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엘리트 학원
첫광고

[시론] 당신, 잘 살고 있는지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09 14:07:57

시론,민병임 뉴욕논설위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민병임(뉴욕한국일보 논설위원)

지난 달 28일 뉴욕 웨스트 44번가에서 약 4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샌드위치 가게 ‘스타 라이트 (STAR LITE) 델리’가 문을 닫았다. 한인 김민씨(71) 부부는 1984년 브로드웨이 극장가에 이 가게를 열고 하루 14시간, 주 7일을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39년을 보냈다. 폐업 이유는 높은 렌트와 고령, 팬데믹 여파 등이라고 한다.

영업 마지막 날, 그의 가게에서 샌드위치와 샐러드, 수프 등을 사먹고 공연장 분장실로 배달된 샌드위치를 먹었던 배우와 제작진, 단골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가게 앞에서 감사 메시지를 담은 액자를 전달하고 ‘해피 트레일스’를 부르며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 모두 미스터 M, 그를 매우 그리워할 것”이라면서….

브로드웨이 사람들은 성실하고 친절했던 김민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성금 1만7,839달러를 전했다고 한다. 배우들과 제작진은 팬데믹19로 인한 수년간의 폐업과 불경기로 생계가 어려웠겠고 팬데믹이 끝났다고는 하나 지금도 그들의 주머니는 가난할 것이다. 그런데 한인부부를 위해 푼돈을 모아 거금을 만든 사실이 놀랍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이 뉴스를 보면서 “이 분은 인생을 참 잘 사셨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명 그런 분이 있다. 김용만씨는 86년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 킴스 비디오를 창업했고 유명감독과 배우, 뉴욕대 영화과 학생들, 뉴요커들은 주말이면 이곳에서 비디오를 빌려보았다. 예술성 짙고 희귀한 비디오들이 소장된 킴스 비디오는 한때 11개 점포에 회원 수 25만 명일 정도로 뉴욕 명소였다.

인터넷 발달에 밀려 2008년 킴스 비디오는 문을 닫았고 5만5,000개의 희귀 비디오들은 이태리 시칠리아 섬 소도시 살레미로 실려 갔다. 수년 전 살레미에 정치적 상황이 생기면서 이 비디오들은 작년 3월31일 로어 맨해튼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 시네마로 돌아와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러한 김용만씨의 스토리를 담은 다큐 ‘킴스 비디오(Kim’s Video)’는 2023년 1월19일 개막한 제39회 선댄스 영화제 넥스트 부문에 초청됐다. 또 올해 전주국제영화제(4월27일~5월6일)에서 다큐 ‘킴스 비디오’가 상영되면서 김용만씨의 사인을 받고자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는 등 그의 삶은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1990년대 초 킴스 비디오에 취재를 간 적이 있는데 5층 건물 전체가 킴스 비디오로 층별로 다양한 비디오들이 일목요연 정리되어있었다. 김씨가 사무실에서 이미자의 음반을 틀어놓고 업무를 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이미자라 했다. 세계 각국의 문화, 역사, 정치를 총망라한 비디오 월드에서 한국 트로트를 듣다니, K팝의 미래를 내다본 것인가.

낯선 땅에 이민 온 1세들이 주류사회와 연계하여 잘 살아온 삶을 보면서 지금 우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됐다. 1965년 이민개정법이 발표되며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1970년도 이후 연 3만 명의 한인들이, 이민의 절정기인 1985~1987년에는 연 3만5,000명이 미국으로 왔다. 2000년대 들어 그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보다 잘 살자고, 자녀교육을 위해 이민 온 한인들은 델리가게, 청과상, 생선가게, 세탁소, 네일업 등등 자영업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다졌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은 한인들의 자영업 방향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주류 업종이던 세탁, 청과, 네일업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당신, 이민 초창기부터 7일 내내 일하면서 자리를 잡으면 금의환향 하려던 꿈은 실현하였는지, 알뜰살뜰하게 모아 빌딩을 샀고 노후에 자식들에게 재산정리를 하였다는 당신, 모두,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지.

김민씨, 김용만씨처럼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지만 고픈 배를 채워주고 정신적으로 풍요한 삶을 살도록 영향을 끼치는 삶은 어떤가, 참 잘 살았네 하는 말을 듣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당신,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켐프 주지사, 아시안 커뮤니티에 음력설 선포문
켐프 주지사, 아시안 커뮤니티에 음력설 선포문

홍수정 의원 결의문 발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5일 주청사 주지사 사무실에서 아시안커뮤니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9일로 다가온 음력설(Lunar New Year

극우 세력 놀이터로 변질된 한인회관
극우 세력 놀이터로 변질된 한인회관

한인회칙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극우인사 정치 집회 장소로 전락  동포들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건립된 애틀랜타 한인회관이 극우 인사들의 단골 집회장소로 변질되면서 한인사회의 우려가

애틀랜타, 강간범죄 증가...살인범죄는 감소
애틀랜타, 강간범죄 증가...살인범죄는 감소

대부분 다툼 커져 살인으로 이어져취업 프로젝트, 범죄율 감소에 한몫 애틀랜타내 살인범죄율이 2023년 대비 2024년 감소했다. 다린 쉬어바움 애틀랜타 경찰청장에 따르면, 강간범죄

유니온시티, 급성장 도시 전국 네번째
유니온시티, 급성장 도시 전국 네번째

고뱅킹레이트…인구 8년간 30% ↑5년간 신규일자리 1만4천여개  풀턴 카운티 유니온 시티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외도시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최근 금융전문 온라인 사

애틀랜타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사 ’착착’
애틀랜타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사 ’착착’

올 봄 개장 목표 막바지 공사 관련 인원 160여명 ATL 이주 내년 북중미 축구 월드컵을 앞두고 올해 봄 개장을 목표로 애틀랜타에 건설 중인 아서 M 불랭크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

공공주택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공공주택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주택관리기관 면책 여부 논쟁1,2심은 손해배상 소송 기각 주대법,하급심 판결 깨고 심리  조지아 대법원이 공공주택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 해당 지역정부 주택관리기관에게 과실책임 면

트랜스젠더 차별 인정∙∙∙규제는 찬성
트랜스젠더 차별 인정∙∙∙규제는 찬성

▪AJC 조지아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트랜스젠더에 이중적 태도절반 “총격사건 피해” 우려 학교안전대책 “금속탐지기” 이번주 회기를 시작한 조지아 주의회의 주요 쟁점은 단연 트랜스젠

왈렉, 주 법무장관에 명예고문 임명장 수여
왈렉, 주 법무장관에 명예고문 임명장 수여

14일, 법무부 장관실에서 수여식 진행아시안 커뮤니티 안전 강화에 앞장서 왈렉(세계아시안사법기관자문위원회, 회장 민정기)이 지난 14일 조지아주 법무부 장관실에서 크리스 카 법무장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어 장학 프로그램 접수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어 장학 프로그램 접수

헬스케어 관련 전공 대학생 지원1인당 500불 장학금 후원 예정 핏인모션 물리치료 재활병원과 프리마 성형외과 센터 등 한인 병원과 사업체에서 후원하는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

“반이민에 농업 무너진다”…트럼프2기 뜻대로 될까
“반이민에 농업 무너진다”…트럼프2기 뜻대로 될까

강경 핵심 정책 벌써 잡음불법이민 추방 공약 현실화땐  도널드 트럼프(사진·로이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경한 반(反)이민정책과 연방정부 대수술을 예고했지만 고용시장 및 공무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