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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미나리 다듬듯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4-30 15:15:21

김정자,수필,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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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현지시간 오후 5시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제 93회 미국 영화 예술과학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최종 후보에 영화 ‘미나리’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할머니 역할을 맡은 윤여정씨가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영예를 얻게 되었다. 여우조연상 후보 투표에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와중에 ‘올스타 톱24’ 회원 전원으로 부터 몰표를 받으면서 여우조연상의 쾌거를 거둔 것이다. 이미 영화 ‘미나리’는 미국 캐스팅협회 아티오스상 시상식에서 배우 캐스팅, 독창성, 창의성 등을 인정받아 영화부문 최고상을 받은 바 있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아칸소를 배경으로 이민자 부부가 낯선 미국 땅에 정착하며 뿌리 내리는 과정을 담은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인종 용광로같은 미국에서 한국 이민자들이 일구어온 이민역사의 한페이지로 남겨질 작품이다. 이민 1세대는 서부 영화 개척자 같은 삶을 일구어왔다. 언어장벽과 낯선 문화와 인종차별을 묵묵히 삼키며 오로지 자녀들의 꿈을 위해 척박한 이국 대지에 원대한 꿈을 심어왔다. 질긴 근성으로 역경의 언덕을 평지삼으며 극복해낸 팽팽한 이민 현장을 지켜온 터라서 줄거리가 이민 1세들에겐 평범한 소재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인들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접근으로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을 승화시켜 아련한 향수에 젖게하는 감성에 터치하면서 마음의 울림을 끌어낸 면에서 미국 관객들에게 어필될 수 있는 요소를 가산했다. 서부극을 통해 향수를 풀어내는 미국인들에게 ‘미나리’는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즐거움의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보편성이 따라주었다.

미나리는 흙탕에서도, 음지에서도, 가뭄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고 싱싱하게 자란다. 우리네 한국 이민자들은 인종차별도, 혐오 범죄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한국적인 문화를 유지하며 뿌리를 내리고 강인하게 성장해 갈 것이다. 우리의 2세들은 지금도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어느 음식과도 잘어울리며 독특한 향을 지닌 미나리처럼,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으로 어디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지금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영화 ‘미나리’는 미나리 같은 한국인의 조용한 생명력의 강인함과 도전 정신을 희망적으로 정직하게 보여주었다.

미나리에서 엉뚱하고 인자한 할머니 역할로 열연한 윤여정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조연여우상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았다. 미국의 비평가 협회에서, 미국 배우조합에서 여우조연상의 영예까지 얻어내며 이외에도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인생을 사랑할 줄 아는 배우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뜨겁게 살아왔다. 마음이 열려있는, 자제력 높은 삶을 살아온 그 결과물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조연 여우상 수상으로 얻게된 다양한 찬사와 뜻깊은 의미가 부여되는 일들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초로의 여배우가 심어준 나이듦의 아름다움은 젊은층에게 도전의 장을 열어가도록 던져진 값진 메세지요 나이듦의 아름다움을 기대감으로 삼을 수 있는 귀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쾌활한 웃음, 자연스러운 기품으로 수상 소감을 전하는 윤여정씨의 스피치에서 나이듦에 대한 자신감과 거리낌 없는 떳떳함, 반듯하고 어엿한 삶을 지배해온 당당함이 묻어있었다. 흐뭇한 순간들이었다. 일찌기 존경받는 배우이자 어른으로서의 품격을 지녔다는 격찬을 받아오면서 흐트러짐 없는 걸음으로 단정히 걸어온 보답을 받은 것이다. 주변의 삶에도 세심했던 연륜의 조각들이 모여 완성의 경지 연출로 세계인을 놀라게 했고 수준 높은 즐거움을 나누어 주었다. ‘윤여정 어록’을 남길만큼 유머와 센스에 겸손까지 겸비한 수상 소감은 보석같은 말들을 남겼다. 참가자들 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과 팬들은 배우 윤여정을 높이 평가하는 찬사를 보냈다. 수상소감 또한 단연 우승감이었다고 이구동성이다. 74세 생애동안 55년의 연기경력이 탄탄한 내공이 되어 최상의 갈채를 받아내며 귀한 보답을 받는 순간들이었다. 두 아들의 엄마로서, 배우로서 묵묵히 걸어온 노력과 땀의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미나리 같은 삶을 살아온 배우 윤여정이 열연했던 영화 ‘미나리’는 나이든 여배우 삶에서 우러난 출췌한 향내가 묻어난 걸작품이다. 멋지고 자랑스럽다. 존경의 마음을 담아 최상의 축하를 보내드린다. 인간주의에 바탕을 둔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미나리’는 이민자에 대한 기념비적 헌사다.

사시사철 밥상에 오르는 미나리 다듬듯 미국적이면서 한국적인 정서의 균형을 풀어내면서 미국스러운 결론을 담아내는 동시에 가장 한국적인 이민자의 삶을 다듬어갈 수 있도록 꿈을 두드림하는 여정들에 담대함을 실어주었다.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준 한국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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