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 만의 기록적 폭염…지표면 72도
중국에 닥친 기록적 폭염이 세계 공급망을 흔드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갑작스러운 전력난에 당국이 자동차 배터리·스마트 기기 생산 공장을 포함한 산업 시설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17일 중국 기상청에 따르면, 신장위구르자치구와 산시성, 장쑤성 등의 기온이 25일 연속으로 섭씨 40도를 넘겼다. 후베이성 주산시 기온은 13일 44도까지 치솟았고, 장쑤성 일부 지역의 지표면 온도는 72도를 기록했다. 쑨샤오 기상과학원 선임염구원은 “1961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길고도 강력한 폭염”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엔 기상 경보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 경보가 내려졌다.
쓰촨성은 이달 15일부터 6일간 모든 산업시설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계획 정전’을 실시 중이다. 사무실과 가정용 에어컨 사용량 급증에 가뭄까지 겹쳐 수력발전소의 전력 공급량이 달리는 탓이다. 쓰촨성의 기업 1만6,500곳이 사실상 강제 휴업에 들어갔다.
쓰촨성이 전기를 끊으면서 중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공급망 시장에도 타격을 안길 전망이다. 애플사의 애플워치·아이패드 생산 업체인 폭스콘의 청두 공장, 중국 최대 액정 패널 생산 업체인 경동방과기집단(BOE)의 공장이 당장 가동을 멈췄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계획 정전이 장기화하면 전 세계 스마트폰과 PC 납품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시장에도 먹구름이 꼈다. 테슬라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중국 CATL의 공장이 쓰촨성 청두시에 있다. 쓰촨성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액의 원료인 리튬의 생산 거점이기도 하다. 쓰촨성의 리튬 연간 생산능력은 27만4,000톤으로 중국 전체 생산량의 29%를 차지한다.
미국 CNN은 “쓰촨성의 정전 조치로 일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조치가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몇 주 내로 조치가 풀린다면 국내총생산(GDP) 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폭염에 가뭄이 겹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 수자원부에 따르면 15일 기준으로 중국 내 6개 지역의 83만 명이 물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충칭에서도 하천 7개가 바닥을 보이면서 27만 명이 식수 부족을 겪고 있다. 중국 주요 곡창 지대로 꼽히는 안후이성에선 주요 하천이 모두 말라 농업용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칭양현에선 지난 1~15일 누적 강수량이 1.7㎜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
마쥔 공공환경문제연구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폭염은 극단적 기후 변화의 결과”라며 “이 같은 이상 기후가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가 기후 재앙을 해소하지 않는 한 폭염이 중국 여름을 규정하는 ‘뉴 노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