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보청기 친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8-01 08:45:14

행복한아침, 시인, 수필가, 김정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 정자(시인 수필가)    

 

마을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선 걸음이다. 산야는 여름 옷으로 갈아입고 눈 부시게 환한 햇살이 투망처럼 드리워져 성큼 다가선 여름 정점을 과시하는 듯 보인다. 상큼한 피클 볼 소리가 들려오는 지점에 이르렀는데 사방이 고요하다. 피클 볼 구장안에는 활기 넘치는 젊음들이 패기 있는 게임을 펼치고 있는데, 우주와 차단 되어 버린 듯 적막이 맴돈다. 갑작스런 청력 저하로 바깥 출입이 자연스레 줄어드는 대신 나무 그늘을 찾아 산책길을 나서곤 한다. 스피커가 낡으면 잡음이 무성해지기 마련이지만 청력이 낡아지면 무음 속에 갇혀버린다. 늙음이 빚어낸 낡음은 아니라며 부인해 보지만 아직은 낡지 않음을 대변하기 위해 보청기 도움을 받기에 이르렀다. 청력이 줄어진 덕분에 욕심 한 줄기를 내려놓고 보청기를 친구 삼으며 욕심 줄기를 하나씩 내려놓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 기어코 안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삶의 짓궂은 대본 앞에 늙음과 낡음은 다른 것이라고 새삼 우기며 남은 날들을 숙연하게 돌아보게 된다. 

 

 

청력 부재로 인한 오해는 셀 수 없이 많다. 미처 듣지 못함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 목록은 다양하다. 인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수근거림은 기본이다. 심지어 불편한 소리는 못들은 척 한다는 빈정거림도 한 수 거들고 나선다. 타인들의 대화 속에 나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해서 습관적으로 켰던 지식 콘텐츠가 서성거리기도 하고 꼬리를 무는 상상으로 혼자만의 시차 순응에 시달리기도 한다. 더 이상 너무 조용하지 않고 또렷하지 않게 들리는 세상을 호응하며 적응 중이다. 누구를 향한 것이든 뒷담화나 악담은 덜 들리고, 남의 허물 또한 덜 보이길 기도한다. 적응 하노라면 괜찮아지겠지. 이런 반복은 사라짐이 아닌, 받아들임과 익숙함에 관한 이야기로 되돌아 온다. 부메랑처럼.

 

 

보청기 효율성에 만족할 순 없지만 현대과학문명에 감사하며 여상 하게 일상 회복 중 이다. 오른 쪽 귀는 청력검사에서 이미 수치가 잡히지 않는 한계 수치 이하로 드러났다. 왼쪽 귀로 전해지는 주파수와 맞는 소리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이 매일매일 이어지고 있다. 소리와의 난해한 싸움을 끝내고 보청기도 내려놓고, 잠자리에 들면 밤 비행기에 앉아 밤 하늘을 날거나 무인 비행 물체 Drone을 원격 조정하며 한여름 초록 무성한 숲 위를 누비기도 한다. 생의 인터넷 지경 안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성능이 기존 보다 뛰어난 새 것으로 변경되는 것처럼 마음이 우르르 쏟아지면 깊은 감명에 잠기곤 한다.

 

매일 보청기를 알코올로 닦아주고 충전 시키는 일도 귀찮아지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저녁 식사에서 밥을 여러 공기를 먹는다 해서 내일은 먹지 않아도 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삶이란 것도 이미 알고 있듯이, 듣는 일이 불편하다는 일로 언짢은 시비에 노출되고 따돌림 당해도 별일 없다는 듯이 살아내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작은 결론으로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노구의 아낙은 이미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최소한의 민폐를 염두에 두고 그냥 저냥 생긴 대로 살자는 낙점을 붙드는 것으로 상책을 삼게 된다. 가식 적인 거품은 뺄 수 있는 만큼은 제대로 빼고 살기로 가닥을 잡는다. 거품이 제거된 삶의 구석구석이 제법 깔끔해 지고 있다. 다행이다. 흐르는 강물이 우리네 인생에게 끼치는 무한한 평안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인생 노정 길목 마다 에서 만나지는 우환들을 피하려고 또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보다 다 내려놓고 한 없이 낮아지는 길이 인간사의 지름길인 것을 깨닫고 순응하는 동안 은발이 백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갈수록 ‘사는 게 다 그런 거지’로 일반화 해야 견디기가 쉬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의 불행이 자신 행복의 땔감으로 불을 지피게 되는 일도 번번히 발생하는 것이 세정이 되어서는 아니될 터이지만 비웃음 이나 찬 웃음은 준비가 많이 필요치 않다는 지론이 득세 하고 있는 세상이다. 평안과 안녕은 인성의 오랜 숙성과 인내가 필요 한 것으로 손 닿기가 어려운 탓일 터이지만 어차피 살아가면서 깨달음 하게 될 것이다. 내 행복, 남의 행복 불문하고 행복과 불행 사이 골짜기에는 다행이 질펀히 깔려 있다. 행복을 다행으로, 불행을 다행으로 삼는 인생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두기로 했다.  

