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아닌 출생지 중심
노벨상 홈페이지에 한국 출신 수상자가 3명으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수상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번에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전부였는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구일까.
15일 노벨상 홈페이지엔 한국 출신의 첫 번째 노벨상 수상자로 1987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고 찰스 J. 페더슨(Charles J. Pedersen)이 소개돼 있다. 그는 미국 듀폰사의 잭슨 연구소에서 일하던 중 1967년 고리 모양의 분자 계열인 ‘크라운 에테르’라는 유기화합물을 발견한 공로로 20년이 지난 1987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페더슨의 자기소개글에 따르면 그는 대한제국 시절이던 1904년 10월 부산에서 태어났다. 노르웨이 출신 선박 기술자였던 부친이 한국에서 일하던 중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무역 사업을 하려던 일본인 여성을 만나 페더슨을 낳았다. 그는 8세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당시 한국에 외국인 학교가 없어 일본으로 건너가 학창시절을 보냈다.
페더슨은 아버지의 권유로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데이튼 대학교에서 화학공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뒤 MIT에서 유기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듀폰사에서만 42년을 재직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후 2년이 지난 1989년 작고했다.
노벨상 수상 당시 페더슨의 국적은 미국이었지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국적이 아닌 출생지를 기준으로 그를 한국 태생으로 분류했다. 노벨상 창설자인 알프레드 노벨이 후보자의 국적을 고려하지 말고 상을 주라는 유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수상자의 국적 대신 출생지와 수상 당시 거주지 또는 소속기관, 수상 이유 등만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