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9-22 10:24:10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글쓰기라는 공통된 취미 때문에 처음 만난 순간에 늘그막 친구가 되리라 직감했었다. 안타깝게도 친구는 몇 년 전에 뇌졸중을 겪은 후 편마비로 불편한 일상을 지내고 있다. 거동이 어려우니 넘어지는 사고도 잦다. 이번에는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 준 사람은 친구의 남편이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안으로 들어섰다. 몇 달 동안 묵은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그가 아내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허리는 사진을 찍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자포자기 한 듯 누워만 있으려하는 아내를 보면 속상하다는 남편의 고자질에 자존심 상한 친구가 용수철 같은 반격을 가했다. 이 와중에도 신혼부부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 년 전 의식을 잃고 수술을 기다리며 병상에 누워 있던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내를 살려내려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쥐어짜냈던 친구의 남편이 지금 환하게 웃고 내 앞에 서 있다. 기적 같다. 아내의 병수발을 시작한 후 사업도 정리하고 간병에만 매달렸다. 아내가 하루빨리 병석에서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남편의 모습이 고맙기만 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친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근래에는 글 쓰는 꿈을 꾸다가 가위에 눌려 잠을 깨면 다시 잠들 수 없어 밤새 고생한다는 이야기였다. 

"내 평생 사는 동안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왜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걸까? 정말 다시 글 쓰며 살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듣게 될까 내심 기다렸던 말이었다. 문학을 전공했고 문인이 되기를 희망했었던 그녀의 심정을 어찌 모를까. 그러나 내 입에선 따스한 위로의 말보다는 얼음장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 글이란 게 누가 대신 써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누워만 있는 데 어떻게 글이 써지겠어? 정말 글이 쓰고 싶으면, 누워 있지 말고 일어나 앉아서 허릿심을 키우든, 컴퓨터 자판이라도 두드릴 수 있게 손목의 힘이라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오래 전 나도 생사의 기로에서 헤맸던 적이 있었다. 지인들의 흔한 위로와 주변의 진정성 없는 동정에 상처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핑계 같지만, 친구를 자주 찾아가지 않았던 건 바쁜 내 일상 탓도 있지만, 건강한 내 모습이 이 친구의 투병을 더 외롭게 하면 어쩌나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친구만큼 아파보았다는 동병상련의 경험을 빌미로 한 번쯤은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던 것인지 친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병문안을 마칠 무렵엔 침대 옆 의자에 옮겨 앉았다. 나를 배웅하는 친구의 얼굴에 마치 예전처럼 생기가 돌았다.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라.”고 했다. 그렇다. 땅을 짚지 않고서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 잠든 사이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가위눌림처럼, 불행은 예상조차 할 수 없이 삶을 덮치는 사건이다. 가위눌림에서 벗어나려면 꿈에서 깨어나야 하듯,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불행을 깨달아야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을 더 늦기 전에 알았으면 좋겠다. 

 

친구야. 지금 아무리 눈앞이 캄캄해도, 세상을 떠나야했던 사람들이 절실하게 살고 싶어 했던 순간이 바로 지금 아니겠나. 아무리 힘들어도 내 앞에 살 길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자. 오늘이 바로 내게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뉴스] 메트로시티 뱅크 합병 소식, 탈주범 50시간만에 잡힌 사연, 치솟는 메트로 애틀랜타 렌트비,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핫 뉴스에 한인단체 동정까지 (영상)
[애틀랜타 뉴스] 메트로시티 뱅크 합병 소식, 탈주범 50시간만에 잡힌 사연, 치솟는 메트로 애틀랜타 렌트비,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핫 뉴스에 한인단체 동정까지 (영상)

12월 첫 째주 애틀래타 이상무 종합 뉴스는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핫 뉴스부터 시작해서 탈주범 잡힌 기막힐 사연에 메트로시티 뱅크 합병 소식 등 다양안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만학의 열정...제2의 인생을 깨우다
만학의 열정...제2의 인생을 깨우다

허드슨 테일러 대학평신도 신학과정 마쳐스와니에 위치한 허드슨 테일러 대학교(총장 장석민 박사)가 지난 3일, 은퇴자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신도 신학 훈련과정’ 1학기 종강식

[신앙칼럼] 임마누엘 예수의 모략(The Conspiracy Of Immanuel Jesus, 이사야Isaiah 7:1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야 7:14) 이사야의 예언은 곧 하나님의 모략이며, 임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신은철 (상략)어머님 일생몸의 시간은 매일매일 반복된 시계 시간이었지만맘의 시간은 순간마다 새로운 삶의 시간,아침에 묻는 말씀 “오늘은 무엇을 배우지?”저녁에 묻는 말씀“오늘 배운

[행복한 아침]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김 정자(시인 수필가)       부지불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 버리고 마지막 달 12월 앞에 섰다. 마지막이란 말 앞에 서게 되면 언제든 숙연해 진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간의

GA 공화당 차세대 유망주 한순간 '나락'
GA 공화당 차세대 유망주 한순간 '나락'

19세 당 지도부 부비서미성년 성매매 시도 덜미공화당도 흔들...선긋기  조지아 공화당에서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던 인물이 미성년 성매매 덫에 걸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월마트, 조지아서 드론 배송 시작
월마트, 조지아서 드론 배송 시작

로건빌 등 6개 매장에서 배송 시작해최대 6마일 거리 이내 5분 만에 배송 월마트가 조지아 및 애틀랜타 지역에서 드론배송을 시작했다.애틀랜타 외곽에 위치한 6개의 월마트 슈퍼센터

한인부동산협회 송년모임...나눔실천
한인부동산협회 송년모임...나눔실천

4차 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 개최미션아가페 등에 4,000달러 기부  조지아한인부동산협회(GAKARA, 회장 샤론 황)가 4일(목) 저녁 6시, 스와니 ‘더 리버 클럽’에서 제4

근로자 사망사고 큐셀 한국시공업체 벌금
근로자 사망사고 큐셀 한국시공업체 벌금

OSHA,형원E&C에 2만달러 부과“직원을 질식사 위험에 노출시켜”  지난 5월 카터스빌 한화 큐셀 공장 2단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건을 조사해 온 연방안전보

"11년전 스노우마겟돈 악몽...더 이상 없어요"
"11년전 스노우마겟돈 악몽...더 이상 없어요"

GDOT, 올 폭설 대비 현황 공개 "브라인·제설트럭 등 만반 준비" 2014년 겨울 애틀랜타를 마비시켰던 소위 스노우마겟돈(Snowmageddon)은 지금도 지역 주민들의 기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