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세계 1위 유지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랭킹 1위 애슐리 바티(호주)가 만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충격의 은퇴 선언을 했다. 바티는 2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테니스가 내게 준 모든 것에 감사하고,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며 떠난다”고 은퇴를 발표했다.
바티는 여자 테니스 최정상에 올라있는 선수다. 2019년 프랑스오픈에서 첫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지금까지 3년 가까이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는 윔블던에서 우승했고, 올해 1월에는 호주인으로 44년 만에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다.
메이저 대회의 잔디코트(윔블던), 클레이코트(프랑스오픈), 하드코트(호주오픈·US오픈)에서 고루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현역 선수는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미국)와 바티, 둘 뿐이다.
바티는 나오미 오사카(일본)와 함께 윌리엄스의 뒤를 이을 ‘차세대 테니스 여제’로 손꼽혔다.
호주오픈 우승 뒤에는 호주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호주 신문 ‘디 에이지’에 따르면 올해 테니스를 배우는 이 나라 어린이가 지난해에 비해 30% 늘었다. 바티의 우승 영향이다.
5월 열릴 프랑스오픈에서 개인 통산 4번째 메이저 우승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됐던 바티는, 그러나 돌연 라켓을 던졌다.
바티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인터뷰 형식의 영상에서 “나에게 성공이란, 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라면서 “절대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써버렸으며, 육체적으로 더 줄 것이 없다. 이 아름다운 테니스에 모든 것을 바친 나는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테니스에서 물러나서 다른 모든 꿈을 쫓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바티는 전에도 ‘번아웃’을 이유로 테니스를 잠시 그만 둔 적이 있다.
17살인 2013년에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 여자복식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를 모은 바티는 2014년 말에 갑자기 테니스를 그만두고 호주의 프로 크리켓팀에 입단해 화제를 모았다.
바티는 2020년에는 호주의 지역 골프 대회에서 우승해 ‘만능 스포츠인’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바티는 “테니스에서 은퇴한다고 내 입으로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전에도 테니스를 떠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느낌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바티의 은퇴 선언에 많은 테니스인이 아쉬워했다. 전 랭킹 1위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는 SNS에 “이제 뭘 할 거야? 골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거야?”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