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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눈 빛 잔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7-09-02 21:21:42

김정자,수필,행복한 아침,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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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빛만 보아도 신의를 지킬만한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세월의 성상을 건너오면서 고개가 끄덕여지기 시작한다. 상대의 생각을 파악하며 대화의 흐름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기까지 비판과 정리를 수 없이 반복해 왔으리라. 갈등을 빚게될 상대는 아닐런지, 때론 의심을 갖고 눈 빛의 변화를 지켜보았을 것이고 무한 신뢰를 인정할 수 있는 눈 빛을 구별해내며, 불안한 눈빛이며 편안한 눈빛을 가려내는 경지의 기량이 적립되기까지, 이용 당하기도 했을 것이며 무시당하기도 하며 숱한 실패를 거듭해온 보람일 것이다. 우리 신체 중 유일하게 반짝이는 곳이 눈이다. 새로운것을 찾아내려는 욕구가 움직이면 반사적으로 눈은 더욱 반짝이며 빛을 낸다. 

눈빛 언어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의 확증은 편견이나 오류가 아닌 눈빛을 폄하하는 편향적 시각을 극복해야만 느끼고 소유할 수 있는 진귀하고 소중한 감성이다. 눈빛 언어란 눈으로 말할 줄 아는, 눈으로 언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감성을 지녀야만 영혼이 내뿜는 신선한 시선을 초월적 시공관에서 나눌 수가 있다. 심오한 마음의 소리가 깃들어있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축복이라 하고 싶다. 눈 빛 교감은 눈에 노출되는 기색이나 눈가에 맴도는 기운이 빛이나 조명에 따라 번지기도 하고 빛살에 반사되기도하면서 서로의 감정을 응집시키기도 하고 서로의 교류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눈 빛은 여러 감각과 감성과 감정을 품고있어 대화 중에라도 심리상태나 진정성이 반영되기도 하고 신체의 이상이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부끄럼을 타지 않는 도도한 눈 빛이라야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도구를 지녔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 보다 수줍음을 담은 듯 편안함이 깃든 눈 빛 잔영이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숨겨져있음도 가끔은 경험하게 된다. 

초면인데도 눈 빛을 찬찬히 바라보노라면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강한 인상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마주하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눈 빛, 바라만 보아도 신뢰로 가득한 눈 빛, 평안이 멀리로까지 끼쳐질 것 같은 눈 빛, 알 수 없는 아픔이 담긴 눈빛, 때론 선망으로 가득한 눈 빛들을 발견하게 된다. 수 없이 만나지는 눈 빛을 대응하면서 마주하는 눈빛들이 내 눈 빛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안정감이나 평안을 나눌 수 있는 눈빛이었으면 좋으련만 부지중에 상처가 되는 눈빛은 아니었을까. 눈 빛의 잔상에 대한 책무감 또한 중히 여겨야겠다는 마음이 우선 앞선다. 눈 빛은 거짓이 없다. 눈 빛으로 사랑을 하고 눈 빛으로 마음에 담긴 소망을 읽어내며 때로는 절망까지도 표현해내는 촉수의 움직임이 불가사의하다. 수 많은 눈빛들과 인연이 되어 눈 빛 속에서 세상이 움직이고 말하고 있다.

눈이 크지도 않고 눈매도 예쁜 편이 아니라서 눈이 시원스레 크고 예쁜 사람을 부러워하는 터다. 거울을 보고 눈을 크게 부릅떠도보고 눈을 동그랗게 떠서 크게보이는 시늉도 해보곤 했었지만 눈의 크기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지 오래다. 맑음이 서린 차분하고 평온이 깃든, 깊은 생각이 담긴 것 같은, 눈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눈빛이 고요하고 잔잔한 사람을 기대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웃을 땐 하훼탈처럼 눈이 감길 것 같은 할배 눈매가 되어버렸지만 처음 만났을 땐 상상하며 기다렸던 눈빛을 가진 사람이 내 앞애 서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 동안 꼼짝없이 서서 바라보기만 했던 사람이 반세기를 함께 살아온 길동무요, 아이들 아빠요, 손주들의 할아버지이시다. 눈 빛이 사람을 부를 수도 있구나. 눈 빛에 사람이 붙들릴 수도 있구나. 눈 빛으로 전달되는 미세한 감각의 인식능력이 마음을 묶어버린 것이었다. 눈 빛은 숱한 표현을 품고, 숱한 언어로 말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받아들이게 되었다. 눈만 예뻤어도 조금은 더 당당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지금도 유효하다. 당신이 가진 눈 빛을 찾았고 기다렸었노라고 감히 표현하지 못하고 긴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만고풍상이 만들어낸 에피소드로 치부하기에는 묵은 아름다움이 고귀하게 여겨진다. 눈 빛 잔상이 아득한 은하처럼 가마득하지만 추억의 담요를 두른 듯 아늑하고 훈훈하게 노구의 곁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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