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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1-08 13:40:10

리 혹스테이더 칼럼,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벼랑 끝에 선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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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다. 유럽 국가들의 출산률이 뚝 떨어진데다 대륙의 동쪽 켠에선 피비린내나는 전쟁이 한창이다.

지금 유럽의 자유 민주주의는 우익 포퓰리즘 운동으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을 구성하는 27개 회원국 가운데 7개국은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극단주의 정당에 의해 운영된다. 유권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20대 유권자들의 불만이 치솟는 상황이라 극우 정당의 집권 추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층은 이민제한, 취업난과 주택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에 불만을 터뜨린다. 한 마디로 생활수준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데 대한 분노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독일마샬펀드의 알렉산드라 디 후프 셰퍼 회장 대행은 최근 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공공 서비스와 풍요로운 경제, 낮은 에너지가격을 보장해주는 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생활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되어 있다”고 말했다.

유럽대륙은 오랫동안 독일과 프랑스에 의존해 자신의 의지를 행사하고 나아갈 바를 정했다. 하지만 이 두 주축 국가는 통치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독일과 프랑스의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정당이 각기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 모두 건강한 시민의식이 급속히 약화되는 증상을 보인다. 프랑스는 지난해 네 명의 총리가 교체됐다. 의회의 균열상으로 미뤄 보아 몇 주 전에 새로 선출된 총리 역시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단명에 그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독일 여성 1인당 출산자녀 수가 1.4명으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보도됐다. 유엔이 ‘초저’ 출산율로 간주하는 기준에 간신히 턱걸이 한 셈이다. 의심의 여지없는 암울한 이정표이긴 하지만 자유낙하중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출산율만큼 충격적이진 않다. 유럽이 사회안정, 후한 복지혜택과 광범위한 번영 등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과거의 안락함을 잃어비릴 것이라는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약탈적 위협이 방위비 지출을 밀어올리고 공공재정을 압박해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하면서 이런 느낌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위축된 군을 현대화하고 러시아 억제를 위한 방위비 분담금을 늘여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럽 지도자들은 기대하기 힘든 경제 성장, 이미 과도한 수준인 세금의 추가 인상, 정치적 자살행위인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축소에 의존해 돈을 마련해야 한다.

냉전 이후 유럽이 이처럼 위협적인 안보환경에 노출된 적은 결코 없었다. 지금 유럽 전역에선 요란스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모스크바가 유럽 대륙 곳곳에서 사보타지, 프로파간다, 선거방해 등 하이브리드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트럼프가 백악관 귀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워싱턴의 전후 안보 약속이 그 어느때보다 허술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웨덴 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에 겁을 집어먹고 2세기 동안 유지되어온 중립국 지위를 포기한 채 지난해 나토에 가입했지만 최근 “위기 혹은 전쟁의 경우”라는 책자를 만들어 각 가정에 발송했다. 여기에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도 유사한 지침서를 내놓았다.

스웨덴 정부가 발간한 책자는 “우리의 힘을 약화시키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테러리즘, 사이버공격과 허위정보 캠페인 등이 사용되고 있다”며 “이런 위협에 맞서 우리는 굳건히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유럽의 다른 곳에 위치한 나토회원국인 발트 공화국들은 호전적인 러시아의 조준경에 이미 노출된 상태라고 확신한다. 이들은 자국 경제에서 방위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미국보다 더 높게 잡을 계획이다. 남부에서는 루마니아와 몰도바가 러시아 소행으로 보이는 대대적인 선거 개입으로 곤경을 치른 바 있다.

과다한 규제와 인구 노령화 및 일손 부족으로 발목이 잡힌 유로권은 경제 성장전망에서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에 크게 뒤지고 있고 이같은 차이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기업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주가지수인 스톡유럽 600은 올해 간신히 6%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미국의 S&P 500 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두 지수는 2024년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활기찬 미국 경제와 0.8%의 우울한 성장전망이 나온 빈사상태의 유로존 경제의 차이를 반영한다. 

지금 유럽은 강력한 비전을 지닌 지도자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이 필요로 하는 지도자의 요건을 두루 갖춘 인물로 한때 각광을 받았으나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총선에서 대패한 후 평가절하됐다. 내홍이 끊이지 않는 연정을 이끌었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자기 색깔이 없는 정치인으로 다음달 연방선거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후임자로 유력시되는 까탈스런 보수 정치인 프리드릭 메르츠는 경제 부양은 고사하고 연정 파트너들의 분열을 봉합하는데 급급할 것이다.     

유럽이 지닌 리스크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인들 사이의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지정학적 먼지더미 속에 남겨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제국주의적 욕구를 유지하기 위해 전시 경제 체제를 구축한 러시아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이 무기력한 대륙에서 따먹기 좋은 잠재적 속국을 보게 되는 것 역시 유럽이 당면한 리스크다.

<리 혹스테이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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