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가을엔 바람이 든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0-06 11:06:28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가을엔 바람이 든다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한국에 사는 지인이 페이스 북에 아주 짧은 글을 올렸다. 제목은 ‘그립다는 말 대신’

“나이가 들어가니 기억력이 떨어지는 걸 실감해요. 연락한 지 오래되어 전화번호가 기억나나 싶어서 안부 메시지 보내 봐요. 잘못 전달된 메시지이면 죄송하지만 무시해주세요.”

세월이 흘러도 감성은 늙지 않는 것일까. ‘그립다’는 말 한 마디에 초로 여인네의 마음이 단번에 꿰였다.

 

까마득히 잊었던 사람들의 안부가 왜 갑자기 궁금해졌을까. 출근길 싸늘해진 코끝 공기에 마음이 헛헛했던 걸까? 환갑을 넘긴 희끗희끗 센머리 남자가 지하철 입구 벤치에 걸터앉아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앞서 걷던 행인의 뒷모습에서 문득 잊고 있었던 누군가가 떠올랐을까. 아니면 강변 도로 물들어가는 가로수 사이를 지나다가 언뜻 세월의 무상함을 깨달았던 걸까. 

 

가을엔 바람이 든다. 계절이 빛을 바래기 시작할 때면 찾아오는 이 바람의 의미는 무엇일까? 마음을 과거로 달려 보내어 세월을 짚어보게 하는 이 바람. 내 생애 가장 빛났던 어느 한 때 내가 몰입했던 것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바람.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나쳤던 그 시절 추억 속의 풍경, 장소 그리고 냄새를 따라 달려오는 그 많은 이야기들. 그 기억 속의 나를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바람. 바람이 달고 온 추억은 누군가의 얼굴이 오버랩 되며 끝이 나겠지만, 속 바람든 무처럼 먹기도 버리기도 애매한 추억들은 아니니 얼마나 근사했던 내 인생인가. 

 

형광펜으로 밑줄 친 책 속 글귀처럼 빛바랜 잎사귀들이 눈길을 끈다. 가을바람은 남은 세월의 짧음을 생각하게 하는 마력도 있다. 지금부터 얼마나 더 살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면 스스로 놀란다. 인간지사의 거역할 수 없는 순리다. 그래도 살수록 느는 것도 있다. 지나온 생이 밋밋해서 한 서린 사연 하나 없는 것 같아도 추억은 쌓인다. 그래. 가을바람에 공중제비 도는 낙엽 한 장 보면서 떠올릴 얼굴 하나 품지 못했다면 그걸 어찌 인생이라 할 수 있으랴. 떠올리면 졸린 듯 눈이 절로 감기고 입 꼬리가 실룩 웃는 추억이 있으면 후회만 남은 인생은 아니지 않을까? 

 

바람 든 마음 때문인지 빈 속 때문인지 마음이 허하다. 이심전심 바람 든 내 마음이 통하는 친구 누가 없을까. 한동안 아팠던 친구를 불러내서 매콤한 굴 순두부 한 그릇 먹자고 할까. 먼 길 떠난 사람 잊지 못해 웃음기 잃어버린 지인을 불러낼까? 후식으로는 벽난로 멋진 카페에서 생크림 듬뿍 넣은 딸기 크레페에 헤이즐넛 커피 한 잔 나누어야지. 아니야, 어쩌면 따끈한 국화차 한 잔 사 들고서 오후 햇살 숲 그림자 길게 누운 공원 길, 막 물들기 시작하는 잎사귀들을 바라보며 혼자 산책하는 게 더 좋을 지도 몰라. 

