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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기다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06-19 14: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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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나타나는 기다림의 결정체인 오로라와의 만남을 기적이라 했다기에 기다림의 저변에는 언제나 물보라처럼 은은한 흔적이 남겨지는 것 같다. 해서 모든 기다림들은 신기루처럼 갑자기 나타나는 극광처럼 순화된 아름다움을 덧입게 되나 보다. 기다림이란 숙성될수록 삶의 보람과 존재가치를 일깨워주는 촉매체가 되어주기도 했었으니까. 기다림 동안에는 슬그머니 자화상의 표정을 살피게도 해주거니와 삶의 질을 아름다운 보람으로 귀착 시켜 주기도 한다. 기다림 끝엔 선물처럼 주어지는 정체성과 만족감을 채워주는 긴밀한 가치를 부여 받기도 한다. 기다림의 각오는 마치 무장하듯 일상을 풀어내야 할 것만 같은 다짐을 하기에 이르른다. 자존감의 긍지와 자부심을 기다림의 효력이라 추정 한다면 기다림도 낙이요 성장의 교두보요 인내의 자랑으로 등재해도 될 듯하다. 

 

유년의 기다림은 빨리 자라서 언니나 형아처럼 되는 것이었다. 중 고등 학교시절의 기다림은 수업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낙이 있었기에. 대학시절의 기다림은 얼른 졸업하고 취직해서 부모님의 무거운 어깨짐을 덜어드리는 것이었고, 취직해서 직장에 정을 붙이게 되면 꿈꾸던 짝을 만나는 환상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알콩달콩 사랑이 익어가고 시간이 흐르면 결혼을 꿈꾸고 그 날을 기다림 하게 된다. 우여곡절이 언덕을 넘어 결혼에 골인하고 달콤한 허니문을 보내게 되면 2세를 향한 기다림이 시작된다. 10개월이란 길고도 아름다운 시간을 꿈결같이 고통을 수반한 기다림을 보내고 나면 새 생명이 탄생하고, 그 기쁨도 잠시, 아기는 왜 그리 자주 먹어야 하고, 응가를 자주하는지, 밤 잠을 설쳐가며 아기가 자라기를 기다림 하게 된다. 고개를 꼿꼿이 들게 되고, 뒤집고, 옹알이를 시작하면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종일 아기를 따라 다니다시피 해야 하는 엄마는 얼른 걸음마를 했으면 하고 다시 기다림에 매인다.

 

걸음마를 시작하면 집안을 들부셔대며 다니기 시작한다. 한 살만 더 먹으면 조금은 수월하겠지 하는 믿음의 배신을 진하게 맛보면서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 수고가 조금은 덜어지겠지 하며 기다림을 붙들게 된다. 학년이 오를수록 공부 경쟁이 불붙기 시작되고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그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중2병을 치르고 고3병을 치르고 대학은 마치 취업전쟁 전초전으로 변절 된지 오래다. 이렇듯 인생은 기다림의 반복과 되풀이의 이음줄이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고 여울처럼 밀려드는 것이었던 것을. 은유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기까지 무수한 기다림 방지턱을 지나오면서 과거가 데불고 오는 추억, 미래가 불러들이는 소망들이 씨줄 날줄로 엮이면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닦아주며 기다림의 시를 읊조릴 수 밖에. 하많은 기다림은 항상 바람 같아서 이젠 눈을 감고 느껴 보아야 할 것만 같다. 늘상 기다림은 어딘가 은밀한 곳에 숨겨진 채 였기에 어쩌면 그 설렘을 안고 기다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절대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지만 노을이 물들면 꿈도 이상도 잊혀지고 현실 속에 기다림만 오두마니 남게된다. 오늘도 우리는 잡히지 않는 투명한 기다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향한 기대치의 기다림, 친구와 친구의 기다림, 정부와 국민 사이의 기다림, 부부 사이의 불투명한 기다림, 자연과 인류가 서로를 당김 하는 기다림. 이 모든 기다림들이 서두름이나 재촉 없이 조화로운 어울림이 하모니로 적응을 이룰 때 우리네 인생은 고독으로부터 자유함이 조금은 덜어질 것이다. 

 

별다른 기다림 없이 홀가분한 정겨움으로 아늑한 시니어 아파트에서의 하루들은 남은 날의 평온을 예약하고는 옹골지고 포실한 꿈이 저며지기도 하면서 오붓한 감사로 채워져 가고 있다. 침실 한쪽 벽면엔 막내가 손수 만들어준 캠퍼스가 자리잡고 있다. 사진 작가인 막내사위가 촬영한 홀연히 기우는 저녁 노을 위에 자작시를 새겨 넣은 황홀한 시사진이다. 제목을 노을과 기다림 중 택하는 과정에서 사위의 사진 작품성을 귀하게 보존하고 싶어 노을로 정했다.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작품을 대할 때마다 기다림이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보게 된다. 하루를 견딘 노을처럼 우리네 생도 아침을 열고 정오를 지나고 하루를 다한 마침표를 노을로 남기고 떠나는 것이었다. 생의 노정을 견디고 참고 기다림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시화 캠퍼스 구석구석 조밀조밀 노을 속에 스며있음을 보게 된다. 기다림은 한 편의 드라마가 되고 간절함은 숙성된 시간으로 연출되어 때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도 한다. 기다림은 기다림을 불러오고 기다림은 목적 없이도 길이 열리기에 기다림의 진액은 생의 마디마디에 결실을 맺어왔다. 빨리 빨리에 더 익숙한 우리들도 코로나의 비본질적 민낯인 기다림에 친숙해져 가고 있으매 초여름 하늘이 저토록 푸르고 맑음을 조망하게 해주나 보다. 생은 기다림이라고 일러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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