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은 간에서 만드는 담즙이 배출되는 통로인 담관에 발생하는 암이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쉽지 않아 생존율이 낮고 재발이 잦다. 5년 생존율이 30%도 되지 않아 췌장암 다음으로 가장 낮다. 문제는 담도암을 조기 진단하는 정확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조기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표준 검사인 혈중 CA19-9 검사 진단율은 70%에 그치고 있다. 진단 시점에서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30% 정도에 불과하고 예후(경과)도 좋지 않다. 그런데 담도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 기술이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엑소좀’활용 액체 생검 기술 개발
담도암 진단 정확도 93%로 기존보다 1.3배 높아
방싱민ㆍ조중현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임형순 교수 연구팀과 함께 엑소좀을 활용해 담도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분비되는 30~100nm(나노미터ㆍ10억 분의 1m) 크기의 ‘세포 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ㆍEV)’다.
담도암 표준 확진법은 췌담도 내시경검사에서 조직을 떼내 검사를 시행하는 침습적 방법이지만 진단율이 낮아 검사를 반복해야 하는 등 단점이 많았다.
액체 생검 기술은 체액에서 종양 표지자를 검출해 암을 진단하는 비침습적 기술로 암 조기 진단이나 조직 검사로 확진이 어려운 암 분야에서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담도암 역시 액체 생검 연구 필요성은 높지만 특이 표지자가 없어 개발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도암이 의심되는 환자 담즙에서 특이적인 종양 표지자를 도출하고 담도암을 더 정확히 진단하는 액체 생검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먼저 담도암에서 발생하는 종양 표지자를 알아보기 위해 정상 세포와 담도암 세포에서 추출한 엑소좀을 비교했다.
암에서 유래한 엑소좀은 암세포를 대변하는 단백질ㆍ핵산ㆍ지질을 함유하고 있기에 액체 생검을 통한 암 진단을 위해 최근 각광받는 생체 물질이다.
연구팀은 담도암 유래 엑소좀에서 MUC1ㆍEpCAMㆍEGFR 단백질의 발현이 높은 것을 밝혔고 세 단백질은 실제 환자 조직에서도 많이 발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어 엑소좀에서 발현하는 단백질을 분석하기 위해 하버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FLEX(fluorescence-amplified extracellular vesicle sensing technology) 센서 칩 기술을 활용했다.
FLEX 센서 칩 기술은 정상세포와 암세포 유래 엑소좀이 섞여 있는 체액에서 암세포 엑소좀의 광학 신호만 증폭해 분석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엑소좀 분석 기술은 수천~수만 개 엑소좀이 존재할 때만 검출 신호를 얻을 수 있었지만 FLEX 센서 칩 기술은 소량의 엑소좀만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또 반도체 생산 기법을 사용해 대량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환자 담즙에서 엑소좀을 추출한 후 FLEX 센서 칩 기술을 사용해 3가지 표적 단백질 발현을 분석했고 실제로 양성 질환 환자보다 담도암 환자의 담즙에서 표적 단백질이 더 높게 측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한 액체 생검 진단 기술은 기존 진단법보다 정확도가 높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액체 생검 진단 정확도는 93%로 동일한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혈액검사(69%)와 췌담도 내시경 조직 검사(71%)보다 우수했다.
조중현 교수는 “이번 연구로 담도암 진단 표지자를 발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방법보다 높은 진단 정확도를 자랑하는 액체 생검 진단 기술을 하버드대 의대와 함께 개발할 수 있었다”며 “연구팀은 검사 정확도를 검증하고 환자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담도암 환자의 담즙과 혈액을 이용한 액체 생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Science(IF 17.521)’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