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수필] 곰과 여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6-16 08:30:00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곰과 여우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천식 증상으로 위급해진 정 할머니를 응급실로 보냈다. 응급처치가 끝난 후 며칠 더 살펴보자는 의사 의견에 따라 일반 병실로 옮겼다. 사는 동안 많이 겪어본 상황이라며 곧바로 집으로 가겠다는 할머니를 겨우 달래서 이 삼 일만 있으면 퇴원할 수 있을 거라 안심시켜놓고는 돌아왔다. 

 

다음 날 오후, 할머니가 입원한 병동에 들어섰는데 “아 아 아 아 아!” 마치 깨진 유리 조각들을 밟은 사람이 지르는 것 같은 비명 소리가 복도에 울리고 있었다. 뭐 야? 언뜻 들어도 귀에 익은 음성이었다. 정 할머니였다. 숨이 딱 멎은 채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어제 내가 병실을 떠난 후부터 줄곧 소리를 지르고 있다는 게 간호사의 대답이었다. 어제 아침 입원할 때까지도 호흡이 힘든 것 외에는 말짱했었는데 하루 밤사이 뭐가 잘못되었을까? 

 

병실로 뛰어들다시피 하는 나를 본 할머니가 한순간에 비명을 딱 그쳤다. “할머니, 왜 그래요?” 물었더니, “집에 가고 싶어서 미친 척 했어.”라는 대답이었다. 그 앙큼한 발상이 귀엽기도 해서 처음엔 크윽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할머니의 계략은 집요했다. 내 뒤를 따라 들어온 간호사를 보자마자 또다시 돌변했다. 베개 밑에서 종잇조각을 꺼내더니 금괴라면서 손에 쥐어 주었다. 선물로 주는 것이니 잘 간직하라고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덜컥 겁이 났다. 저러다 정신병원으로 이송되면 어쩌려고 저런 생 쇼를 하시나? 

 

할머니가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나는 퇴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양로원에서 십 년 넘게 같이 살았어도 결국 남이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다른 주에 사는 할머니 딸에게 전화를 넣었다. 자초지종을 털어놓으니 “울 엄마 진짜 여우네.”하며 숨넘어갈 듯 까르륵 웃어 젖혔다. 당장에 할머니를 퇴원시키라고 병원에 엄포를 놓았는지 수속이 일사천리였다. 퇴원 서류를 읽어 보니, 항정신성 약물 처방이 들어있었다. 할머니의 할리우드 액션에 의료진 모두 깜빡 속았던 모양이었다. 양로원에 돌아오자마자 할머니는 내 집이 최고라면서 단잠에 빠졌다. 

 

엉뚱한 소리 같지만, 나는 노인들의 성품을 곰이냐, 여우이냐, 대략 이 두 가지로 나눈다. 15년 동안 양로원을 운영하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터득한 결과다. 물론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는 표현은 절대 아니다. 곰과 여우의 대조적인 생존 방식을 우리네 삶에 인용할 뿐이다. 곰은 묵직하다. 겨울잠을 자고 느릿느릿 세상을 맞이한다. 자연의 힘과 인내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여우는 민첩하다. 꾀를 부리고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선 지혜와 교활함으로 재빠르게 기회를 포착한다. 

 

양로원 노인들의 사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상황극을 벌인 정 할머니의 모습은 여우다, 하지만 할머니의 평상시 모습은 남을 돕고 양보하고 규칙도 잘 지킨다. 자신이 뭔가 필요할 때는 아양을 부리기도 하고, 가끔은 로또를 구입해 놓고는 백만 불 당첨이 되면 나눠주겠다며 호기를 부린다. 그런 모습을 보면 단연코 느긋한 곰의 모습이다, 허언일지라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그런 걸 보면 여우같은 정 할머니가 곰 같은 모습으로 사는 것이 가장 노년을 즐기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생존의 방식이 서로 다른 곰과 여우, 어느 모습이 더 좋은 삶일까? 곰처럼 느긋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현명할까? 아니면 여우처럼 재빠르게 기회를 포착하는 게 지혜로운 걸까? 노인들을 돌보는 직업을 갖고 사는 덕분에 그들의 모습에 나를 대입시켜볼 때가 자주 있다. 나는 곰일까? 여우일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어른  다움의 서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은 내 보이기 싫은 것들이 늘어난다는 말과 동의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름살, 흰머리, 아집, 애착이 은근히 자리 잡기 시작하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태권도 통해 '예'와 '인성'을 수련"썸머스쿨, 방과후 학교 인기 폭발  스와니 시청 옆에 위치한 김철회 태권도장(World Class Taekwondo)은 예와 인성을 중시하는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4일 발대식 열고 축제 준비 시작헨드릭슨 귀넷의장 명예 대회장 애틀랜타 코리안 페스티벌 재단은 4일 저녁 귀넷카운티 사법행정센터에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발대식을 개최했다.올해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미동남부 한인회연합회는 4일 둘루스에서 『미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2022년 홍승원 전 회장이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4년 만에 완간한 이 책은 연합회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정치·경제적 성과, 한인체육대회, 참정권 운동 등 6개 분야의 기록을 담았다. 출판기념회에는 박선근 초대회장, 김기환 현 연합회장 등이 참석해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최종 합계 6언더파 210타(73-70-67)로 우승8월 US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출전권 획득 커밍 출신의 14세 한인 소녀 카일리 정(Kylie Chung)이 3일 기량이 뛰어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FBI,제보자에 15만달러 90여명 1천만달러 피해 수년 전 대형 폰지 사기극을 벌인 뒤 사라진 귀넷 출신 남성 검거를 위해 연방수사당국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며 수사 수위를 높이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최근 비로 다소 완화 불구식수원 수위 아직도 낮아 최근 1,2주 사이에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를 비롯한 조지아 전역에 닥쳤던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이 진단

〈한인마트정보〉명품 소고기∙ 프리미엄 돼지고기…방학 맞은 자녀 건강 챙기기
〈한인마트정보〉명품 소고기∙ 프리미엄 돼지고기…방학 맞은 자녀 건강 챙기기

H마트스마트 카드 고객에게는 농심 신사발면12 EA 11.99, 농심 육개장사발면12 EA 11.99, 오징어채LB 15.99,수협 손질냉동가자미 USA LB 3.99,씨없는수박

[비즈니스 포커스] 제이로펌(J Law Firm) : "투명한 소통으로 한인 권리 지킨다"
[비즈니스 포커스] 제이로펌(J Law Firm) : "투명한 소통으로 한인 권리 지킨다"

복잡한 교통사고와 개인 상해, 언어 장벽으로 막막하신가요? 구글 평점 5점 만점을 자랑하는 스와니 제이로펌(정효선 변호사)이 100% 한국어 맞춤 대리로 해결해 드립니다. 한미 양국 정서를 완벽히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적당한 합의가 아닌 의뢰인을 위한 끝장 소송까지 불사하며 권리를 지켜드립니다. 조지아주 사고 발생 시 필수 초기 대응 지침과 현명한 대처법을 기사에서 바로 확인해 보세요.

[신앙칼럼] 다볼산의 기적 예수 (The Miracle of Mount Tabor, Jesus : 마태복음Matthew 17:1~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붉은 흙 위에 울리는 나지막한 음성앨라배마의 뜨거운 태양 아래, 버려진 돌조각들로 평생 기도의 정원(아베 마리아 그로토)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