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동서양 꽃꽂이의 차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12 17:07:32

삶과 생각, 이재순 인디애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이재순(인디애나)

결혼 초기에 일어난 일이다. 미국인 손님을 식사에 초대하였다. 그들은 온갖 꽃이 섞여있는 예쁜 꽃바구니를 들고 왔다. 다음날 나는 밖에 나가 나뭇가지를 베어 동양식의 꽃꽂이를 수반에 꽂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출근 후에 돌아온 남편은 아연실색이다. “어제 그 예쁜 꽃바구니를 누가 망가트렸냐”고 다그쳤다. “망가트리다니?” 내 눈에는 그것은 꽃들의 나열이지 정리된 꽃꽂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남편은 꽃꽂이에 나뭇가지가 있고 꽃들이 길고 짧게 꽂혀있어서 매우 보기에 어색하다고 했다. 내 눈에는 그 꽃바구니는 무질서한 꽃들의 모음이지 정리된 아름다움은 결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때 두 문화권의 차이가 함께 공존해야하는 결혼생활에 큰 과제가 될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꽃꽂이를 생업으로 30년간 꽃집을 운영하면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선 겉보기에 동양 꽃꽂이는 간단하고 소박하게 보인다. 서양 꽃병은 온갖 꽃들이 병에 수북이 풍요롭게 꽂혀있다. 그 이유는 동양 꽃꽂이는 여백과 선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꽃 색깔에는 중점을 두지 않는다. 스타일이 중요하다.

간단한 것 같지만 꽂는 방법은 복잡하고 각도를 따지는 매우 까다로운 예술이다. 하늘, 땅, 인간을 상징하는 나무 가지와 꽃은 서로의 설자리와 길이에 맞게 조화롭게 배치되었을 때 그 아름다움이 더해진다고 믿는다. 

가장 중심인 하늘을 상징하는 가지는 길고 굵다. 땅을 상징하는 가지는 짧다. 그 사이에 사는 인간 역시 하늘가지보다는 짧고 땅보다는 긴 길이의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 여기엔 모두의 길이가 다른 상호 위계질서가 만들어내는 수직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서 처음 꽃꽂이를 배울 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꽃 길이가 같으면 서로 싸운다, 라고 강조한다.

융통성 없는 규칙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꽂아낸 완성된 꽃꽂이는 매우 간단명료하며 잘 정리된 모양을 가진다. 여기에 모순되는 점은 인위적으로 다듬은 그 모양이 매우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담장 밑에 피어난 꽃을 고스란히 방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자연과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조되는 서양 꽃꽂이는 꽃의 색깔과 균형을 중요시한다. 마치 꽃밭에서 여러가지 꽃을 한아름 베어 그대로 병에 꽂아놓은 것 같은 풍성함을 보여준다. 꽃 꽂는 스타일보다는 화사한 색깔의 배합과 균형이 중요하다. 풍성함 느낌이지만 꺾어온 꽃의 배합이라는 느낌이 든다. 꽃 종류, 색깔, 크기 등을 배합하지만 그 길이는 비슷하다. 길고 짧은 꽃줄기의 배합으로 이루는 조화가 아니라 색깔의 조합이다.

어디서 그 차이를 찾아볼 수 있을까? 우리 문화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관계를 중시하는 삶을 살아왔다. 하늘, 땅, 인간은 서로의 주어진 영역을 지킬 때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생각은 유교사상으로 그 틀이 잡혀있다. 하늘과 땅, 인간을 상징하는 가지의 길이는 서로의 자리를 지킬 때 질서와 조화를 이룬다는 수직의 관계를 지향해왔다.

서양문화권을 살펴보자. 쉽게 떠오르는 영어에 ‘you’라는 말에는 높낮이가 없다. 나이, 성별, 직업이나 동물까지 모두 ‘you’로 통한다. 즉 너와 내가 같은 동등한 선상에 있는 수평의 관계이다. 길이가 같으면 싸움을 초래하는 갈등이라는 개념과, 길이가 같으니까 평등한 관계에 있다는 관점의 차이는 동서양을 가르는 개념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반이민에 농업 무너진다”…트럼프2기 뜻대로 될까
“반이민에 농업 무너진다”…트럼프2기 뜻대로 될까

강경 핵심 정책 벌써 잡음불법이민 추방 공약 현실화땐  도널드 트럼프(사진·로이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경한 반(反)이민정책과 연방정부 대수술을 예고했지만 고용시장 및 공무원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파트 C와 D의 상관 관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파트 C와 D의 상관 관계

최선호 보험전문인 몇 가지 술에 여러 가지 향료, 조미료, 감미료 등을 섞어 만든 것을 우리는 ‘칵테일’이라고 부른다. ‘칵테일’ (Cocktail)이라는 말을 직역하면 ‘수탉 꼬

PCA 포장업체, 애틀랜타 인근 공장 폐쇄
PCA 포장업체, 애틀랜타 인근 공장 폐쇄

피닉스 인근 새 공장 개설 예정고객 서비스 향상 위해 결정 지난 9일 PCA(Packaging Corporation of America)가 103명이 근무하고 있는 애틀랜타 인근

주지사, 학교안전 보조금 5천만 달러 추가 배정
주지사, 학교안전 보조금 5천만 달러 추가 배정

총 보조금 1억5,800만 달러로 늘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3일 올해 조지아의 학교 안전을 위해 5,000만 달러를 추가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켐프 주지사는 2

[내 마읨의 시] 등불
[내 마읨의 시] 등불

장명자(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바람이 당신을 부르고 흔들 거릴때우리 마음에 심은작은 등불을 켜요 잔잔한 호수에아픔은 아픔으로 담그면서사람은 사랑으로 안으면서한 방울 기름으로 남아

[화요 칼럼] 하얼빈과 꼬레아 우라!

땅 땅 땅!이토 히로부미는 쓰러졌고 기차역 하얼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꼬레아 우라! 꼬레아 우라!”안중근의 피맺힌 절규는 하늘을 찢었고 목숨을 건 외침은 오늘도 우리를 전

아들 혼자 걷게 한 엄마 체포 사건 2라운드
아들 혼자 걷게 한 엄마 체포 사건 2라운드

해당 여성 유명TV 토크쇼 출연체포 부당 호소∙∙∙동조여론 확대 10세 아들이 동네를 혼자 걷도록 방치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던 조지아 여성이 TV  토크쇼에 출연해 당국의 조

〈한인타운 동정〉  감자탕 전문 이바돔 그랜드 오프닝 스페셜
〈한인타운 동정〉 감자탕 전문 이바돔 그랜드 오프닝 스페셜

감자탕 전문 이바돔 그랜드 오프닝 스페셜귀한 손님께 정성스럽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감자탕 전문점 이바돔이 그랜드 오프닝 스페셜로 황제 우거지탕을 9.99불에 제공한다

켐프, 조지아 인프라 개선에 10억 달러 투자
켐프, 조지아 인프라 개선에 10억 달러 투자

조지아 매치 확대, 소송규칙 개편 조지아 주의회 입법회기가 개막한 가운데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의 급증하는 흑자를 활용해 10억 달러 이상을 대규모 도로 건설 프로젝트와 주

마치 공항처럼∙∙∙등교 때도 금속탐지기 통과해야
마치 공항처럼∙∙∙등교 때도 금속탐지기 통과해야

총격참사 애팔래치고에 금속탐지기교육청, 관내 타 학교에도 설치 추진 지난해 총격참사를 겪은 애팔래치고에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운영에 들어갔다. 최근 학교 안전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