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약탈·방화로 차이나타운 초토화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에서 친중국 성향 정부에 불만을 품은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 이어진 가운데 급기야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27일 CNN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날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내 한 마트가 시위대의 방화로 불탔는데 그 안에서 시신 3구가 발견됐다. 건물 경비원은 “3명이 같은 공간에 있었고 바닥에는 현금통과 돈이 떨어져 있었다”며 “시신이 매우 심하게 불에 타 중국인인지 현지인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솔로몬제도 경찰 대변인 데즈먼드 레이브는 “경찰이 사망자 신원과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24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폭동으로 치달으며 솔로몬제도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시위대는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관저로 몰려갔고, 차이나타운은 시위대가 저지른 방화와 약탈로 초토화됐다. 경찰이 최루탄과 경고 사격으로 대응했지만,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사흘간 체포된 시위 참가자는 100명이 넘는다. 솔로몬제도 정부는 26일 공무원에게 자택 대기를 지시하고, 시민들에게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인접 국가인 호주와 파푸아뉴기니도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하는 세력은 솔로몬제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말라이타섬 주민들이다. 시위에 직접적 도화선이 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실업난과 경제난이지만, 전문가들은 말라이타섬 주민들과 중앙 정부 간 누적된 갈등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소가바레 총리는 2019년 취임 이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공식 수교를 맺는 등 노골적으로 친중 정책을 펼쳐, 대만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지방정부의 반발을 샀다. 외세의 개입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미국은 지난해 말라이타섬에 2,5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고, 반면 중국은 중앙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제한하고, 말라이타섬 주민의 자결권을 존중하며, 말라이타 지역의 개발 사업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가바레 총리는 “이번 시위 배후엔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정부 결정에 반대하는 외국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위대의 퇴진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