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법무사
미국 내 한인 사회를 뒤흔드는 ‘비자 포비아’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다. 지난 9월 6일부터 시행된 국무부의 비자 규정 변경은 그 현실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모든 비이민 비자 신청자는 본국 또는 합법적 거주국에서만 인터뷰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제3국에서 예약을 잡아 수월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편법이 사라졌다. 그 결과 인터뷰 대기 시간이 긴 국가 출신은 장기간 신분 공백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학생이다. 조지아에 거주하는 한 유학생은 F1 비자 연장을 위해 본국에 다녀와야 했는데, 서울 대사관 예약 일정이 밀리며 한 학기 개강에 맞춰 복귀하지 못했다. 결국 등록금 환불도 어렵게 되었고, 체류 신분도 불안정한 상태로 수개월을 보내야 했다. 그는 “합법적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행정 지연 때문에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호소했다.
사업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애틀랜타 인근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교포는 출장 비자가 필요한데, 인도 현지 거래처와 계약 미팅이 잡힌 상황에서 B1 비자 대기 시간이 8개월 이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거래 자체를 포기해야 했다. 이처럼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 달, 두 달의 지연은 곧 기회 상실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특정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 이민서비스국(USCIS)은 현재 약 1,130만 건의 이민 관련 서류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OPT 연장이나 취업 허가를 기다리는 한인 청년들도 이 적체 속에 갇혀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 졸업생은 OPT 연장을 신청했지만 허가가 지연되면서, 이미 고용계약을 맺은 회사에서 출근일을 무기한 미뤄야 했다. 본인은 합법적으로 신청 절차를 밟았는데도, 서류 한 장이 늦게 나오면서 커리어 전체가 흔들린 셈이다.
여기에 더해 소셜미디어 검증 강화도 새로운 리스크다. 최근 한 유학생은 과거 한국에서 대학 시절 올린 시위 참여 사진이 인터뷰 중 문제로 지적돼, 추가 심사로 넘어갔다. 인터뷰관은 “정치적 활동 여부를 명확히 설명하라”며 서류 제출을 요구했고, 그 결과 수개월간 학업과 생활이 중단됐다. 단순한 개인의 기록이 체류 신분을 흔드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인 사회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분명하다. 첫째, 개인 차원의 대비다. 여권, I-20, 세금 보고서, 은행 거래 내역 등 체류 신분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단속 현장에서 몇 분 안에 신분을 소명할 수 있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둘째, 공동체의 연대다. 주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대신, 검증된 변호사 네트워크와 정보 공유 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괜히 나까지 피해 본다”는 침묵이 결국 모두의 불안을 키운다.
맞다. 지금의 비자 포비아는 추측이 아니라 팩트다. 규정 변경, 대기 시간 폭증, 행정 적체, 소셜미디어 검증 강화라는 네 가지 현실은 이미 우리 눈앞에 놓여 있다. 한인 유학생, 사업가, 근로자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건 공포가 아니라 준비다. 준비하는 자만이 불안을 이겨내고 살아남는다.







![[애틀랜타 뉴스] 메트로시티 뱅크 합병 소식, 탈주범 50시간만에 잡힌 사연, 치솟는 메트로 애틀랜타 렌트비,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핫 뉴스에 한인단체 동정까지 (영상)](/image/288808/75_75.webp)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image/288769/75_75.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