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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설거지 소나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11-06 11:11:37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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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집안 일을 건너 뛰거나 지겹지 않음이 감사할 일이다. 식사를 위해 재료를 다듬고 조리과정을 거쳐 음식이 식탁에 놓여지는 과정들이 재밌다. 어쩌면 즐기는 것일 수도 있겠다. 설거지 또한 성가심보다 설거지를 끝낸 개운함이 더 크다. 우리집 할배께서 설거지에 심취해 있는 할멈을 보고선 그릇에서 피나겠다고, 몸살하겠다고 대충 살그머니 하라고 페미니스트다운 충고를 하시곤 한다. 

 

지금껏 설거지용 고무장갑을 구입한 적이 없다. 손 끝으로 뽀드득 소리를 느낄 만큼 씻어내기 위함이다. 지저분해진 음식 찌꺼기부터 헹궈내고 세제로 닦는 동안 접시끼리 비비적거리며 거품 속에서 어푸어푸거리는 소리가 즐겁다. 맑은 물로 헹굼을 끝내면 건조대 소쿠리에 전시하듯 올려놓는다. 소쿠리에 가지런히 놓여진 그릇들이 귀족처럼 거드럼을 피우는 것 같기도 하다. 싱크대 사면을 수세미로 닦고 마른 행주질로 끝낸다. 물기가 번진 조리대도 닦고 마지막으로 수세미 물기를 최대한 뽀송뽀송한 상태로 제자리에 놓아둔다. 행주를 뽀득뽀득 빨아서 힘껏 비틀어 짜내고는 탁 탁 소리가 날정도로 털어서 행주걸이에 걸면 설거지 끄 ~ 읕이 복창된다.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을 때 처럼 청량감이 몰려온다. 

정기적으로 싱크대와 도마는 끓는 물로 소독하고 행주도 삶아준다. 설거지를 끝내면 어수선하던 생각들이 편안해지고 평화로워지기도 하고 몸도 마음도 가뿐해지고 상쾌해진다. 설거지를 끝내면 마음이 순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주방을 청결하게 하는 과정들이 삶의 부분이라기보다는 삶과 동행하는 어쩌면 삶의 향방에 밀접한 고해성사일지도 모를 일이다. 건조된 그릇들을 수납장 제자리로 옮기기 위해 그릇을 만졌을 때의 매끄러운 질감이며 빤질빤질 윤기나는  그릇의 촉감 때문에 마음까지 설거지를 끝내고 잘 건조된 그릇 같아진다. 설거지를 끝낸 그릇에서 묻어나는 삶의 향기로 하여 일상과 설거지를 접목해보게 된다. 설거지를 마친 상태처럼 깔끔한 삶이었을까. 그릇에 묻은 양념이나 불순물이 제대로 씻겨지지 않은 것 마냥 선을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일도 있었을 것이다. 설거지를 끝낸 그릇에 밥풀떼기가 여전히 붙어있는 몰골이나 표정은 없었을까. 물소리가 너무 오래도록 나는 것이 신경이 쓰여 행주빨기를 대충했던 것 마냥 매사에 궁상맞고 옹졸한 구석은 없었는지.

설거지를 통해 영육이 정화되고 삶의 질서도 재정비됨을 감사하게 된다. 설거지하고 생의 성숙도 얻어짐이 꿩먹고 알먹기 같다. 설거지는 수납장에서 그릇을 꺼낼 때의 모습으로 정비해주는 작업이라서 내 모습도 설거지 과정을 거치듯 유아기의 맑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치로 삼기로 했다. 첫 돐맞이 사진 속의 내 모습은 살아온 여정 중 가장 순수한 맑음이 고여있기에. 매일 매일 설거지하듯 선한 모습을 추구하며 맑음을 변함없이 계속 지탱하자고 설거지를 마무리하면서 다짐을 하곤한다. 수납장에서 요조한 숙녀같이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불림을 받아 음식물이 담겨지고 가족을 즐겁게해준 그릇이 아닌가. 깨끗한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설거지이다. 그릇이 봉사해온 만큼 적당한 노동으로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지는 과정이 있듯 인생 노정 중에 어지러진 세상살이로 빚어진 누추함을 설거지하듯 씻어낼 순 없을까.

비속한 상태를 신성함으로 바꾸는 일에나, 야비한 편견의 난무까지, 불순하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하는 사회 정화가 이루어져야하는 절실함을 나라의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모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연극이나 영상으로 그림으로나 음악, 또는 책으로 마음에 쌓여있던 우울함이나 불안감, 긴장감이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과정도 삶을 이어가는데 필요 충분 조건이라할 수 있겠다. 정신 분석학에서 마음 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하여 외부에 표출함으로 정신 안정을 찾는 과정과 설거지 과정이 너무나 닮아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유난해서인지 끼니 때마다 설거지를 미루진 않는다. 설거지가 쌓여있는 것을 넘기지 못한다. 싱크대에 컵 하나라도 놓여있는 법이 없다. 늦은밤 마신 찻잔도 말끔히 씻어두어야만 편안히 잠이 온다. 거창한 성취를 위해 설거지를 미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설거지를 미룬다고 일상에 부가가치가 주어진 적도 없었으니까. 

설거지 민낯을 보아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오늘도 우리집 주방에선 설거지 소나타가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은은하게 울려나고 있다. 어쩌면 통회의 기도 소리일지도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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