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호두과자에 호두는 8%만… 잘게 부숴야 잘 먹는다

지역뉴스 | | 2020-12-18 10:10:41

호두과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번역 원고를 다듬다 말고 호두과자를 주문했다. 호두과자는 언제나 그렇다.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느닷없이 생각이 난다. 인터넷을 뒤져 주문을 넣으면 오래 묵은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차여행의 기억이다. 지금은 없어진 장항선을 많이 탔다. 이래저래 거의 유일한 기차여행 노선이었다. 대체로 특급이었던 열차가 천안에 가까워지면 슬슬 호두과자 판매원이 등장한다. 정확히 몇 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여간 개수가 늘어나면 호두과자를 원형 용기에 방사형으로 담았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 플라스틱 용기 속에는 하늘하늘한 흰색 습자지에 싼 호두과자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호두과자에 호두는 8%만… 잘게 부숴야 잘 먹는다
호두의 모양과 맛을 살린 호두과자는 밀가루와 계란, 유즈 등의 반죽과 팥소의 조합으로 실제 호두 함유량은 8%에 불과하다. <이미지투데이>

 

나는 판매원이 오갈 때마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호두과자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러나 잰 걸음으로 통로를 오가던 그를 잡고 호두과자를 실제로 샀던 기억은 없다. 이유야 들자면 많겠지만, 무엇보다 군것질을 금기시했던 환경 때문이었으리라. 누군가 붙잡아 세우면 판매원은 어깨에 지고 있던 호두과자를 한 상자 내려 팔에 걸치고 있던 비닐 봉지를 펼쳐 담아준다. 보고 또 봐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직접 경험은 아니었다. 그렇게 기차가 천안을 지나 판매원들이 나타났던 방식 그대로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들을 보고 또 보았다.

물론 호두과자를 전혀 안 먹고 자란 건 아니다. 어쨌든 장항선 위 어딘가에 삶의 기점을 하나라도 두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호두과자와 만날 수 밖에 없어진다. 그래서 사실 질릴 때까지 먹어 보았지만 적어도 천안을 지나는 기차 안에서는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그런데 엄청나게 작아졌군. 호두과자를 받아 들고 또 당시를 기억하다가 새삼 작아진 크기에 정신을 차렸다. 적어도 골프공 크기만은 했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사보니 이제는 지름이 거의 500원 동전만하다. 1930년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다던가. 아직도 적당한 인기를 누리며 신제품도 곧잘 등장하는 지역빵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끝에 호두과자가 있다. 미국산 호두 8%. 대체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창업주 할머니의 사진 바로 옆에 호두의 함유량이 반듯하게 적혀있다.

 

호두과자의 호두함유량 8%

거의 난립하다시피 하는 지역빵의 세계에서 아직도 호두과자의 입지는 다소 묘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지역빵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아주 자연스레 두 범주로 나뉘었다. 기본은 결국 밀가루와 계란, 유지(마가린 등)의 반죽과 팥소의 조합인 가운데, 첫 번째는 적당한 원형이나 서사만 좇는다. 하회탈이 유명해서 모양을 따라 만들었다거나, 언젠가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생도너츠를 오랫동안 만들어 팔다 보니 특산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빵들은 맛이 아주 좋거나 특별하지 않을지언정 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두 번째 부류는 괴상할 가능성이 꽤 높다. 첫 번째의 방법론에서 적당히 그쳐도 되는 것을, 지역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 발짝 더 나가다가 그르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오징어나 생태(가루) 등을 넣은 지역빵이다. 원래 단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 재료를 굳이 더하다 보니 맛이 해괴해진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고로케처럼 짠맛 위주의 빵으로도 만들 수 있을 텐데, 굳이 팥소가 든 빵을 골라 저런 재료를 더한다. 먹고 있다 보면 하회탈이 식품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를 지경이다. 탈을 갈거나 쪼개어 빵에 넣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하회탈 고유의, 해학 넘치는 웃음을 짓고 앉아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지역빵의 현실에서, 호두과자는 약간 신기하게도 두 부류의 특성을 동시에 갖추고도 멀쩡한 소수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모양도 호두를 닮은 데다가 반죽에 넣은 과육 덕분에 맛도 호두이다. 물론 애초에 호두라는 재료 자체가 제과에 두루 잘 어울리기 때문이기는 한데, 사실 개선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호두과자가 진정 이름값을 하려면 반죽에 호두가루를 섞어 호두 모양으로 구워야 맞다. 견과류의 가루가 밀가루 대신 빵이나 과자에 흔히 쓰이므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마들렌과 더불어 프랑스 구움과자의 양대 산맥인 피낭시에(financier)이다. 반죽의 대부분이 아몬드, 혹은 헤이즐넛 가루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피낭시에라는 이름도 사실 금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었으니 모양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차원에서 차세대 호두과자를 위해 검토해볼 만하다. 호두 알갱이를 적당한 크기로 넣어줘야 맛이 난다고 믿는 시대에 호두과자가 태어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면, 이제는 같은 호두를 쓰더라도 가루를 내 반죽 전체에 골고루 분배해 맛을 내줘도 좋은 시대가 됐다. 적어도 호두 모양을 고수할 계획이라면 그렇다.

