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단상] 말 그릇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2-27 16:36:37

단상, 김미혜 한울 한국학교 교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미혜(한울 한국학교 교장)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깊이 찔렀다. 한참을 분주하게 보복해줄 한 마디를 찾아 헤맸다. 담아서 처리하지 못한 무수한 말들은 내 마음을 휘젓고 다닌다. 

김윤나의 책 ‘말 그릇’을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지니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말 그릇의 상태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말 그릇이 넉넉하고 깊은 사람은 담은 말이 쉽게 새어 나가지 않고 넓은 그릇에서 필요한 말을 골라낼 수 있다. 그러나 그릇이 좁고 얕은 사람은 말이 쉽게 흘러넘치고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한다.

내가 그 말을 담아내지 못했던 것은 그 사람의 말이 잘못되었던 것이 아니라 내 말 그릇이 작아서일 수 있다. 타인의 말을 탓하려고 책을 열었지만 결국 나의 언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언어의 심리적인 구조를 알고 보면 내가 왜 특정한 말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고 비로소 자기 말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듀크대학 연구진이 200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의 40%는 습관에 의한 것이다. 당신이 오늘 사람들에게 건넸던 말, 그것은 어떤 의도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습관처럼 어제의 패턴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말에는 한 사람의 이야기와 시간이 담겨있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새겨지듯 말에도 한 사람의 세월이 새겨진다. 

그 사람은 고슴도치처럼 무수히 나온 가시들을 안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찌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르치는 직업 때문일까. 그 순간 상대가 잘못 말한 것을 바르게 고쳐주고 싶은 본능이 꿈틀거린다. 상대의 문제가 발견될 때 적극적으로 고쳐주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에게 ‘교정 반사’라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본능이 강해질수록 상대방은 오히려 변화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는 사실이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고쳐 담는 쪽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잘 듣는다는 것은 ‘귀’로만 듣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동시에 상대방의 말속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도 파악해내는 것을 뜻한다. 내가 한 말 때문에 누군가는 웃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울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내뱉는 말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우리말에 ‘말’에 대한 속담이 많은 게 아닌가 싶다. 매일 하고 사는 말! 그 말의 힘을 다시 생각한다. 내 말이 누군가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 수도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뉴스]  환율 1480월 돌파 원화만 유독 약세,  2026부동산 전망, K 푸드 미국이 1위 시장, 애틀랜타 한인 사회 동정까지 (영상)
[애틀랜타 뉴스] 환율 1480월 돌파 원화만 유독 약세, 2026부동산 전망, K 푸드 미국이 1위 시장, 애틀랜타 한인 사회 동정까지 (영상)

[애슨스 역주행 참사…한인 부부와 태아까지 숨져]애슨스에서 26세 운전자의 역주행 사고로 차량 3대가 연쇄 충돌하며, 마지막 차량에 타고 있던 한인 최순훈씨가 현장에서 숨지고 임신

아프리카계 최대 명절 '콴자(Kwanzaa)' 시작
아프리카계 최대 명절 '콴자(Kwanzaa)' 시작

전통과 공동체 의식 고취 축제'키나라' 촛대에 7개 촛불 밝혀 크리스마스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12월 26일부터 새해 첫날까지, 미국 전역과 애틀랜타 사회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스머나,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 GA '탑'
스머나,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 GA '탑'

유에스 뉴스 선정...잔스크릭 2위 스머나가 조지아에서 은퇴 후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최근 조지아 전역 도시들을 대상으로 2025~26 은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10] 생선가게일기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10] 생선가게일기

윤영범 얼음 속, 줄지어 누워서로의 상처를 덮어주고 있었다넘은 파도 수만큼 돋아난비늘을 곱게 두르고어느 찬란한 바닷속에서사랑을 하고,이별을 하고방황을 했을 그 심해의수 온을기억하면

[행복한 아침]  준비하는 마음

김 정자(시인 수필가)                                새해를 앞둔 세밑이다. 옷 깃을 여미게 하는 차갑고 건조한 겨울 바람으로 하여 비움으로 곧추선 나 목

29~30일 '혼잡'...새해 전후는 '한산'
29~30일 '혼잡'...새해 전후는 '한산'

▪연말연시 조지아 교통량 전망   성탄절 이후 연말연시 기간 동안 모두 340만명 이상의 조지아 주민들이 자동차를 이용해 여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전미자동차협회(AAA)는 26

귀넷CID 순찰대, 안전 지킴이 역할 '톡톡'
귀넷CID 순찰대, 안전 지킴이 역할 '톡톡'

'앰버서더'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순찰에 조명수리·간판철거까지사업주들 "우리 눈과 귀 역할" 연말연시를 맞아 귀넷 플레이스 커뮤니티 개선지구(CID)가 지역내 수천개에 달하는 사업체

조지아 주민 식료품 지출 비율 전국 6위
조지아 주민 식료품 지출 비율 전국 6위

소비 지출 7.5%, 총액 415억 달러 치솟는 물가 속에 조지아 주민들이 식료품 구입에 미국 내에서 6번째로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베스퍼 툴(Vesper T

겨울 실종 애틀랜타, 토요일 76도 예보
겨울 실종 애틀랜타, 토요일 76도 예보

내주 화, 수요일 영하권 예보 애틀랜타의 이번 주말 기온이 70도 중반까지 치솟으며 한겨울에 초봄 같은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토요일은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

연휴 교통사고 57건 중 7건 음주운전
연휴 교통사고 57건 중 7건 음주운전

이틀새 주 전역서 6명 사망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조지아 전역에서 교통사고로 모두 6명이 사망했다.26일 오전 조지아 공공안전국(GDPS) 발표에 따르면 24일부터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