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가장 자랑스러운 부름말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4-09 11:27:34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가장 자랑스러운 부름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모성애'를 주제로 하는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하던 한 젊은 여성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래,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싸해지는 존재가 바로 엄마다. 더구나 우리는 타국살이 아니던가. 내게도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는지라 그 감정에 백분 공감할 수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남달리 효심이 깊은 딸을 가진 그의 엄마가 내심 부럽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자신의 엄마라며 흐느끼는 모습에 전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애잔해졌다. 그러나 한번 터진 울음이 거의 통곡하는 수준에 이르자, 저러다 기절하는 거 아니야? 엄마에 대한 추억이 저 정도라면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 아닌가? 도대체 그 엄마의 일생이 얼마나 비참했기에 눈물바다를 만드는 걸까? 세상에 불행만으로 점철된 인생은 절대 없다고 믿는 내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사랑 중에 모성애만큼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헌신적인 모성애는 내 자식에게는 거의 본능적인 일이다. 그 희생을 그저 불행했다고 하는 것도 마땅치 않았지만, 엄마가 불쌍하다는 표현에 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불쌍하다’는 눈으로 판단하는 시각적 언어다. 만약에 내 딸이 나를 불쌍하게 여긴다면? 아, 그런 내 인생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가끔 한국 드라마를 볼 때면 의문이 들었다. 왜 가난으로 고생한 엄마는 지극한 헌신이라 치켜세우고, 늘 감동적 이야기로 미화시켜 눈물을 자아내지? 반면 사회적 지위나 재력이 있는 엄마는 부정직하고 갑질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왜 그러는 걸까? 모성애가 존중받는 이유는 엄마가 겪은 가난이나 고난 때문이 아니라, 한 여성의 무한한 희생과 헌신의 존엄성 때문이어야 마땅하다. 

 

어릴 적엔 눈에 보이는 상처 때문에 무작정 울음부터 터뜨린다. 나이가 들면 그 상처가 가진 보이지 않는 의미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복경호우(福輕乎羽)라는 말은 “새털보다 가벼운 것으로도 마음먹기에 따라 스스로 행복을 찾는다.”라는 장자의 말씀이다. 그렇다. 그 새털 같은 행복만 있어도 불행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엄마다. 엄마의 불쌍했던 모습을 기억하며 울기보다는, 불행 속에서도 자신을 길러낸 헌신의 가치와 의미를 자녀들이 자랑스럽게 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 딸에게 나는 어떤 엄마였을까.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 봐도, 언제 어디서든 아이 때문에 내가 하고픈 것을 포기했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분명 희생적인 엄마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동안 엄마로서 했던 모든 일은 최고의 헌신이었다고 믿는다. 이기적인 모성애라 할 수도 있었지만, 엄마로서의 해낸 내 인생의 한 부분이 사회적 고정관념 때문에 미화되거나 폄하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장성하고 나니, 제각기 자신의 삶을 즐기는 하나의 존재로 살아간다. 서로 기쁨과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 삶의 만족감도 점점 커진다. 지금까지 살면서 엄마로서 얻은 그 많은 행복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아이들 덕분에 얻은 호칭 “엄마'는 내 평생 받은 명칭들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부름말이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뉴스] 애틀랜타 성인물 소비 1위 도시 선정, 월드컵으로 애틀랜타 단기임대 숙소 급등, 해외송금 10만달러로 제한, 조지아의 다양한 뉴스부터 애틀랜타 한인 사회 동정까지! (영상)
[애틀랜타 뉴스] 애틀랜타 성인물 소비 1위 도시 선정, 월드컵으로 애틀랜타 단기임대 숙소 급등, 해외송금 10만달러로 제한, 조지아의 다양한 뉴스부터 애틀랜타 한인 사회 동정까지! (영상)

12월 둘째 주 애틀랜타 이상무 종합 뉴스는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소식부터 애틀랜타 한인 동포 사회의 동정까지 전해드립니다. 맞춤형 성인물 소비 1위 도시로 선정된 애틀랜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8] 구르는나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8] 구르는나무

이성열 사막을 가로질러 기어가듯이데굴데굴 구르는 나무를 보고비웃거나 손가락질하지 마어떤면에선 우리의 삶도거꾸러져 구르는 나무 같지짠물 항구도시 인천에서 태어나아버지를 따라 무논과

자동차 장기 융자, '84개월 할부의 두 얼굴'
자동차 장기 융자, '84개월 할부의 두 얼굴'

자동차 할부 1/4이 72개월 이상네거티브 에퀴티 문제 유의해야 자동차 딜러십에서 "차량 가격은 걱정 마세요. 월 페이먼트를 원하시는 금액에 맞춰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GSU, 새 야구장 곧 착공…새 스포츠 명물 기대
GSU, 새 야구장 곧 착공…새 스포츠 명물 기대

구ATL-풀턴 스타디움 부지2026년 가을께 완공 목표  조지아 주립대(GSU)가 구 애틀랜타-풀턴 카운티 스타디움 부지에 추진 중인 새 야구장 건설 공사가 곧 착공된다.GSU는

[행복한 아침]  겨울 안개

김 정자(시인 수필가)       이른 새벽. 안개에 둘러싸인 도심은 마치 산수화 여백처럼 단정한 침묵으로 말끔하고 단아하게 단장 되어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만상은 화선지에 색감을

대큘라 HOA 주민에 벌금 40만 달러 부과 논란
대큘라 HOA 주민에 벌금 40만 달러 부과 논란

마당의 낙엽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 등 귀넷카운티 대큘라의 한 서브디비전 HOA((주택 소유주 협회)가 마당의 낙엽을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총 40만 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

'올해의 교사' 출신 교사, 학생 구타 혐의 해고
'올해의 교사' 출신 교사, 학생 구타 혐의 해고

폭행교사 해고 후 체포 조지아주 록데일 카운티의 전 '올해의 교사'가 13세 학생을 신체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학생 측 변호인단에 따르면, 코니어스중학교 멜빈 맥클레인 교사

교통위반 웨이모 처벌…조지아는 ‘회색지대’
교통위반 웨이모 처벌…조지아는 ‘회색지대’

잇단 스쿨버스 추월사례 불구규정미비로 솜방망이 처벌만 애틀랜타에서 운행 중인 웨이모 자율주랭차량의 잇단 정차 중 스쿨버스 추월 사례로 교통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를 규제하거나

택배물건 훔치던 청소년에 총 쏜 집주인
택배물건 훔치던 청소년에 총 쏜 집주인

무력 정당성 놓고 논란 확산 애틀랜타의 한 주택단지에서 택배물건을 훔치려던 청소년 두 명이 집 주인이 쏜 총에 맞아 부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재산 보호를 위한

애틀랜타 월드옥타 송년회로 한 해 마무리
애틀랜타 월드옥타 송년회로 한 해 마무리

스타트업과 차세대 육성으로 명성이사장 리처드 한, 차세대 애나 유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 애틀랜타지회(회장 썬 박)는 11일 스와니 엔지니어스(N-GINEERS) 사옥에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