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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산산조각 난 이민가정의 꿈

지역뉴스 | | 2018-07-18 09: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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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계 일가족 휴갓길에 아버지와 네 딸 사망

친절하고 활기찼던 모범가정 비극에 온 주민 애도

중상 입고 홀로 생존 어머니 위해 20만달러 모금

뉴저지 주 인구 4만의 소도시 티넥의 아나스타시아 성당의 지난 일요일 미사에서 신도석의 마지막 줄은 비어있었다.

빈 벤치엔 다섯 개의 촛불과 세 개의 꽃다발이 놓였고, 의자의 등받이엔 일요일마다 이 자리를 채웠던 한 가족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지난 금요일 메릴랜드에서 여름 가족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던 중 델러웨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버지와 네 딸들을 추모하는 미사였다.

아름답게 가꾸어오던 아메리칸 드림이 산산조각 난 채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한 이민가족을 애도하는 자리엔 티넥의 시장을 비롯한 수많은 주민들이 참석해 너무나 성실했던 아버지와 너무나 밝고 활기찼던 네 자매를 기도와 눈물로 추모했다.

필리핀계 이민자 오디 트리니다드(61) 부부와 네 딸들 - 케이틀린(20), 다나(17), 14세의 쌍둥이 앨리슨과 멜리사 -이 탄 1998년형 도요다 시에나 미니밴이 델라웨어 주의 1번 국도에서 2007년형 포드 F-350 픽업트럭과 충돌한 것은 지난 금요일 오후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심을 잃은 채 중앙분리대를 넘어 역주행으로 달려든 트럭은 먼저 2002년 머큐리 세이블을 들이 받은 후 다시 머큐리를 뒤따라오던 시에나와 충돌했다.

왼쪽 뒤편을 들이받힌 세이블은 한 바퀴 돌며 경사면에서 멈췄다. 차가 크게 파손되지도 않았고 운전자 브라이언 컨(24)도 경미한 부상을 입었을 뿐이다. 트럭의 운전자 앨빈 허바드(44)와 30세 남성 동승자 역시 경미한 부상에 그쳤다.

그러나 트리니다드 가족의 참극은 엄청났다. 아버지와 네 딸들은 현장에서 숨졌고 어머니 메리 로즈(53)만이 중상을 입은 채 목숨을 건졌다.

델러웨어 주 경찰은 사고 발생 한 주가 지난 현재까지 사고 차량들의 운전자와 사상자들의 신원만 밝혔을 뿐 사고 원인은 아직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중상을 입은 어머니 메리 로즈까지 생존자들은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미니밴의 뒷자리에 타고 있던 네 딸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오디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으나 사망했다.

1986년 도미하여 미 해군에 입대했다 제대한 후 현재까지 우체국에 근무해온 오디 트리니다드와 맨해튼 마운트 사이나이 베스 이스라엘 병원 산부인과 간호사인 메리 로즈가 아름다운 네 딸을 기르며 가꾸어온 아메리칸 드림은 학교와 교회, 이웃 등 주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모범적인 이민가정이었다.

이번 사고 소식을 듣고 마이애미에서 날아온 오디의 동생 대니얼 트리니다드(59)는 끊이지 않고 밀려드는 애도와 위로에 너무 놀랐다고 말한다. “형님은 정말 패밀리 맨”이었다면서 그는 이번 여행도 그들 가족이 매년 지켜온 여름휴가의 하나였다고 전했다.

쌍둥이는 지난달에 토머스 제퍼슨 중학교를 졸업하고 테넥 하이스쿨에 진학할 예정이었으며 환경보호 등 보다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손녀들이었다. 마운트 세인트 빈센트 칼리지에서 어머니의 뒤를 따라 간호학을 공부하고 있었던 네 자매의 큰 언니 케이틀린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와 도와주던 든든한 ‘큰 언니’였으며,  테넥 하이스쿨의 A 학점 우등생인 둘째 다나는 가을부터 학교 대표 배구팀에서 뛸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명랑하고 친절하고 성실해 인기가 많았던 네 자매는 모두 배구에 소질을 보였다고 이들의 배구를 지도했던 코치 수지 시피라아노는 사고소식을 믿기 힘들어 했다.

지난 토요일 인근 보티 공원에선 학생과 학부모들, 친척과 친지들 200여명이 모인 추모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딸들의 친구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서 마련한 자리였다. 한 여학생은 “쌍둥이들은 3살 프리스쿨 때부터 나의 베스트프렌드들이었다. 그들이 작별인사조차 못 남기고 떠나야 했던 것은 내 생애 최악의 경험”이라며 시종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이들 가족은 필리핀 이민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필리핀 축제에선 민속무용을 공연했고 커뮤니티 자원봉사에도 늘 앞장섰다. 늘 친절했고, 잘 웃었고,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그 화목한 가정과 아름다운 딸들의 한껏 부푼 꿈들 - 이 모든 것이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고 형의 집 앞 꽃과 사진과 동물인형들이 놓인 추모대 옆에 넋을 놓은 듯 앉아있던 대니얼 트리니다드는 한탄했다.

남은 친척들에게 최우선 과제는 형수를 돕는 일이라고 대니얼은 말한다. 중상을 입고 홀로 생존한 메리 로즈는 몇 차례 수술을 거친 후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가 되었으나 충격과 고통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고통을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격려도 밀려들고 있다. 한 친구가 그를 돕기 위해 시작한 고펀드미 모금 캠페인에 대한 호응도 뜨겁다. 목표액 1만 달러를 훨씬 넘는 20만 달러가 모금되었다. 

대부분의 이민가족들이 그렇듯이 트리니다드 일가도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명철 때면 오디의 집에 모여 대가족 파티를 즐겼었다. “앞으로의 명절은 오랫동안 허전할 겁니다. 그들이 없는 명절은 같을 수가 없지요”라고 말하며 대니얼은 형의 가족이 메릴랜드 휴가지에서 전송한 마지막 사진을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사진속의 그들은 바닷가 노변식당에서 게와 프렌치프라이를 먹으며 활짝 웃고 있었다. 

교통사고로 산산조각 난 이민가정의 꿈
교통사고로 산산조각 난 이민가정의 꿈

오디 트리니다드 일가족이 일요일마다 앉아 미사를 드리던 성 아나스타시아 성당 맨 뒤 성도석. 촛불과 꽃다발이 놓인 벤치에 가족들이 휴가지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이 붙여져 있다.      <데이빗 디 델가도, 뉴욕타임스>

교통사고로 산산조각 난 이민가정의 꿈
교통사고로 산산조각 난 이민가정의 꿈

트리니다드의 집 앞에서 형님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을 들려주는 동생 대니얼 트리니다드.       <데이빗 디 델가도,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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