계를 위해 여러 모임에 참석하고 페이스북, SNS 등을 통해 의미 없는 문자를 주고 받느라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이렇듯 만나지는 관계는 속 빈 강정처럼 진솔하고 진정한 친구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인도 속담에 ‘친구는 나의 걱정, 나의 공포와 싸우는 호위병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네 인생 노정에는 기쁨도 행복도 찾아 들지만 힘겹고 어려운 시련으로 좌절을 동반해야하는 날들도 함께 안고 살아간다. 고난의 생을 살아가면서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정처 없는 인생길이라 할지라도 서로를 버팀목 삼으며 의지할 수 있다면 고난도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게 되는 소중한 세움이 비롯된다. 해서 친구란 넉넉할 때 어우러지며 즐겨주는데 그치는 것 보다, 외롭고 힘들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고 받으며 위로해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의 자리가 아닐까 한다. 마음의 공허를 서로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처럼, 때로는 소소한 수다 가운데서도  맑은 정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벗을 두었다면 복되고 축복받은 일이다.

어떤 사람을 친구로 골라 사귀어야 할까를 궁리하기 전에 내가 과연 사귀고 싶어지는 사람일까, 먼저 생각해야할 일이다. 오리를 함께 해주기를 청하면 십리를 동행해 줄 수 있는가. 고난과 역경까지도 함께 해줄 수 있는가 자문해볼 일이다. 어떤 말을 해도 거북해 하지 않고 언제나 정이 가는 사람으로, 어려울 때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어설픈 농담도 웃음으로 받아주며, 악의 없는 허풍도 상쾌하게 받아주는, 밤새도록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가를 되짚어 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마주 앉아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사귐이란 늘 한계가 있고 보이지 않는 규범이 있어 군중 속의 외로움을 맛보게 되곤 한다. 먼저 좋은 벗이 되어 보자. 좋은 우정은 인생을 아름답고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마치 어둠을 밝히려 타오르는 촛불처럼 가야할 길을 밝혀주는 길잡이 같은 존재다. 친구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하고 가치있는 자산이다. 

친구, 벗, 우정.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언어가 아닌가. 눈을 감으면 잊혀지지 않는 영상으로 다가와 그리움으로, 동경으로 사모로 질펀하게 노구의 세포 세포에 저미듯 스며든다. 진정한 우정이 실종되어가는 시대라서 잔잔한 사무침으로 밀려든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한국장인 총출동, '고국사랑 특별판매전' 연다
한국장인 총출동, '고국사랑 특별판매전' 연다

5월 8-17일 울타리몰 조지아서 장인 제품 직거래.. 선물로 최고의류, 침구, 수제화, 쥬얼리 등 어버이날을 앞두고 한국 장인들의 프리미엄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고국

애틀랜타 식당 ‘무료 주차’가 사라진다
애틀랜타 식당 ‘무료 주차’가 사라진다

교외지역까지 유료화 확산“1인분 식사비” 외식비용↑ 애틀랜타 지역 식당의 무료 주차 공간이 빠르게 유료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급등한 개스비에 주차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외식 비용 부

〈한인타운 동정〉 '울타리몰 고국사랑 특별판매전'
〈한인타운 동정〉 '울타리몰 고국사랑 특별판매전'

울타리몰 고국사랑 특별판매전애틀랜타 울타리몰은 5월 8일-17일 마더스 데이 스페셜로 '고국사랑 특별판매전'을 실시한다. 한국 장인들이 직접 만든 K패션의류, 수제화, 쥬얼리, 침

애틀랜타 장애인 선수 두각 나타내
애틀랜타 장애인 선수 두각 나타내

윤혜원, 천조셉, 글렌 조 종목 입상6월 달라스 전미체전 후원 캠페인 오는 6월 텍사스 달라스에서 개최되는 ‘2026 전미 장애인체전’을 앞두고 애틀랜타 장애인체육회(회장 박승범)

주 전역 단비…산불 ‘주춤’ 가뭄엔 ‘역부족’
주 전역 단비…산불 ‘주춤’ 가뭄엔 ‘역부족’

이번 주 1~3인치 비 예보주말 확산 산불 다소 진정EPD,가뭄 대응 1단계 발령 28일 애틀랜타를 포함 조지아 북중부 지역에 간헐적인 비가 내리면서 이번 주 여러 차례 소나기가

[수필] 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봄날
[수필] 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봄날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계획했던 은퇴를 실행에 옮겼다. 얼마 전 여든 중반의 선배와 전화를 하던 중에 그 소식을 전하자, 아직은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Home과 House, 같은 ‘집’이지만 다른 의미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Home과 House, 같은 ‘집’이지만 다른 의미

최선호 보험전문인 우리 속담에 “백마 엉덩이나 흰말 궁둥이나”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보면 같은 말인데 표현만 다를 뿐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해 보이

뉴애틀랜타 필하노닉, 모차르트 270주년 기념 연주회
뉴애틀랜타 필하노닉, 모차르트 270주년 기념 연주회

5월 17일 둘루스 제일침례교회 뉴애틀랜타 필하모닉(음악감독 유진 리)은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기념해 5월 17일 오후 6시 둘루스 퍼스트 침례교회에서 그의 대표작들로 구성된

귀넷 신임 교육감 “다중언어교육 중요”
귀넷 신임 교육감 “다중언어교육 중요”

타운홀 미팅서 개선과제 언급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에스트렐라 귀넷 신임 교육감 예정자가 다중 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에스트렐라 교육감 예정자는 27일

조기투표 열기 ‘후끈’…첫날부터 ‘역대 최다’
조기투표 열기 ‘후끈’…첫날부터 ‘역대 최다’

27일 3만5,352명 참가2022년 대비 29% 증가  조지아 예비선거 조기투표 첫날 투표자수가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주 국무부 사무국에 따르면 조기투표 첫날인 27일 하루 동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