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성 수막염 걸려 세상 떠나"
세계 3대 기타리스트
그래미상 8번 수상·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 올리기도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제프 벡이 10일(현지시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벡의 공식 웹사이트는 11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깊은 슬픔 속에 벡의 가족을 대신해 그가 사망했음을 알린다"면서 "벡은 갑작스러운 세균성 수막염으로 어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와 함께 3대 기타리스트로 일컬어지는 벡은 1944년 영국 웰링턴에서 태어났다.
1965년 밴드 '더 야드버즈'(The Yardbirds)에 합류해 '하트 풀 오브 소울'(Heart Full Of Soul), '아임 어 맨'(I'm A Man) 등 다양한 곡을 발표했으나 1년 만인 1966년 탈퇴했다.
이후 벡은 하드 록, 재즈, 펑키 블루스,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을 선보이면서 호평받았다. 생전 그래미상을 8번 수상했으며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2번 이름을 올렸다. 음악 잡지 롤링 스톤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에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대표적인 싱글 곡은 1967년 발표한 '벡스 볼레로'(Beck's Bolero)로, 지미 페이지와 존 폴 존스 등 기타 거장도 이 곡에 참여했다.
벡은 세계적 테너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팝스타 메이시 그레이, 크리시 하인드 등 수많은 보컬리스트와 협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록 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로드 스튜어트와는 1968년 발매한 음반 '트루스'(Truth)에 이어 그다음 해 공개된 음반 '벡-올라'(Beck-Ola) 작업도 함께 했다.
1973년에는 베이시스트 팀 보거트, 드러머 카민 어피스와 함께 그룹 '벡,보거트 앤 어피스'(Beck, Bogert and Appice)를 결성, '스위트 스위트 서렌더'(Sweet Sweet Surrender)를 비롯한 명곡을 내놨다.
먼저 세상을 떠난 기타리스트 레스 폴을 위한 음반 ' 로큰롤 파티'(Rock'n' Roll Party·Honoring Les Paul)도 인기를 끌었다.
영국의 전설적 밴드 '비틀스' 음반 대부분을 담당하며 '다섯 번째 비틀'이라고 불린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 팀을 이뤄 1975년 '블로 바이 블로'(Blow by Blow), 1976년 '와이어드'(Wired) 등 명반을 탄생시켰다.
AP는 음악계가 그의 사망 소식에 추모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헤비메탈의 시초로 여겨지는 밴드 '블랙 사바스'의 토니 아이오미는 트위터에서 "제프는 정말 좋은 사람이자 아이코닉하며 천재적인 기타리스트였다"면서 "제프 벡과 같은 사람은 또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한편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 제프 벡의 별세 소식에 국내 음악인들도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12일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SNS에 제프 벡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서 "누구도 그렇게 연주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그 이외에는 그렇게 연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편히 영면하소서"라고 썼다.
작곡가 윤일상 또한 SNS에 "수없이 많은 영감을 준 존경하는 뮤지션 제프 벡 선배님의 명복을 빈다"고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그는 "'자신의 경쟁자는 자신뿐'이라는 명제를 몸소 실천해 온 최고의 뮤지션이자 기타리스트"라고 덧붙였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는 일반적인 기타리스트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의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며 "아주 진한 색깔의 블루스와 재즈까지 폭넓게 구사했던 아티스트"라고 추모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블루스 밴드인 신촌블루스의 기타리스트 이정선은 2010년 제프 벡의 내한 공연을 관람했던 기억을 연합뉴스에 들려줬다.
이정선은 "외계인 보듯이 봤다. 인간이 아니었다"며 "죽어라 하고 노력하면 닿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우리 차원이 아니었던 분"이라고 고인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