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베테랑' 속편…류승완 감독 "성공의 '재탕' 원치 않았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베테랑'(2015)은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을 향해 물불 안 가리고 돌진하는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의 이야기다.
가진 자 앞에선 법이 힘을 못 쓰는 현실에 분개하는 대중의 정의감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서도철의 캐릭터는 통쾌한 액션과 어우러지면서 환호받았다. '베테랑'은 1천34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대중에게 사랑받은 '서민 영웅' 서도철이 9년 만에 돌아왔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베테랑 2'에서다.
이번에도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은 전작에서처럼 범죄자를 잡는 게 삶의 낙인 열혈 형사다. 장윤주, 오달수, 오대환, 김시후 등이 연기한 강력범죄수사대 멤버들도 옛 모습 그대로다.
그러나 이야기는 전작과 사뭇 다르다. 전작이 대중의 정의감을 여과 없이 대변했다면, 이번 작품은 대중에게 무엇이 정의인지 질문을 던진다.
'베테랑 2'는 대학교수가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 제자를 성폭행하고도 처벌받지 않은 교수에 대한 사적 제재라는 점에서 여느 살인 사건과는 다른 것으로 드러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누군가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때마다 그를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그렇게 지목된 사람이 연쇄적으로 살해당한다.
서도철은 사람을 죽이고도 겨우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흉악범의 신변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까지 맡게 돼 자괴감에 빠진다. 그러던 중 정의감에 무술 실력까지 갖춘 젊은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강력범죄수사대에 합류한다.
'베테랑 2'에서 강력범죄수사대가 추적하는 연쇄살인범은 개인적인 욕심이나 원한이 아니라 나름의 정의감으로 흉악범을 처단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선악의 대립 구도는 선명하지 않다.
여기에 정의란 무엇이냐는 질문이 들어선다. 전작처럼 선악의 대립 구도가 명확하다면 질문을 던질 여지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전작보다 이야기가 깊어졌다.
재벌을 향해 돌진하는 공권력을 그린 전작은 통쾌하긴 해도 기득권자가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진지하게 현실을 직시하려고 노력한다.
류 감독의 장기인 액션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강력범죄수사대가 불법 도박장을 덮치는 오프닝 장면은 이 영화가 펼쳐낼 남다른 액션과 유머를 예고한다.
선우가 범죄 용의자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벌이는 격투와 강력범죄수사대 멤버들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펼치는 난투극도 에너지가 넘친다.
올해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베테랑 2'는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해 본격적인 흥행몰이에 나선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잇달아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류 감독은 9일 시사회에서 '베테랑 2'가 천만 영화인 전작과 다른 느낌을 주는 데 대해 "성공을 '재탕'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속 시원한 해답을 하나 가지고 가는 것보다는 함께 토론할 만한 질문거리를 가지고 극장을 나서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118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