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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여행 궁핍 시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09-11 14:14:21

김정자,칼럼,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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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고팠나 보다. 조금만 더 인내하자고 기다리자고 다독이고 위로해오던 차였는데 연휴를 핑계 삼아 어느결에 김밥을 싸고 계란도 삶고 모찌꼬 케이크도 구워서 ‘미네하하 폭포 순례길을 나서고 있었다. 마치 팬데믹 유목민처럼, 흡사 기다리고 있노라는 초청장이라도 받은 것처럼. 레이번호수 주변으로 아몬스폭포, 엔젤폭포, 데소도폭포, 베키브랜치폭포가 아담하고 우람한 표정들로 즐비해 있어 자주 찾아 나섰던 곳이었다. 가을이 돌아오면 아팔파치아 산맥에서 셰난도 국립공원까지 종주 해보려던 꿈도 접어야 할 위기이다. 작년부터 준비해온 2020년 여행 버킷리스트는 완전 깜깜이가 돼버렸다. 소롯이 내년으로 넘겨주며 선심 베풀듯 해보지만 간절함을 감출 수는 없음이다. 결국 2021년 계획도 2022년으로 자동이체되고 말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한다는 법조문도 없는 터인데 갈수록 체력의 하향곡선을 체감할 정도인데다 코로나 횡포로 모든게 불투명한 터라서 조망스레 마음이 들볶이고 있나보다. ‘노세노세 젊어 노세’란 옛 노랫말에 손을 들어 동의하는 바이다. 가고픈 곳은 가득한데 팬데믹이 발목을 질기게 붙들고 있다. 시대적 유목민의 삶이 부럽다. 디지털 노마노 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라서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팬데믹쯤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얼마든지 유목민의 삶을 최선껏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이리도 여행이 그리운걸까. 자연을 찾고 싶은 감성의 몸짓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요, 자연에서 인류역사가 시작되었고 자연에 의존하며 생존해왔기에 순리로이 본능의 연유일 것 같다. 그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서 떠나는 시간부터 우연과 낯섦이 기다리고 있다는 여정을 생각만해도 설렌다. 여정에서 만나지는 길 위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갈망으로 도사리고 있다. 목적지에서 얻게되는 적당한 고단함, 신선한 낯섦과 생소한 방황이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시원했었다. 문득문득 에피소드들이 떠올려지면 유쾌한 웃음이 일상 속에서도 번져나는 기쁨을 덤으로 얻게된다. 여행자의 마음 속에는 항상 추억들이 간지럽히고 있다. 순탄치 못한 여행길이 심신을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세상이란 그저, 그냥 사는 법은 없음이란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가는 곳마다 펼쳐지는 무상한 풍광에서 시간 여백을 즐겼기에 마치 넉넉한 초록을 두르고 있는 나무들이며, 고요가 흐르는 작은 마을의 적막이 손짓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팬데믹으로 인해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 여행에서 얻어지는 자유와 새로운 도전, 비움과 휴식, 감각이 깨어나고, 자아가 열리는 은밀한 기쁨, 이러함들까지 홀연히 바뀌는건 아닐는지, 당혹스런 정경이 연출 되진 않을까. 뉴노멀 시대의 여행 정의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낼 것 같은 위기감이 몰려든다. 팬데믹이 지루하게 진행되는 일상이라서 단조로울 수 밖에 없는, 무감각적, 순리적 흐름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기에는 감정 소모가 감당하기 힘들어 복지안동하듯 눈만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삶의 진의를 올곧게 세워나가기 위해 혼줄을 팽팽하게 붙들고 멈출 수 없는 순수본능의 유일한 탈출구로 여행에 기댈 수 밖에.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고 싶은 의식이 흐려질 것 같은 염려로 새로운 충전의 의미를 발견해갈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확한 발상이다. 타성에 묶일 것 같은 일상에서 어떠한 설치세트가 필요하다는 절박감까지 밀려들고 있는데, 팬데믹 참사를 봉합할 수 있는 계기는 아직은 요원한 것 같다.

여행의 힘을 빌어 정신과 육체 건강을 증진시키는 일 조차에도 몸을 사려야 하는 여행 궁핍 시대로 가고있다. 여행이 고프다며 보채는 것은 움츠리고 있는 감각의 소생을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이 결정적 기여를 한 셈이다. 팬데믹 이전의 여행길에서의 여정은 늘상 그랬었다. 여행지에서 자신을 발산하고 다스리며 정서를 챙기고 사념과 꿈꾸기를 펼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여정을 즐기고 누리는 방식이나 노하우가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라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문화나 경관을 그림으로 글로 남기기도 한다.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이나 풍류에 시선을 모으기도하며, 그들과의 접촉을 최상의 즐거움으로 삼기도 하고, 여행지마다 일출과 일몰의 장관에 집중하며 사진으로 남기려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의 여행이란 어디를 가든 세상은 하나의 땅덩이요 거대한 숲이라는 결론 앞에 서게 될 것이 자명해진다. 지구상 인류가 웅장한 공동체를 이루고 다른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찾아 나서고 싶은 걸음을 어쩔 수 없이 여행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도서관을 찾아 여행서적을 접한다거나 지난 여정들을 담은 빛 바랜 시간이 묻어있는 사진첩을 다시 꺼내본다던가, 짧은 하룻길 드라이브 여정들로 대체할 수 밖에 없음이 허탄스럽다. 여행 궁핍 시대를 대처하기 위해 아쉬운대로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갈 수 밖에. 이러다 보면 아이 셋은 낳고서야 겨우 떠날 수 있으려나 싶다. 나무꾼과 선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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