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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봄앓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4-16 13: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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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해와는 달리 팬데믹을 주시하며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봄날을 맞고 싶었지만 꽃가루 극성이 아니면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터라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상념에 잠기기 일쑤였다. 가족이 두루 건강하고 평안을 누리는 것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으랴 싶어 범사가 감사해서 나른한 평온이 찾아들곤 했었다. 꽃가루가 호들갑이면 창 밖의 봄을 만나 볼 참이었고, 빗발이 성길라 치면 마을 공원에나마 다녀와야지 싶어 우산을 펴고서라도 한 바퀴 돌아보곤 했었으니까. 연록이 짓푸른 초록으로 물드는 극소한 변화 과정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초연을 과장하듯 공원 산책이 어느 덧 중대한 나들이 행사로 자리잡았다. 지난 한해 동안, 꼬박 일년이란 시간이 사람을 이토록 잘 훈련해놓았는가 싶을 만큼 재택 격리 방역 지침을 앞으로도 얼마든지 견뎌낼 것 같은 미욱한 굳은살이 탄탄하게 장착된 듯 하다.

꽃가루 난무에다 을씨년스런 빗줄기로 쌀쌀한 날씨가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 따스한 햇살이 눈부시게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창 밖 나무들에 예쁜 새잎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색을 고르라면  여린 싹이 갓 내민 연록이 아닐까. 반짝거리는 연록이 여기저기로 눈에 띄면서 어찌 이리도 예쁜 색이 있을까 하고 한참씩 서성거리게 된다. 어떤 물감을 섞어도 나오지않을 색조가 온통 창 밖을 가득하니 채워가기 시작했다. 덩달아 연록의 예쁨에 동참하고 싶어 부지런히 산책길을 독려하듯 봄길로 끼어들기를 하고 있다. 하늘도 봄기운을 머금고 푸르름으로 익어가자며 푸르매 가족들을 다독이고 있는 운치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봄이 익어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마음을 다잡고 봄을 응원하고 아울러 나를 응원하고 내 소리에 귀기울이며, 내 중심이 무엇이었는지 획인하는 산책길 사색이 마음챙김까지 도와주겠단다. 나른해지려는 봄날의 반복이지만 하냥 이대로 머물러 주었으면 싶다.

유럽 어디메같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오목조목 예쁜 정원을 가꾸고 있는 딸네는 줄곳 꽃말을 곧이 곧대로 알아듣기도 하고 꽃과의 밀어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만 보아도 손짓을 하며 눈길을 사로잡으며 시도 때도 없이 손길이 닿이기만 하면 아름다운 꽃의 몸짓을 보여준다고. 주저리 주저리 엮어지는 꽃의 언어는 세상 모든 형용사가 동원되어도 모자랄 지경으로 감탄사를 유도해내는 꽃들의 눈짓 또한 절묘하기 이를데 없다고. 꽃 무더기에 둘러싸여 꽃이 피는 이유도 꽃을 대하는 마음도 서정으로 절로 풀려나고 있나보다. 상큼한 봄 소식이다. 팬데믹으로 칩거하는 노년의 엄마를 위해 연록이 선명한 창밖의 봄을 마음의 봄으로, 희망의 봄으로 담아두라 한다. 눈 앞이 뽀야니 흐려진다. 연록으로 뒤덮인 산야며, 울긋불긋 피어난 꽃과 꽃 사이를 나르는 벌과 나비, 새들의 지저귐이 어우러지는 젊음과 생명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봄하면 비유적으로나 은유적 묘사가 꽃이다. 꽃이란 그 색상과 꽃 피움의 문양과 크기까지 같은게 없지만 꽃들이 나누는 언어와 순리는 한가지로 일관된다. 해서 꽃이란 극히 전형적인 민주적 표본이란 우회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꽃을 대할줄 아는 딸내 마음 길에 두고두고 꽃길이 열리기를 소망드린다. 한 줌의 씨앗으로 새록새록 돋아나는 연록빛 행복이고 싶은 봄날이다. 생기 넘치고 활기찬 봄을 어찌 창 밖으로만 만날 수 있으랴. 창 밖의 봄은 더 이상 창 밖에만 머물러 있는 봄이 아니었다. 봄 햇살 속으로 깊이 깊이 들어서라 한다.

봄은 한껏 열려있노라며 팬데믹 무게일랑은 죄다 벗어두고 하냥 봄길을 걸어보라 한다. 겨울을 견디었기에 봄은 찬란할 수 밖에. 연록의 풀잎을 키워내느라 서둘러 그렇게 비가 내렸나 보다. 응축된 눈물같은 꽃가루를 만나고서야 꽃을 피워낼 수 있었나보다. 투명한 햇살에 나붓한 봄바람의 숨결을 불어넣으면 꽃망울은 꿈을 피워낼 수 밖에. 천지간에 꽃을 피워내며 눈길 가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못 견딜만큼 지천으로 꽃을 피워내고 있기에

우리네 마음 뜰에도 온전히 꽃들이 만발했으면. 걸어갈 꽃길이 여직 남아있을 봄날이지 않은가. 끝없는 총기 사건, 증오 범죄로 포갤 수 없는 아픔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세상을 후비고 있음도 한바탕 겪는 봄앓이로 넘겨졌으면. 

창백한 봄의 깊은 허기를 본다. 상처받은 마음들을 일구어내려 봄이 다가온 것이었는데. 이 봄날이 다 가기전에 사랑과 자비와 용서가 넘실대는 따뜻한 세상이기를 두 손 모으며 기도드린다. 함부로 내뱉는 증오의 입술마다 꽃물로 젖어들게 하옵시고, 얼룩진 상처들은 꽃그늘에서 쾌히 회복을 누리게 하시사 부디 이 봄이 희망의 시작이게 하옵소서. 눈부시도록 찬란하게 빛나는 봄날이라서 팬데믹 봄앓이로부터 새롭듯 희망이 움틀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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