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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용서라는 안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9-02 08:09:1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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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문득 잠에서 깨어나다 보면 언뜻언뜻 떠오르는 꿈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줄거리를 찾아 내느라 한참을 잠을 못 이룰 때가 있다. 꿈을 더듬고 몇 부스러기 겨우 남은 꿈 자락을 더듬어 보지만 덧없이 남은 조각 마저 멀어져 가는 아쉬움이 여운을 남기곤 한다. 꿈길에서나 만나 뵙게 되는 어머니이기에 무언가 메시지가 잡힐 듯 한데 윤곽마저 잡히지 않는 날엔 종일 꿈 꼬리를 잡고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맏딸을 이민이란 뜬구름에 실어 보내고 오로지 국제 전화에 매달리게 했던 날들 동안 타국에 있는 딸을 그리시며 타인처럼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세월의 기습과 득세 앞에 어머니와의 관계 소원이 가슴앓이로 남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형벌보다 충격적인 아픔으로 남아 부초처럼 떠 다닌다. 꿈으로 찾아와 주시는 어머니, 마음 속에 묻어둔 자식이었던가 보다. 미세한 연민을 안고 잠에서 깨어나 어렴풋한 꿈을 되 뇌이게 되는 상실감이 이어지고 있다.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했기에, 자주 찾아 뵙지 못한 아픈 마음을 열어 보이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덧 없음이 삭막한 공허에 붙들린다. 지우려 해도 붙들어 두려 해도 갈피없는 허망한 꿈 자락을 모으느라 한동안을 뒤척이다 가까스로 잠을 청할 무렵에야 저려오는 손발이 풀려나기 시작한다.  

 

분명한 것은 용서 받아야할 딸의 자리는 언제고 좌불안석이다. 무상을 넘어 딸들에게는 용서 받아야할 어머니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안간힘이 알게 모르게 자리한 탓이리라. 어머니의 무한대 사랑 앞에 이민자의 삶의 무게를 드러낼 수 없었거니와 고단한 감정의 파고를 절제 

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효심 지극한 형제들 울타리 밖으로 나를 세워 두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만 소모되고 있었다. 살아온 길을 추스르다 보면 많은 부분이 어머니 흉내를 내며 살아온 흔적들이 역력하다. 키워 주셨던 손길과 정성들을 어느 결에 내 딸들에게 베풀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내 어머니 딸 이었음이 분명한데 마지막 떠나시는 길에 어머니 손을 잡아드리지 못한 딸이 되고 말았다. 먼 이국 땅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론 덮을 수 없는 과오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죄업으로 남겨져 있다. 

 

이방인으로 살아내야 하는 시간의 오지에서 처음 한동안은 아이들 등교길에 따스한 밥이 있는 아침 밥상을 준비하곤 했었지만 차츰 간편 식으로 아침 식탁이 마련 돼버린 변천사를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상흔이 아직 남아있다. 낯설고 혹독한 이국의 삶의 고지에서 힘들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딸 아이들의 필요에 충분한 대응을 적절하게 해주지 못한 용서를 이제 이든 저 제이든 관용을 받아야할 엄마이다. 이제와 더 무엇을 바랄까. 오직 베풀 수 있는 건 두 손 들고 딸내 가족들의 영육간의 강건 함과 영성에의 간절한 간구 만이 내 몫의 소명으로 삼으며 쉬지 않고 무릎을 꿇고 있다. 내 어머니께도, 나를 어머니로 둔 내 딸들에게도 끼친 죄업이 태산이다. 부족하고 결여된 과오 투성이다. 딸들로부터 용서 받아야 할 안쓰럽고 애달픈 엄마가 되어버렸다. 이상하리 만치 용서 베풀 일은 떠오르지않고 용서를 빌어야 할 일들만 한 가득이다. 온통 용서라는 짙은 안개가 자욱하다.  

비바람 속에서라도 내가 구해야 하는 건 용서인 것을. 용서 받아야 하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깊은 밤이면 딸꾹질로 돌변하기도 한다. 딸아이들은 분명 엄마가 편하기를 바랄 터인데. 안개가 짙으면 보이지 않고 안개가 햇살에 밀려나면 빛살의 눈부심에 시야가 가려지는 듯 용서 받음이 어려운 손절 수준이 되고 말 것이라서 면구스런 엄마는 핑계거리 쥐구멍 찾느라 겸연쩍고 남사스럽다. 네 딸의 엄마 자리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편애는 결단코 피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편애를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절실했기에, 아이들의 개성 마다 적절 했어야 할 사랑이 혹여 결핍되지는 않았던가. 죄스러움과 의무감의 갈등이 무거운 짐이 되어버렸고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의 미흡이 노을 앞에 선 지금에도 마음에 감겨 든다. 언젠가 먼저 떠날 것이란 생각이 앞서다 보면 남겨질 자손들에게 기대에 못 미쳤던 노여운 불만이 남겨질까. 아쉬움과 서운하고 애틋한 유정들을 남기게 될까. 마음을 졸이고 초심 고려 마음을 태운다.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의 섭리이기에.

 

지금도 내 어머니가 그립고 그리운 데, 지금이라도 내 어머니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한 없이 한 없이 마음을 나누고 고여있는 매듭까지도 풀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은 날 동안 훈훈한 마음을 주고 받은 아름답게 남겨질 기억들을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남기고 싶어 손주들을 더 자주 만나 예쁜 추억들을 남기고 떠나고 싶다. 내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아쉽게도 남루 하기에. 부모의 자식임을 감사할 수 있는 여운을 남겨 두고 싶어 마음에 품고 있던 사랑의 말들을 마음껏 남김없이 다 퍼내 주리라. 고운 낭만이 담긴 회상의 시첩을 안겨 주리라. 사랑하고 감사했던 가족들이었다고, 용서라는 안개가 말갛게 걷힐 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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