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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원세개의 후예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12-01 09:09:37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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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치가로서 제국주의에 의한 아시아 침략에 앞장서 조선에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헤이그 특사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켰다. 19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당해 죽었다.’ 한국식 발음으로는 이등박문,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19세기 후반기에 악랄한 국권 침탈과 가혹한 경제 수탈로 조선 왕조를 멸망에 이르게 한 외세의 선봉이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인물이 바로 이 이토 히로부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그 이름 앞에는 ‘원흉’이란 낱말이 붙는다.

 

“조선이 자주적 근대화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외세에 예속되는 길을 걷게 만든 보다 결정적 인물은 그러나 따로 있다.” 한 국내 역사학자의 지적이다.

 

‘청조말의 간웅’으로 불린 위안스카이, 한국인에게는 원세개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인물이 바로 그 원흉이란 것이 이양자 동의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주장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조선의 망국과 자주적 근대화의 좌절을 일제의 조선 강점 탓으로 본다. 그러나 그보다는 위안스카이에 의한 국권 유린이 더 큰 해악을 끼쳤다는 거다.

 

갑신정변 진압의 공적으로 1885년 조선의 내정과 외교를 감시하는 요직에 오른 26세의 젊은 위안스카이는 리훙장의 이른바 조선 속국화 정책을 자극적으로 집행함으로써 고종 정권의 외교적 자주화, 자립적 내정 시도를 사사건건 봉쇄해 조선의 국권을 유린했다.

 

조선을 감시, 관리한다는 의미의 ‘감국대신’으로도 불린 그는 조선에서 머물던 10여 년 동안 벌인 포악하고 오만한 짓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대원군을 멋대로 납치해 죄인 다루듯 청나라로 압송한 행위다.

 

위안스카이가 조선을 침탈했던 시기는 제국주의의 격랑 속에서 조선이 자주적 근대화의 길을 추구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 이 골든타임이 유실된 데에는 위안스카이 같은 교활한 인간과 청나라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다름이 아니다. 왕이라고 했나. 중국외교부장 말이다. 그리고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잇달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의 최고위 외교당국자들의 모습에서 바로 위안스카이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 같아서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했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의 행태부터가 그렇다. 공식방문이다. 그런데 서울은 들르지도 않았다. 곧바로 부산으로 직행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들을 호출해 회합을 갖고 서둘러 되돌아갔다.

 

그리고 3개월 후 이루어진 게 왕이 외교부장의 한국방문이다. 중국내 권력서열 2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그런 왕이 행차의 오만함이라니. 옛 감국대신 위안스카이에 못지않다.

 

기자들의 질문에 고압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예사다. 한국외교부장관과의 면담에 지각을 하고서도 한 마디 사과도 없다. 대통령 알현에서도 거만을 떠는 등 결례도 그런 결례가 없다.

 

더 가관인 것은 그런 왕이를 대하는 문재인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태도다. 국회의장이 왕이를 만났다. 여당대표는 환영의 편지와 꽃바구니를 보냈다. 만찬에는 모모한 여권인사들이 줄지어 참석했다.

 

그 와중에 명색이 부총리인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왕이를 만나려고 온갖 줄을 대다가 못 만난 것은 숫제 코미디다.

 

여권 핵심 인사가 총출동해 국가원수 급 국빈을 대접하다 시피 한 ‘극진한 사대의 의전’을 펼친 것. 그런데 들은 것은 왕이의 일방적인 훈시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19세기 말 왜 조선은 외세예속의 길을 걷게 됐나. 세계정세에 어두웠던 고종 정권은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에 청나라를 불러들이는 주체성 없는 외교적 선택을 한 결과 고립무원의 처지를 자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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