 

 

보청기 친구로 하여 하루하루가 한결 업 그레이드 되는 기분이다. 일상의 격이 높아졌다 고나 할까. 보청기 친구가 늘 동행해 주고 있다는 뿌듯함에 실려 가끔씩은 보청기 친구를 쉬게 해두고 외출을 할 때가 있다, 나만의 무음의 공간과 절명의 순간을 즐기기 위해. 마치 어린 왕자처럼 우주 속의 비밀스런 작은 속삭임을 알아차리고 슈퍼 캐치나 페어 캐치로 혹은 캐치 홈런을 시도해보려는 작정일 수도 있겠다. 설마 러닝 캐치 기회를   도모하거나 캐치프레이즈를 꿈꾸며, 러닝 캐치 기회를 도모하거나 모토로 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보청기 친구와의 영원한 동행을 체념으로 받아 들이며.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한인 도공 도자기 작품 감상하세요"
"한인 도공 도자기 작품 감상하세요"

8-17일 프라미스원은행 둘루스점 둘루스 허진스 아트센터((Hudgens Center for Art & Learning)에서 조은경 강사로부터 도자기 강좌를 수강하는 한인

새해부터 적신호 시 우회전 금지 시행
새해부터 적신호 시 우회전 금지 시행

애틀랜타 도심 지역 대상  새해부터는 애틀랜타 도심 등에서 운전 시 적신호가 켜져 있을 때는 우회전이 금지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애틀랜타 다운타운과 미드타운, 캐슬베리힐 등

빌보드 싱글 연말 결산서 로제 '아파트' 9위·'골든' 25위
빌보드 싱글 연말 결산서 로제 '아파트' 9위·'골든' 25위

'케데헌' OST 총 7곡 포함돼 열풍 실감…BTS 지민 '후' 57위앨범 연말 결산서 '케데헌' 13위·로제 112위…스키즈 128위·157위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

[추억의 아름다운 시] 우리가 서로 사랑 한다는것

김수환 추기경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나는 행복합니다.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나는 행복합니다.꽃이랑, 보고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아

스와니 미국 꿀벌 도시 지정돼
스와니 미국 꿀벌 도시 지정돼

꿀벌, 나비 등 수분 매개체 생태계 조성 스와니 시는 수분 과정을 돕는 생물체를 보호하고 건강하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서식지를 조성하는 데 헌신하는 지역 사회를 기리는 국가적 표

조지아 한인  AI이용 우울증 진단 연구 주목
조지아 한인  AI이용 우울증 진단 연구 주목

조지아 주립대 김영민 연구원온라인 게시글 언어패턴 연구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온라인상의 수많은 글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 신호를 더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한인 연구원이 진

조지아 민주당”내년엔 우리가 다수당”
조지아 민주당”내년엔 우리가 다수당”

공화강세 오코니-클라크 지역 보궐선거서도 주하원1석 추가  조지아 민주당이 주의회 다수당 지위 회복을 위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9일 실시된 오코니-클라크 지역 주하원 보궐선거에

[애틀랜타 뉴스] 한국 월드컵 대표팀 애틀랜타 직관 가능성, 조지아 호프 장학금 제도 변경, 출생 시민권 위헌성 심사 소식에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핫 뉴스 (영상)

12월 둘째 주 애틀랜타 이상무 종합 뉴스는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소식부터 애틀랜타 한인동포 사회의 동정까지 전해드립니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 애틀랜타에서의 직관 가능성,

전문가들이 분석한 2026년 주택 시장 전망
전문가들이 분석한 2026년 주택 시장 전망

모기지 금리↓, 주택 가격은 소폭↑판매량은 늘고 지역 양극화 전망해 내년 주택 시장은 어떻게 될까.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중요한 여러 요소, 즉 금리, 가격, 판매량은 물론 흥미로

UGA 총장관저 개발계획 크게 줄였다
UGA 총장관저 개발계획 크게 줄였다

개발사, 주민 반대로 수정안 호텔규모 축소·위치도 이동최종승인 여부 아직 불확실  조지아 대학(UGA)역대 총장 관저로 사용됐던 고택 ‘프레지던트 하우스’ 부지에 대규모 호텔을 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