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철도 붕괴 후 열차 추락해 100여 명 사상
생존 승객 "천둥소리 후 몸이 천장에"…목격자 "폭발인 줄"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3일(현지시간) 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지하철 추락 사고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참사였다.
밤 10시 30분께 지하철 12호선 열차가 멕시코시티 남동부 올리보스역 인근을 지나던 순간 고가 지지 기둥 하나가 무너지면서 고가철도와 열차 2량이 와르르 추락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23명, 부상자는 79명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고 열차에 타고 있던 마리아나(26)는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에 "큰 천둥소리가 들린 뒤 모든 게 아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열차 안엔 앉아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서 있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지하철이 추락하자 갑자기 붕 떠서 몸이 천장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한쪽은 바닥에 한쪽은 고가 끝에 비스듬히 걸쳐 있는 열차 안에서 15분가량 갇혀 있었고, 이후 한 승객이 유리창을 깨자 탈출을 시작했다고 마리아나는 전했다.
그는 "난 부상 정도가 심하진 않아서 다른 이들이 탈출하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근처에 있던 한 목격자는 멕시코 매체 밀레니오에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서 보니 흰 먼지구름이 보였다. 폭발이 일어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멕시코 방송 텔레비사에 "먼지가 잦아든 후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갔다"며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충격을 받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엔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과 친구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이들도 몰려와 애타는 심정으로 수색작업을 지켜봤다.
사고 열차에 탄 것으로 추정되는 여동생을 찾아 인근 병원들을 뒤지고 있는 헤수스 세구라 오소리오는 AP통신에 "여동생 이름이 사상자 명단에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발의 차이로 참사를 피한 이들도 있다.
직전 역에서 하차해 사고를 피한 마리라는 이름의 여성은 엘우니베르살에 "열차에 사람이 너무 많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차라리 내려서 걷기로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호세 마르티네스는 일이 늦게 끝나 사고 열차를 놓쳤다며 "15분 차이로 목숨을 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고 이전부터 고가철도가 불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하철 12호선 인근에 사는 리카르도 델라토레는 AFP통신에 지하철이 지날 때마다 인근 건물들이 흔들렸다며 "그것만으로도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멕시코 당국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