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수필] 타 타 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7-21 10:24:47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타 타 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유학 왔던 조카가 삼 년 동안 사귄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했다. 먼저 한국에 계신 그의 부모에게 알렸다. 학위를 받고 나면 귀국할 것으로 기대했던 부친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결혼 계획이 틀어졌다. 가족들을 이해시키고 허락을 받고 결혼하자는 조카의 말에 상대방도 마지못해 동의하는 것 같았다. 

결혼허락이 점점 지연되는 동안, 교제하던 중에 몰랐던 사실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알려 주었던 생활환경이나 가족력 및 학력 등 많은 것들이 거짓이었다. 하지만,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조카는 어린 나이에 이민 와서 힘들게 사느라 생긴 열등감 때문이라며 상대를 감싸주었다. 자신 만큼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라며, 주위의 만류를 꿋꿋이 버텨내는 조카 덕분에 결혼전선에는 변함이 없는 듯했다. 

한국에서 생활비 송금을 끊어 버렸다. 그때까지 안정된 직업이 없던 조카가 생활에 쫓기기 시작하자, 상대의 본심이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혼을 통해 금전적 풍요로움을 좇으려는 그의 허영심과 낭비벽을 뒤늦게 깨달은 조카는 결혼을 조금 미루자고 했다. 그러자 상대가 모습을 감춰버렸다. 갑자기 사라진 그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상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그 후 조카는 결혼이 깨진 것을 슬퍼하기 보다는, 상대를 가장 잘 안다고 믿었던 자신의 무지를 자책하느라 한동안 침울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안다'는 것의 의미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다. 누군가를 잘 안다고 할 때, 그의 무엇을 안다는 것일까? 이름, 나이, 직업을 아는 것일까, 아니면 그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습관과 말투를 아는 것일까? 사실 그가 깊은 밤 혼자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는 알 수 없다. 정작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그에 대한 내 생각과 내 느낌을 믿는 것이니 결국 내가 만든 평가와 편견을 믿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수 년 전에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테네시 주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독거 노인이 도움을 청했다. 먼 거리라 안전 운전을 고려해서 택시를 불렀다. 그의 택시회사 이름에 걸맞게 번개처럼 달려온 기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 여섯 시간의 거리를 왕복하는 동안, 그의 형편을 알게 되었다. 노모와 두 딸을 돌보는 이혼남이라 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기특해서 팁을 두둑하게 주었다. 며칠 후 그가 모친이 만든 깻잎 장아찌와 고추 조림을 들고 찾아왔고, 그렇게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창백한 낯빛으로 그가 찾아왔다.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삼천불이 필요하다고 했다. 왜 하필 나를 택했을까 의아했지만, 그의 노모와 엄마 없는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장에 체크를 써 주었고, 그 후 그는 사라졌다. 그가 노름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곳은 단골 미용실이었다. 카운터 위에 있는 택시 명함들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번개택시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원장님도 당했어요?” 되물었다. “안다”라는 것은 결국 내가 상대에게 부여한 환상일 뿐이었다는 것을 삼천불에 배운 셈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다르다. 가끔 나는 나 자신조차도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내 능숙함에 스스로 놀랄 때도 있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로 나의 낯선 면을 알게 될 때 신기해서 혼자 웃기도 한다. 가수 김국환이 부른 '타타타'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랫말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네가 나를 모르는 데/난들 너를 알겠느냐/한 치 앞도 모두 몰라/다 안다면 재미없지/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그런 거지.” 

