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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가을 하늘 만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8-10-13 18: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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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마이클이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급습하듯 다가와서인지 유난히 하늘이 맑고 푸르고 깊다. 산뜻해진 바람이 가을 내음과 소리와 어우러지면 어디에도 마음이 닿이질 않아 서성거림이 재발될 터라 아무래도 어디론가 떠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정감을 찾아서. 살가운 가을 날이 나붓이 들어서는 어느 날 가을 미소가 담긴 편지를 받았다. 간결한 문장을 한 편의 시처럼 달필로 쓰신 글을 건네받았다. 연서를 받은 것 같은 잔잔한 울림이 마음을 흔든다. 몇 해 전에도 열렬한 독자이심을 자처하시며 좋을 글을 위한 후원을 아낌 없이 보내주셨는데, 다시금 두 번째 팬레터를 전해주신 것이다. 매주 ‘행복한 아침’을 구독하시면서 스크랩까지 하시노라고, 언감생심 과분한 팬사랑을 받아온 것임을 숙고하고 있는 터이라서 위안이 되기도 하고 중후한 책무감 같은 만감이 교차한다. 유수한 세월의 흐름을 타고 인생의 가을로 접어들면서 따뜻한 권면을 받아든 감동이 이 가을을 더욱 충만하게 해줄것 같다. 언제나 긍정적이시고 온화하신 표정으로 해박함을 드러내지 않으시며, 그 어떤 무엇으로도 자신을 포장하지 않으신다. 절제된 표현과 솔직하신 충언으로 공감대를 만드시는 인격을 지니셔서 진부한 이야기나 예절없는 대화는 꺼내시지도 않으시는 분으로 부터 팬레터를 받은 것이다. 

글을 읽고난 후 글을 쓴 작가에게 고마음을 전하고 싶다거나 때론 찾아뵙고 싶은 분들도 있었지만 용기없음으로 하여 편지를 보내거나 찾아나선 적이 없는터라 참으로 미흡한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까지 전해주심에 몸둘바를 모를만큼 송구스럽다. 가을 이맘 때 무렵이면 우연하게 만난 독자분께서도 환대를 해주시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가을이라는 계절의 객기가 독자분들의 서정을 더 깊게 깨우고 있었나보다. 가을 애상의 잔향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음을 뒤울림으로 부추기며 목가적 정서를 쑤석대며 충동질하고 있었던 것 마냥. 마치 가을 바람에 깃발이 나부끼듯 글 쓰는 사람과 읽어주시는 분들과의 교분을 하늘하늘한 흔들림으로 마음을 열게해주고 마음을 나누도록 화려한 래드카펫을 깔아주고 있는 것 같다. 더 맑고 깊은 글을 길어올리라는 간절한 독려로 받아들이려 한다. 더 나은 글쓰기로 밖에 보답할 길이 없는 독자님들의 사랑에 가을을 핑게로 들뜨고 있는 심성이 나부죽대고 있다. 참으로 묘한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데도 가슴속 느낌은, 감정의 마지노선이 제어되지않는 울퉁불퉁으로 낡지도 않고 오묘한 설레임을 부추긴다. 가을이 들먹들먹 일렁이는 심중을 들여다보듯 감출 수 없는 감성의 흔들림을 어찌 다스릴까. 

감정이 퇴색치 않음으로 인한 노년의 결례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소신을 가진 글쓰기란 과단성있는 삶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삶 속의 결단성 있는 신념이 자리잡고 있아야 가능한 것이라는 논리를 우격다짐으로 접목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 당황스럽기도 하다. 노년을 각색하면서라도 탐하고 싶은 것은, 글을 읽어가는 동안의 평안과 이민자라는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글쓰기를 위해 정서적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믿음과 사랑, 소망을 품은 삶이어야 할 것이다. 글 쓰는 일이 없었다면 외로움도 더 컸을 것이고, 그리움도 농익어 폐기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다. 아름다움과 순수함의 효율성을 놓쳤을 것이요, 예술의 실용성을 아우를 줄도 몰랐을 것이다. 주변의 작은 행복들을 눈여겨 바라보는 시각조차도 점점 어두워졌을 것이고, 계절의 흐름도 계절마다의 아름다움에도 무심으로 흘러보냈을 것이다. 

하냥 무턱대고 살아가거나, 살다보면 살아지는게 인생이라지만 하루하루를 두 손으로 받들 듯 타오르는 촛불이듯 살아내고 싶은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 날들의 정염이 희석된 줄 알았는데 노구임에도 적잖은 부분을 지탱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에너지의 기원이 삶의 유용성을 깨닫게 해주었고 인생의 생존본능과 삶을 일깨워주는 중추적인 역활을 해왔기에, 추앙해도 될 존재성의 의미가 삶에 끼치는 은밀함을 누누히 알려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감사할 일이고 깨달았으니 누려야할 일이고, 이를 주춧돌삼아 예술적 유추로 유도해내며 독자님들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스스로를 향한 충고가 자글자글 끓어오른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을 잉여가치로 규정받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억눌림으로 단정해야만 한다는 용기도 불쑥 솟는다. 미숙된 글이긴 하지만 읽을 때 평안을 얻고 읽고나서도 오래도록 평안의 여운이 머무는, 미세하고 작은 부분까지에도 독자와 함께 공감하는 좋은 글을 남기고 싶다는, 당연한 의무감 같은 엷은 초조함이 일상의 주변에 그림자처럼 맴돌고 있다. 흠이 많은 글을 대하시면서 글을 읽어내는 동안의 의향과 구상까지 편지글로 보내주시는 분들의 인정어린 팬래터를 받는 행운을 얼마나 더 누리게 될까. 가을은 회상을 불러들이며 침묵을 배우게하는 계절이요, 다 내려놓고 비우며 외로워지려는 계절이라서 마음으로만 말하고 마음의 새김을 글로 옮겨가려 한다. 가을 하늘 만큼 맑고 푸르고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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