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멈추었던 크리스마스, 사랑으로 다시 흐르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2-29 12:36:18

수필, 유ㅅ사라, 사랑의 어머니회 수필교실,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유사라 (사랑의 어머니회 수필교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늘 설렘이 가득한 날이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대하며 친구와 만나기로 했던 날, 친구는 약속 장소에 뜻밖의 사람을 내보냈다. 그 날이 남편과의 첫 대면이었다. 그렇게 만나서 우리는 결혼을 했고, 두 아이가 태어났다. 세월이 지나 결혼 25주년이 되는 해 크리스마스에는 은혼식을 멋지게 갖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8년 전 결혼 24년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던 아침, 은혼식을 치르자던 약속을 일 년 남겨두고 남편은 하늘나라로 떠났다. 3년 6개월간의 암 투병 중에도 늘 "걱정하지 마, 나 일어날 거야"라는 남편의 말을 굳게 믿고 안심하고 있던 나는 그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 

의사는 호스피스 병동을 권유했지만, 남편은 생의 마지막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겠다고 했다. 떠나던 날, 남편은 깊은 눈빛으로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 나 이제 쉬고 싶어" 라고 읊조렸다. 마주 보던 남편의 눈이 감기고 숨이 멎었을 때, 나는 2층 큰아들 방으로 다급하게 올라갔다. "아빠가... 아빠가..." 끝내 뒷말을 잇지 못한 채 아들을 붙들고 주저앉아 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남편은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내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면 늘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든든한 지지자였다.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는 부족한 자신을 만나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아주어 고맙다는 진심 어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약속에 철저했고, 시계바늘처럼 신용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했다. 그러면서도 주말이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예배 때는 힘차게 찬양하던 그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를 보내고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힘겨운 시간 속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스스로 다독였지만 내 인생의 시간은 그날 멈춘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걸어온 8년의 세월 속에 큰아들은 대학을 졸업했고 둘째는 2학년이 되었다. 혼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막막했는 데, 오히려 그 아이들 때문에 나는 버틸 수 있었다. 장례 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일상으로 돌아와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두 아들 덕분이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고마운 인연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유치원에서 함께 일했던 선생님이 스키장에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슈가 마운틴 스키장에 우리를 포함한 네 가족이 함께 캐빈에 머물렀다. 애틀랜타에서는 보기 힘든 눈을 보며, 커피 한 잔과 함께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날 처음 스키를 배운 아들이 스키장 높은 곳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환히 웃는 얼굴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빠 없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때면 쓸쓸했던 나 역시 행복감을 느꼈다. 그 후로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스키장을 찾곤 했다.

힘들 때 누군가 곁에서 지켜주고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늘 함께 해주었던 선생님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순간순간 힘겨울 때마다 주님은 늘 함께하셨고, 사람을 통해 위로를 주셨다. 주위에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되새겨본다.

이제는 나도 아이들도 멈춰 섰던 크리스마스의 기억은 접어두고, 사랑이 흐르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2026년을 맞는다.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엉뚱한 집 급습해 총 겨눈 FBI… 법원 “면책권 없다”
엉뚱한 집 급습해 총 겨눈 FBI… 법원 “면책권 없다”

9년전 애틀랜타 주택 오인 급습 사건법원 “피해가족, 정부 상대 소송 불가요원 상대 권리 침해 소송은 인정” 연방수사국(FBI)이 주소를 착각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애틀랜타의 한

브래즐턴 식수 끓여 마시기 권고령
브래즐턴 식수 끓여 마시기 권고령

식수원 저수지 펌프 고장수돗물 미생물 오염 가능성 브래즐턴 지역에 식수 끓여 마시기 권고령이 내려졌다.  브래즐턴 당국은 8일  식수원 중 한 곳인 베어크릭 저수지 펌프 고장으로

조지아 전역 13일부터 중간선거 조기투표
조지아 전역 13일부터 중간선거 조기투표

이달 30일까지…귀넷 13개소  내달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에 앞서 이달13일부터 조지아 전역에서 일제히 조기투표가 시작된다.이달 30일까지 실시되는 조기투표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는

더 세진 허리케인 ‘이사이아스’ 조지아 전역 영향권
더 세진 허리케인 ‘이사이아스’ 조지아 전역 영향권

주말 걸프연안 상륙…허리케인 경보조지아도 폭우∙강풍∙토네이도 비상 UGA-앨라배마대 풋볼경기도 차질  올해 첫 허리케인 이사이아스가 빠르게 세력을 확장 중이다. 이번 주말 조지아

“마약 예방,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마약 예방,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코야드, 맞춤형 예방교육 마무리 코야드 청소년마약예방위원회(COYAD)가 귀넷 카운티 검찰청과 협력해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CYF(COYAD Youth & Fam

어번 코리아코너, 가을 5K 달리기 성황
어번 코리아코너, 가을 5K 달리기 성황

장애인 체육 후원금 전달청소년 주도로 200여 명 동참 어번대학교 코리아코너(Korea Corner)가 주최한 연례 ‘5K Run & Walk’ 행사가 지난 3일 앨라배마주

[삶과 생각]  코리언 시니어 복지포럼
[삶과 생각] 코리언 시니어 복지포럼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 10월 2일 애틀랜타 한인문화회관에서 노인회( 채경석 회장 ) 주최 코리언 시니어 복지 포럼이 개최됐다. 애틀랜타 노인회가 야심차

[추억의 아름다운 시]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김영랑 "오 ㅡ매 단풍들것네"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듯이 쳐다보며"오ㅡ메 단풍들것네" 추석이 어느덧 지나가고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오ㅡ메

SMG, ‘AEP 킥오프 위로의 밤’ 개최
SMG, ‘AEP 킥오프 위로의 밤’ 개최

브로커 초청 행사서 ‘전인적 돌봄’ 선언  ‘괜찮다’고 삼켜왔던 부모 세대…이젠 우리의 보살핌 필요 SMG(서울메디컬그룹)가 연례 건강보험 정기 가입 기간(AEP·Annual En

갱단 연계 대규모 총기 밀매 조직 적발
갱단 연계 대규모 총기 밀매 조직 적발

메트로 애틀랜타 일대서 암약20명 기소∙총기1,500정 압수 메트로 애틀랜타 일대를 중심으로 갱단 조직과 연계해 암약하던 대규모 총기 밀매 조직이 연방수사당국에 의해 적발됐다.연방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