노래 마지막 부분에 마치 인생을 달관한 듯,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나오는 것 때문에 한 번만 들어도 쉽게 기억한다. 노래 제목인 '타타타'는 ‘여여(如如)’라는 불교용어다. 여여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보는 것, 즉 사사로운 의견이나 개인의 판단력에 상관없이 그 실체를 왜곡하지 않고 묵묵히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맞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침묵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것이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나누는 것이다. 그가 가진 정보나 눈에 보이는 환경을 통해 가늠하면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동행인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내 곁의 사람들을 조금 더 알아가려고 노력한다.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섣불리 규정하지 않으며, 늘 열린 마음으로. 타 타 타!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킬러’로 변신한 김다미…티빙 ‘고분고분한 킬러’ 내년 공개
‘킬러’로 변신한 김다미…티빙 ‘고분고분한 킬러’ 내년 공개

‘킬러’로 변신한 김다미…티빙 ‘고분고분한 킬러’ 내년 공개  배우 김다미, 조보아, 조아람, 남윤수, 김재욱(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각 소속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

주하원 공화 후보, 등굣길 여학생 상대 음란행위
주하원 공화 후보, 등굣길 여학생 상대 음란행위

42지역구 안드레 스태퍼드 후보 체포 조지아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가 이달 초 스머나 지역에서 등굣길에 나선 아이를 상대로 음란행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당

귀넷 교육청, 학교 작명 방식 전면 개편
귀넷 교육청, 학교 작명 방식 전면 개편

역사적 소외 계층·지역사회 반영 조지아주 최대 학군인 귀넷 카운티 교육청은 지난 10월 22일 회의를 통해 학교 및 시설의 명명 및 개명 방식을 결정하는 특별 위원회 신설 안을 승

UGA 10 중 8명 4년 내 졸업…전국 공립대 10위권
UGA 10 중 8명 4년 내 졸업…전국 공립대 10위권

정시졸업률 8년 새 15%P↑ 조지아 대학교(UGA)의 4년 정시 졸업률이 미 전국 공립대학교 가운데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UGA가 지난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UGA 학부

역대 최대 ‘쩐의 전쟁’ 주지사 선거…잭슨, 2억불 ‘훌쩍’
역대 최대 ‘쩐의 전쟁’ 주지사 선거…잭슨, 2억불 ‘훌쩍’

바텀스에 압도적 자금 우위지지율은 오차범위 내 접전 공화당 주지사 후보인 억만장자 릭 잭슨이 자신의 개인재산에서 2억달러 이상을 선거자금으로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지아 선거

귀넷 조기투표율, 메트로 애틀랜타 최하위권
귀넷 조기투표율, 메트로 애틀랜타 최하위권

27일 정오 27%...11개 지역 중 10위 중간선거를 앞두고 귀넷 카운티에서는  유권자 4명 중 1명 꼴로 조기투표를 마쳤지만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 중에서는 여전히 최하위권의

레이니어 아일랜드 '조명 축제' 11월 20일 귀환
레이니어 아일랜드 '조명 축제' 11월 20일 귀환

코스 확장, 입장권 차량 25달러 조지아주 연말 홀리데이 시즌의 볼거리 레이니어 아일랜드 리조트의 '매지컬 나이트 오브 라이트(Magical Nights of Lights)'가 확

조지아 중간선거 "밤 12시 전 결과 나온다"
조지아 중간선거 "밤 12시 전 결과 나온다"

라펜스퍼거 주무장관 귀넷 방문"밤 10시쯤 상위 판도 나올 것" 이미 215만 명의 조지아 주민들이 사전 투표를 마친 가운데 조지아주 선거 사무룰 총괄하는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무장

총기에 범행날짜까지…애틀랜타 고교 총격모의 3명 체포
총기에 범행날짜까지…애틀랜타 고교 총격모의 3명 체포

체로키고 대상 모의…10대  2명 등학교 건물 평면도 ∙ 방탄복도 준비FBI,온라인 위협글 발견 수사 착수  메트로 애틀랜타의 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총격을 모의한 혐의로 10대

COYAD, 청소년 약물 예방 캠페인 성료
COYAD, 청소년 약물 예방 캠페인 성료

학교 클럽 사례 발표·학부모 교육·미술대회 결합청소년·가정·지역사회 협력 네트워크 구축 강조 청소년마약예방위원회(COYAD)가 지난 25일 학교 클럽 사례 발표, 학부모 예방교육,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