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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산책길에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1-09 14: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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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길을 나선다. 새소리 높이 뜬 오솔길을 열며 걷는다. 순항하는 계절이 겨울 옷을 입느라 낙엽을 흩뿌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꿈꾸는 시간으로 들어갔다. 나목마저도 쓸쓸할 틈도 없이 꿈꾸는 중이다. 계절을 꽃피우는 야생초의 철없는 열정이 잉얼대고, 그리움 같은 연록의 여린 잎들이 기지개 켜는 소리, 순수 무구한 꽃피움까지, 리듬 따라 탈바꿈을 이어가느라 분주했던 봄, 여름, 가을을 보낸 후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한시도 멈춤 없는 산책길의 소란스러움은 언제 만나도 정겹고 새롭다. 돌돌거리며 흐르는 개울 따라 안개가 서리고 오솔길 고요가 허공으로 번져난다. 인간의 조언이나 간섭을 거절한 자연 스스로의 환경적 요소라며 우기지도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예쁨을 보아달라고, 즐겨달라는 부름과 손짓을 만나기 위해 산책길을 나서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함께 어우러지며 서로의 환경이 되어지기를 자처하게 된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이 깊어가고 가을이 빠져나가면 나이 듦에도 주눅들어 세월을 가두고 싶어지지만 아직 마음은 젊음과 어깨를 겨누며 잃어버린 줄 알았던 꿈조각들을 모으고 있다. 바람이 나목을 흔들어 대나보다. 가장 낮은 저음으로 나목의 연주가 시작되는걸 보면.

소나무 숲은 세한(歲寒) 추위인데도 푸르기만하다. 마을에서 가까운 공원으로 여러갈래 트레일 코스가 있고 아득한 키 높이를 자랑하는 소나무 사이로 나있는 숲길이 울창하다. 바람이 거센 날은 숲이 흔들리는 위세에 압도되기도 하지만 묵묵히 바람 소리에 젖다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바람기 소통으로 숲 공기가 한층 신선하고 상쾌해진다. 산자락이 만든 숲길은 그리 숨가쁘지 않을 만큼 완만한 경사도 갖추어져 있어 시니어를 위한 산책길로는 제격이다. 계절을 분간키 어려울 만큼 소나무로 에워싸여 있어 아늑하다. 늘 푸른 소나무 향연과 발길에 닿이는 소나무 낙엽송 잎갈나무 갈비의 감촉을 함께 즐길 수 있다니. 나목에 머물러있는 겨울 햇살이 포근하게 쌓여가고 방금 비가 그친 것 같이 소나무 숲은 청청하기 이를데 없다. 무모하리만치 외골수로 곧게 곧게 뻗어올라간 거침 없는 생명력으로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강인한 결기가 겨울 절기라서 더욱이 돋보인다.

소나무 숲길에서 문득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라고 말한 프랑스 작가-마르셀 프루스트-말이 떠오른다. 낙엽송 잎갈비를 밟으면서 예년 새해맞이와는 다른 눈뜨임을 얻게 되었다. 독야청청 푸른 소나무의 꼿꼿한 기상이 오롯이 운치와 기품으로 드러나고 있음에 비해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촉감으로 와 닿는 울림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낙엽송 잎갈비 잔해가 새로운 시야를 열어가라는 전언을 던져주었다. 

새해라 해서 새로운 꿈과 계획에 집중하며 새로움을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있어왔던 것에서 새로운 시야를 가져보라는 명언이다. 새해가 되면 무턱대고 새로운 태양이라 새롭듯 반기며 희망으로 들뜨기도 했던 것인데 실은 새해를 맞을 때마다 살아온 연식의 숫자는 하나씩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남은 날이 짧다는 뜻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새것이란 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촉각을 세우듯 되새기게 된다. 남은 날을 지혜롭게 다스리며 후회없는 시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평소에 낙엽에 섞여있던 낙엽송이었는데 문득 사그락거리는 깔비 소리가 새롭듯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유형의 자산보다 무형의 자산에 긍지를 갖는 새해로 열어가라 한다. 더디 오는 봄을 기다림하기 보다 나목의 미학을 즐기는것으로 무형자산을 적립해가라 한다. 구태의연함을 버리고 본질을 향한 뚜렷한 목표를 붙들라 한다. 자각몽처럼 직감적인 지시문을 받는 느낌이다. 산책길이 사명이듯 숲에서 걷고 마음으로도 걸어왔기에 날마다의 회복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깊은 숲에 몰입의 순간을 맡기다보면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다. 이 평온함으로 삶에서 누락된 부분들을 새롭게 단장해내기도 했었으니까. 산책길에선 좀처럼 음악을 듣거나 깊은 생각에 빠지지 않는다. 들꽃이며 초목이며 구름에 까지 시야를 넓힌다. 숲길을 걷다보면 마음도 숲길이 되고, 오솔길을 걷다보면 마음도 오솔길로 접어든다. 세상 길이 끝간데 없듯 마음 길도 끝간데 없이 열린다. 옛적 추억들을 불러와서 같이 걷기도 한다. 지금 여기서 살고 있음이라 확인시켜주듯이. 세상을 두르고 있는 모든 길은 종국에는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라서 오늘 하루 이 시간에만 집중하는 산책길로 만들어가려 한다. 산책길에서 만나지는 무형의 자산을 채집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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