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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아침] 갸륵한 비명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8-08-25 20: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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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달을 조금 넘긴 어느 날. 오른 쪽 눈이 검붉은 핏빛으로 변해 거울을 보는 것 조차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피하게되고 세상으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아득함으로 마음이 한기들듯 추웠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가 크로즈업 되면서 가슴을 누르는 통증이 더 컸던 것 같다. 오전에 응급실로 들어가서 해그름이 되어서야 병원을 나왔다. 원인을 찾기 위해 뇌 단층촬영에서 안구내시경에 이르기까지 일곱분의 의사로 부터 다양한 검진을 받았다. 안과의사를 찾아가면 해결될 것이란 우둔한 엄마를 보다못해 서두르는 딸내의 등살에 떠밀려 각양의 세밀한 검사에 노출되면서 아나로그 시대도 아닌 조선시대쯤으로 떠밀려나 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었다. 공포스럽기까지 했던 시간들이 조용히 잠재워진다. 다행히 뇌혈관이 손상되기 전에 안압이 견디다 못해 핏줄이 터져버린 거란다. 아니, 난 지독한 저혈압인데, 이런일이 생길 수도 있구나. 이 날 이후로 바뀌기로 작정했다. 아니 세상이 이미 바뀌고 있었다. 기존으로 가지고 있었던 건강지식 따위는 얼마든지 사람의 일상을 정지시킬 만큼의 위력이 토네이도처럼 엄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응겹결에 터져나온 비명의 공포는 원상으로 되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상황이 눈 앞에서 전개되고 있음이요, 막다른 끄트머리에 당도한 당혹스러움과 한 발자욱만 앞으로 다가가면 소생불능의 낭떠러지가 보이고, 느껴지고, 비켜갈 수 없다는 명확한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숨막히듯 조여오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낯선 길로 이미 접어들어 버렸다는 초조함이 생각의 공간을 가득채워버렸고, 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러한 공포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삶의 모습을 바꾸어야지, 생의 관점 또한 새롭게 수정해야지라는 다짐을 거듭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세상이 달라보이고 평온한 삶을 동경하기에 이르게 된다.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안도의 한 숨을 쉬게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건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만난 순간의 갸륵한 비명을. 

시간이 약이었다. 흰동자를 점령하고 있던 붉은 빛이 하루하루 세력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평정이 찾아들고 생각의 줄기도 하늘 뜻을 찾으려는 묵상으로 접어들고 느림의 미학을 일상에 적용하리라 마음을 당긴다. 공포에 눌려있던 시간들이 남긴 여운이 이렇듯 감명일수가. 살이있음이 아름다운 선물임을. 붉어진 눈으로 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던 동안에도 주변에서 보내준 아름다운 관심과 사랑들로 다사로움을 전해주신 분들을 떠올리며 세상을 평안으로 꽃피울 씨앗을 뿌려가리라 마음을 묶는다. 이를 위한 묵상의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려 한다. 환한 맑은 빛이 스며든다. 청아한 새소리도 함께.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이 확연히 더 짧음을 인정하며  남은 날들을 주어진 소양의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건강의 적신호가 보일때면 쉼표를 찍고 쉬어가야지. 힘이 부치면 주변의 도움을 구하면서. 먼 훗날 내가 남긴 흔적들을 어떻게 평가받을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주어진 생을 부족한 소견으로는 올곧게 걸어왔기에 주위의 평가에는 마음 쓰지 않으려 한다. 평가를 의식한 발걸음이라면 꼭두각시의 놀음으로 전락할 수도 있겠거니와 본연의 모습이 와해된 부끄러운 각색이 필요할테니까.

 

순하고 여린 마음이어야만 드러나는 편안한 표정을 남길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고 세상이 질러대는 웬만한 비명에도 절망하지 않으며, 마음의 봄 날을 지켜내리라. 생을 통찰했다는 벙거지 같은 논리를 펴는 사람이 되지말아서 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쳐 세워가며 맑은 혜안을 열어가기 위해 생의 분깃점에서도 소홀치 않으리라. 생을 바라보는 눈 높이를 조절해 가노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열려지리라. 창조주와의 소통에 게으르지 않으려 노심초사 해온 신심과 이를 위해 묵묵히 따라와준 내 육신에게도 더는 소홀치 않으며 돌보아 주어야겠다. 회복된 눈동자에게도 깊은 감사와 따뜻한 환대를 보내게 된다. 심각했던 눈 앓이에서 벗어나면서 세상이 더 아름답고 다사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먹먹했던 시간들을 보내면서 그 동안 별다른 투정없이 묵묵히 노년의 길목에까지 함께 동행해준 육신의 부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게 된다. 고마웠던 마음을 전하면서 알뜰하게 챙기지 못했던 불성실에 대해서도, 미쳐 예기치 못했던 불상사마저 귀한 경종으로 전환의 기회로 받아들이게 됨에도 깊은 감사가 우러난다. 살아오면서 갸륵한 비명도 있을 수 있음을 늘그막에야 터득케 된 계기 또한 반가워 갸륵한 비명을 살푸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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