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 “내년 10월 시행”
전국 175개 자산 100억 이상 대형은행 대상
은행들 반발 소송·트럼프 2기 출범이 ‘변수’
연방 정부가 대형은행들의 ‘초과인출 수수료’ 상한선을 5달러로 확정했다. 대형은행들이 ‘수수료 장사’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소비자들을 착취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현행 평균 35달러인 수수료를 5달러로 대폭 낮춘 것이다.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12일 이 같은 내용의 규정안을 확정했다. 이번 규정은 오는 2025년 10월1일부터 시행되며, 적용대상은 자산이 100억 달러 이상인 은행과 신용협동조합으로 웰스파고와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들을 포함한 전국 175개 은행이 그 대상이다. 금융보호 당국은 “일반적으로 고객에게 부과되는 수수료 35달러에서 상당히 절감된 금액”이라며 “초과인출 수수료를 내는 가구는 연간 225달러를 절감할 수 있으며, 전체 소비자들은 연간 5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과 인출은 은행 잔고보다 많은 금액을 결제할 때 은행이 부족분을 대신 내주고 이후 고객이 상환하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NSF 피(Non-Sufficient Funds fee) 또는 오버드래프트 피(overdraft fee)라고 불리는 이 수수료는 평균 35달러로 단기 대출 성격이 짙지만, 대출 관련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다. CFPB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 2019년 초과인출 수수료 부과로 총 126억 달러를 벌었으며, 현재까지 연간 90억 달러 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
로히트 초프라 CFPB 국장은 “너무 오랜 기간 대형은행들이 법적인 허점을 악용해 미국인들의 예금 계좌에서 수십억달러를 인출해 왔다”며 “이번 규정은 과도한 수수료를 단속하고, 대형은행들이 초과인출 대출에 부과하는 이자율을 솔직하게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대형은행의 과도한 초과인출 수수료는 근면한 미국인들이 앞서 나가는 것을 가로막았다”며 “이번 규정은 가족들에게 진정한 안도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당국은 대형은행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상한선을 설정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지난 1월 CFPB는 초과인출 수수료를 제한하는 계획을 최초 공개하며, 수수료를 3·6·7·14달러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부 은행이 때로는 30달러가 넘어가는 과도한 초과 인출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을 냈고 취약한 미국인이 타격을 받았다”며 “은행은 이를 서비스라고 하지만, 나는 착취라고 부른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당국의 초과인출 수수료 규제안에 대해 은행연합회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행인연합회(ABA)의 회장인 롭 니콜라스는 “당국은 엄격하게 규제되고 투명하게 운용되는 은행 수수료를 악마화하는 것을 다시 한번 우선시하기로 했다”며 “정부의 가격 통제는 결제할 돈을 충당할 다른 옵션이 거의 없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거의 어려워지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CFPB는 수수료 상한선을 설정할 법적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은행협회의 회장인 린지 존슨은 “CFPB의 조치는 법적인 권한을 노골적으로 넘어선 것”이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한 대형은행들이 당국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일 예정인 데다 금융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예정인 만큼 CFPB의 규제가 제대로 이행될지 현재로는 확언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전문가는 “소송이 당국의 규제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가능성 있는 옵션이 될 것”이라며 “차기 공화당 정부를 통한 입법과 소송 등의 움직임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