 

가을에 바람이 드는 건 나만의 즐거움이다. 그 바람은 결국 나를 향한 것이었으니, 그저 가만히 내 속의 헛헛함을 들여다보자. 그리워하는 마음이든, 짧아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든, 혹은 그저 매콤한 순두부나 달콤한 크레페가 당기는 육체적 허기이든, 이 모든 바람을 탓하지 않기로 하자. 바람이 실어온 기억의 파편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아 본다. 내가 살아온 날들은 누군가의 안부를 궁금해 하고, 지나간 시절을 애틋하게 여기는 이 가을 바람기로 인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일 테니. 어쩌면 인생은 이렇게 바람이 들어야 비로소 근사해지는 것일까? 

 

이제, 나는 벤치에 앉아 바람 든 가을이 지날 때까지, 추억들을 오롯이 즐겨보기로 한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4)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4)

현역 군인 및 참전용사를 위한 쇼셜시큐리티 온라인 혜택과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 가이드24시간 my Social Security 포털 활용, VA 보훈 혜택 연계 및 부상 군인 신속

[신앙칼럼] 반지의 제왕,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The True Lord of the Rings,  로마서Romans 1:1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한 점 부끄럼 없는 의(義)"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한국인

애틀랜타 평통, 법무법인 성현 업무협약 체결
애틀랜타 평통, 법무법인 성현 업무협약 체결

법률지원 서비스 업무협약 법무법인 성현 최재웅 대표변호사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삼우빌딩 2층에 위치한 법무법인 성현 사무실에서 민주평통 애틀랜타 협의회(회장 이경철)와 법률지

조지아주 성인 영어읽기 능력 전국 39위
조지아주 성인 영어읽기 능력 전국 39위

동남부 이웃 주들에도 뒤처져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조지아주는 성인 영어 읽기 숙련도 부문에서 전국 하위권에 머물렀다.PIAAC 조사는 52개 주와 미국영에 거주하

여권 빼앗고 협박에 폭력까지…이주농장노동자 착취 조지아 고용주 등  기소
여권 빼앗고 협박에 폭력까지…이주농장노동자 착취 조지아 고용주 등 기소

조지아 연방검찰 기소장 공개4년여 간 H-2A 프로그램 악용1천여명 멕시코 노동자 모집공포분위기 속 임대료도 챙겨 이주 농장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착취와 폭력,협박 혐의로 조지아 고용

홈디포 공동창업주 조지아 최고부자 등극
홈디포 공동창업주 조지아 최고부자 등극

▪포브스 전국 400대 부호 선정 발표블랭크, 자산132억달러…전국 99위 홈디포 공동창업자인 애서 블랭크(사진)가 2026년 조지아 최고부자에 올랐다.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발

여론조사, 주지사는 잭슨, 연방상원은 오소프 우세
여론조사, 주지사는 잭슨, 연방상원은 오소프 우세

주지사, 잭슨 48% vs 바텀스 45%상원, 오소프 51% vs 콜린스 42% 11월 3일 중간선거를 7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지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 억만장자 릭

서양화가 김인순 개인전, ‘P Fine Art’서 개최
서양화가 김인순 개인전, ‘P Fine Art’서 개최

‘생명의 리듬과 심상의 산’ 조명내면의 생명력 담은 회화 선보여서양화가 김인순 작가의 개인전이 9월 15일부터 10월 9일까지 스와니에 위치한 'P Fine Art' 갤러리에서 개

가을은 축제의 계절…주말  스와니∙코리언 페스티벌
가을은 축제의 계절…주말 스와니∙코리언 페스티벌

내주엔 둘루스 페스티벌 스와니의 대표적 가을축제인 스와니 페스티벌이  주말인 19일과 20일 타운센터 파크에서 열린다.올해로 42번째를 맞는 스와니 축제는 ‘Once Upon a

로열트러스트은행 둘루스지점 그랜드 오픈
로열트러스트은행 둘루스지점 그랜드 오픈

CD 프로모션 진행 중 존스크릭에 본사를 둔 로열트러스트은행(행장 마이클 오닐)이 16일 둘루스에 두 번째 풀서비스 지점을 개설하고 그랜드 오프닝 및 리본 커팅 행사를 개최했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