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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 아메리칸 아리랑] 제2부  미국 이민 정착기-9회  :  고국에서 온 편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01-30 16: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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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열심히 소파커버를 잡아 당기며 STAPLE AIR GUN을 쏘면서 지난날을 돌아보니 옛날이 그립기 이를 데가 없다.  고생을 각오하고 결정한 이민인데도 한국에서 편히 살던 과거가 그리운 것을 어쩔 수가 없다.  KBS TV 고참 탤런트인 나는 후배들로부터 선생님 형님 대접을 받고 편히 살았다.  그 때문에 미국에 와 중노동인 고된 가구공 일을 해야 될 것인지 아닌지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만 할 처지가 돼 머리가 복잡하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니 날아갈 것만 같다.  고국에서 출퇴근 시간 없이 살아온 배우 생활이 참으로 편했다. 미국에서 하루 8시간 노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오후 5시 퇴근 시간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됐고 또 쉴 수 있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노동자 들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는 보약과 행복의 날인 것을 알게 됐다.  

금요일 주급을 받아 가지고 신나게 집에 도착하니 형님의 첫 편지가 와 있다.  내용은 만리타향에 있는 동생이 그립고 외로워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는 것과 동생과 조카들을 다시 못 볼 것을 생각하니 이민 떠난 동생이 원망스럽고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다는 내용과 어머님께서는 눈물과 한숨으로 사신다는 사연인데 큰딸 희정 (진아)이가 편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탤런트 기질이 풍부한 희정이가 구구절절 감정을 곁들여 울며 불며 신파극을 연기해 울음바다의 클라이막스가 연출 됐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철없는 막내 민정(로렌)이가 울부짖으며 내일 당장 한국으로 돌아 가자고 떼를 쓰면서 한국에는 친척 친구도 많은데 여기는 찬구도 없고 또 말도 못해 살수가 없다며 미국이 싫다고 해 나는 미국이 학교도 좋고 아파트도 좋고 살기가 좋다고 달랬지만 한국 수유리집이 훨씬 더 좋고 친구들도 많다며 계속 한국으로 가자고 졸라댔다.  아내와 큰 아들과 큰 딸은 울기만 할 뿐 말이 없다.  우리가족이 이민을 와 가장 가슴 아프고 슬펐던 첫 번째 날이 바로 그 날이었다.  

나는 어머님과 형님께 우리는 미국에서 아주 잘 있으니 걱정 마시라는 내용과 함께 자리가 잡힌 후 찾아 뵙겠다는 답장을 썼다.   하지만 가구공장에서 소파커버공 일을 하면서 언제 돈을 벌어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인지 앞날이 캄캄하다.  무엇인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될 것 같다.  

유흥주씨는 가발 가게를 시작했다.  나도 결단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후 뉴욕에서 장사를 하는 최원용씨를 찾아 가기로 했다.  그는 가장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인데 나보다 2년전 이민을 와 갖은 고생 끝에 맨하튼 할렘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나는 말로만 들었던 그레이하운드 개가 그려진 버스를 타고 뉴욕을 향했다. 주소만 가지고 친구 최원용씨 상회를 찾아가는 내 마음은 꿈만 같고 착잡했다.  무엇이든 하면 될 것이고 좋든 나쁘든 결과가 있을 것이니 일단 부딪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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