고작 8%라니.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이제 호두가 흔한 시대 아닌가. 과자는 됐지만 호두나 더 먹겠다는 심산으로 마트에 갔더니 호두살이 1㎏에 4,950원이었다. 물론 1+1 행사 덕분이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호두는 이제 귀해서 못 먹는 견과류는 아니다. 묵은 할머니의 사진 옆에 가지런히 써 있듯, 이제 호두의 대세는 미국 캘리포니아산이다. 국산 호두가 있기는 있느냐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기는 하지만 미국산의 10배가 조금 못 되는 가격이다. 아무래도 편하게 먹기는 어렵다.

 

호두 속껍질 제거법

사실 가격이 싸더라도 호두는 아주 편하게 먹기 조금 어렵다. 속껍질 탓이다. 대부분의 견과류에서 속껍질은 대체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열을 적절하게 가하면 과육으로부터 알아서 떨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두의 사정은 매우 다르다. 무엇보다 호두의 과육에 굉장히 주름이 많기 때문이다. 이 주름에 순응해가며 호두의 속껍질을 깨끗하게 벗겨내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생애 딱 한 번 속껍질을 완전히 벗겨낸 호두의 속살을 먹은 적이 있다. 바로 2017년 서울에 미쉐린가이드가 출범한 이후 계속 별 세 개를 꾸준히 받는 어느 레스토랑이었다. 

속껍질을 남김없이 발라냈지만 상처 하나 없는 호두의 흰 속살을 보고는 이게 음식이며 먹는 것이라는 생각도 잠깐 잊고 들여다 보았던 기억이 선하다. 두당 30만원쯤 하는 끼니에서나 바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말하자면 호두 속껍질 벗기기란 엄청나게 공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따라서 평소라면 참고 먹는 게 좋지만 가끔 정말 쓰고도 뻣뻣해 못 견딜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호두의 속껍질을 벗겨내는 요령을 간단히 살펴보자. 일단 호두 속살을 삶아서 벗길 수 있다. 끓는 물에 8분쯤 삶은 뒤 건져내 손으로 다룰 수 있을 만큼 식으면 손가락으로 문질러 벗겨낸다. 두 번째로는 오븐에 구워서 벗겨낼 수 있다. 제과제빵의 표준온도인 175°C로 달군 오븐에 호두를 넣고 10분 가량 굽는다. 적당히 식으면 면 행주-표면에 수건처럼 보푸라기가 일어나 있는 게 좋다-에 완전히 감싸 가볍게 문지르면 껍질이 떨어져 나온다.

삶을 때와 달리 구우면 껍질의 부스러기가 많이 나오므로 적당히 벗겨냈다 싶으면 체에 담아 가볍게 쳐 걸러내면 더 좋다. 은근히 귀찮고 손이 많이 가지만 30만원짜리 식사에 낼 건 아니므로, 호두가 적당히 부스러져도, 껍질이 적당히 남아 있어도 크게 상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껍질을 벗겨낸, 특히 오븐에 구워 맛과 향을 끌어낸 호두라면 금방 산패될 수 있으므로 며칠 먹을 거리만 조금씩 손질하는 게 좋다. 어차피 귀찮고 지겨워서 많은 양을 다룰 수도 없을 것이다.

 

다진 호두 요리

속껍질을 벗기든 안 벗기든, 호두는 웬만한 음식의 틈새에 원만하게 자리를 잡으면서도 고소한 자기 맛을 분명히 낸다. 그래서 굳이 어떻게 먹는 게 좋다고 많은 훈수를 둘 필요 없는 가운데, 틈새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 쓰임새를 두 가지 골라 보았다. ‘호두를 이렇게도 먹는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낯설 수도 있지만 재료는 전부 낯익은데다가 조리도 복잡하지 않아서 원래 알고 있던 호두의 틈새를 단박에 넓힐 수 있다. 또한 각각의 레시피에서 동물성 재료를 빼면 채식 식단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호두를 대접에 담아 끓는 물을 붓고 덮는다. 3분 두었다 건진다. 만질 수 있을 만큼 식으면 문질러 껍질을 벗겨낸다. 호두살을 다져 대접에 담고 올리브기름과 크림을 더한다. 소금과 백후추로 간한 뒤 고르게 섞는다. 생 페투치네나 삶은 당근 등에 곁들인다.

