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조윤성의 하프타임] 노년의 사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5-05 10:10:28

논설위원,조윤성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로마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정계를 떠나 은둔 생활을 하던 62세 무렵에 쓴 책 ‘노년에 관하여’에서 나이 든 삶이 선사해주는 즐거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책은 카토라는 노인이 젊은이들에게 노년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키케로는 무엇보다도 젊은 시절을 짓눌렀던 경쟁과 의무감이란 굴레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노년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꼽았다. 그는 “욕망과 갈등, 야망과의 전쟁이 끝나고 자기 자신의 자아와 함께 하는 노년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카토의 입을 빌어 “큰일은 육체의 힘이나 기민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사려와 판단력으로 하는 것”이라 말하면서 노년의 삶을 결코 무의미하거나 비생산적인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한국나이로 올 74세인 배우 윤여정이 지난 4월25일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았다. 반세기 넘게 한눈팔지 않고 성실히 걸어온 연기 인생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아카데미 수상으로 이어지면서 윤여정은 노년에 인생의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윤여정의 솔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수상 소감은 갖가지 화제를 낳았다. 그러면서 평소 그녀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밝혀왔던 소신과 발언들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그녀가 60살이 넘으면서 했다는 남다른 작정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윤여정은 “전에는 생계형 배우여서 작품을 고를 수 없었는데, 이젠 좋아하는 사람들 영화에는 돈을 안 줘도 출연한다”며 “마음대로 작품을 고르는 게 나이가 들면서 내가 누릴 수 있게 된 사치”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과거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작품에 노 개런티로 출연하기도 했다.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미나리’ 출연도 이런 소신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미나리’는 출연배우들의 처우와 촬영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독립영화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감독의 진심을 보고 흔쾌히 출연하기로 했다. 원로배우로서의 자신의 위상이나 금전적 이득이 아닌, 사람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마음껏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노년의 사치를 부리고 싶다던 윤여정의 소망은 아카데미 트로피라는 커다란 선물로 돌아왔다. “큰일은 깊은 사려와 판단력으로 하는 것”이라는 키케로의 조언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윤여정은 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도 ‘꼰대’ 티를 내지 않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십 년이나 나이차가 나는 ‘친구들’과 거침없이 교유하기도 한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왕성히 활동을 해 정점에 설 수 있게 된 데는 세대를 초월해 우정을 쌓아가는 그녀의 열린 마음이 큰 역할을 했다고 추측해 본다. “인생 후반기의 우정은 건강을 증진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키며 기억을 보존하고 노화를 지연시킨다”고 많은 연구들이 증언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로이드가 말했듯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은 그것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한 언론계 선배는 시간의 한계를 뚜렷이 인식하게 되면서 삶을 단순화 시켰으며 관계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이전보다 한층 더 삶이 만족스러워졌다고 들려준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한국말에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는 400개가 넘는다. 수많은 단어들 가운데 가장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람들이 흔히들 꼽는 표현은 ‘홀가분하다’이다. 홀가분하다는 것은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라는 말이다. 그런 해방감과 자유는 짜릿한 행복감이나 일시적 쾌락과는 결이 다른 정서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홀가분함을 맛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노년이다. 그러니 의무감이나 체면 때문에 혹은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거나 맺고 싶지 않은 관계를 지속해 나갈 필요나 이유는 없다. 젊은 시절을 짓눌렀던 생계의 속박과 가족을 위한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는 노년에 좋은 사람, 그리고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겠다는 것을 윤여정의 표현대로 ‘사치’라 한다면 그것은 아주 현명하고 바람직한 사치다.

<조윤성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조지아주 대표 음식은 바로 이것
조지아주 대표 음식은 바로 이것

복숭아 대신 삶은 땅콩 복숭아는 비켜라. 피칸 파이도, 바비큐도 조지아의 상징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최근 발표된 새로운 전국 음식 순위에서 조지아주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21년 억울한 옥살이 끝에 자유의 몸
21년 억울한 옥살이 끝에 자유의 몸

조지아주 남성, DNA 검사로 무죄 입증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에서 21년 가까이 억울한 옥살이를 해온 한 남성이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그는 수감 기간 내내 자신의 결백

황병구 회장, "미주한상, 세계한상대회 성공시키겠다"
황병구 회장, "미주한상, 세계한상대회 성공시키겠다"

8월 미주한상대회, 9월 세계한상대회 준비바이어 유치 총력전, 베이스캠프 9월 개관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회장 겸 세계한상대회 운영위원장이 애틀랜타를 찾아 올해 8월에 열리는

줄기세포 치료 '네이처셀' 애틀랜타 설명회 개최
줄기세포 치료 '네이처셀' 애틀랜타 설명회 개최

관절염, 알츠하이머, 당뇨, 자폐증 치료 효과9월부터 화장품 사업 출범, 대규모 연구시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네이처셀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재생의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

[행복한 아침]  세월 속의 아버지 길

김 정자(시인 수필가)   아버지날을 맞게되면 단단하게 뿌리 내린 아름드리 나무같은 심상으로 떠오른다. 내 아버지께서 떠나신지 반세기를 훌쩍 넘어섰지만 지금껏 내 생애 속에 깃들어

애틀랜타 한인사회 월드컵 응원으로 하나돼
애틀랜타 한인사회 월드컵 응원으로 하나돼

한국, 수비 실수로 멕시코에 분패한인회 공동응원 일정 추후 발표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뱔리그 2차전 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멕시코에게 0-1로 석패해 승점 추가에

86억달러 대형합병은행 애틀랜타에 둥지
86억달러 대형합병은행 애틀랜타에 둥지

시노버스∙피너클 합병 은행미드타운에 본사 임차계약   기존 시노버스 은행과  피너클 은행과의  86억달러에 달하는 합병으로 태어난 피너클 파이낸셜 파트너사(이하 피너클)가 애틀랜타

5년 새 조지아 집값 45% 상승…전국 16위
5년 새 조지아 집값 45% 상승…전국 16위

메인 1위…S.캐롤라이나 4위  최근 5년간 미 전역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특히 북동부 지역에서의 상승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조지아의 주택가격 상승폭

〈한인마트정보〉 더블 포인트∙축구공 아이스크림∙ 홈파티전… 이벤트 '풍성'
〈한인마트정보〉 더블 포인트∙축구공 아이스크림∙ 홈파티전… 이벤트 '풍성'

아씨마켓70달러  이상 구매 시 서천 재래김 (도시락,선물박스)  8.99,  아씨 멸치맛 쌀국수/사골맛 쌀국수/육개장맛 쌀국수김치맛 쌀국수10.99, 오뚜기 진라면 용기 L (순

켈리 최 부동산팀… 독보적 경쟁력 입증
켈리 최 부동산팀… 독보적 경쟁력 입증

미 ‘리얼트렌즈 베리파이드’ 전국 75위 선정 쾌거 켈러 윌리엄스 애틀랜타 파트너-슈가로프 소속 ‘켈리 최 부동산팀(Kelly Choi & Associates)’이 부동산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