셀러리 줄기를 길이로 반 갈라 얇고 길게 썬다. 셀러리와 사과를 샐러드 대접에 담아 레몬즙 절반을 더한다. 치즈, 파슬리, 호두 절반을 더한다. 올리브기름과 남은 레몬즙을 거품기로 휘저어 섞어 종지에 담고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남은 호두를 섞고 드레싱을 샐러드에 끼얹는다.

 

 

호두과자에 호두는 8%만… 잘게 부숴야 잘 먹는다
껍질을 깐 호두를 살짝 다져 드레싱에 섞은 뒤 샐러드에 버무리면 맛과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마그네슘, 혈압·혈당 조절부터 숙면까지 ‘필수 미네랄’
마그네슘, 혈압·혈당 조절부터 숙면까지 ‘필수 미네랄’

■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칼럼미국인 절반 권장량 미달… 식물성 식품 섭취를호박씨·시금치·견과류 등 식단으로 충분히 보충전문가“보충제보다 식단 개선이 먼저”조언 마그네슘 보충

[법률칼럼] H-1B가 전부가 아니다, 2026년 체류 전략의 재설계

H-1B 비자 추첨의 불확실성이 커진 2026년 현재, 단순 취업을 넘어선 정교한 체류 전략이 요구된다. STEM OPT, Day 1 CPT 활용 등 신분 유지 구조를 다변화하고 NIW나 EB-2/3 등 영주권 카테고리를 조기에 설계해야 하며, 기업의 실제 스폰서 역량을 철저히 점검하는 복수 전략이 필수적이다.

미쉘 강 후보, 샘 박 의원 지지 선언 획득
미쉘 강 후보, 샘 박 의원 지지 선언 획득

공식 캠페인 영상 주요 플랫폼 방영 조지아 하원 99지역구 민주당 미쉘 강후보가 조지아 민주당 원내총무 샘 박 의원의 공식 지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쉘 강 후보의 공

라이프케어 센터 안형옥 여사 100세 상수연 개최
라이프케어 센터 안형옥 여사 100세 상수연 개최

1926년 5월 평안북도 용천 출생 홈케어 서비스 & 시니어센터인 라이프케어 파트너스(대표 김수경)는 1일 오전 둘루스 센터에서 5월 생신 및 온세상 축하연을 개최했다.특히

크리스천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시온과학캠프
크리스천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시온과학캠프

한인 교수들의 재능기부 캠프"나 혼자 아닌 함께 성장해야" 시온한인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윤영섭 )가 오는 6월 2일(화)부터 6일(토)까지 제3회 2026 시온과학캠프를 개최한다.

[행복한 아침] 그리움의 파도를 넘어

김 정자(시인 수필가)     지난 밤 오래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과 어머님을 만나 뵈었다. 어떤 상황이나 처지에서도 항상 든든한 보루가 되어 주셨던 다사로운 두 분이 그리울 때

메트로시티은행 1분기 괄목 성장, 합병 시너지 효과
메트로시티은행 1분기 괄목 성장, 합병 시너지 효과

순익 37% 증가해 세후 2238만 달러순이자 마진도 올라, 자선 건전 유지 지난해 12월 제일IC은행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미 동부 최대 한인은행 메트로시티은행(회장 백낙영, 행장

포도나무합창단 2일 정기공연
포도나무합창단 2일 정기공연

포도나무합창단 공연 모습.    2일 오후 5시 빛과 소금 교회 포도나무 합창단 정기 공연이 5월 2일 토요일 오후 5시 "애틀랜타 빛과 소금 교회"에서 열린다.2000년  강임규

총 들고 포켓몬 카드만 훔친 절도범
총 들고 포켓몬 카드만 훔친 절도범

둘루스 카드매장 1만달러어치 도난 둘루스 지역 카드 판매 전문 매장에 무장한 도둑이 들어 1만달러 상당의 포켓몬 카드를 훔쳐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둘루스 경찰에 따르면 사건

애틀랜타 개스값 5달러도 돌파?
애틀랜타 개스값 5달러도 돌파?

일부 전문가 “몇 주 내 가능” 전망  메트로 애틀랜타 개스가격이 유류세 한시 면제에도 불구하고 갤런당 4달러에 근접하면서 최근 4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5달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