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체감 물가가 인상된 가운데 다음달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물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한인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LA항과 롱비치항에 수입 컨테이너 물량이 급증하면서 하역 작업 지연에 따른 추가 경비 규모가 커지면서 한인 유통업계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LA 한인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LA항과 롱비치항에 수입 컨테이너 물량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꺼번에 몰리면서 심한 하역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LA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지난달을 기준으로 LA항의 수입 컨테이너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3%나 증가했으며, 롱비치항 역시 12.5%의 하역 물량이 늘어났다.
100년 넘는 항구 역사상 가장 수입 물량이 많은 달로 기록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수입 컨테이너들이 몰리면서 하역 작업이 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한인 유통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하역 작업이 지체되면 지연에 따른 체선료(Demurrage)와 보관비 등 추가 경비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에 담긴 내용물에 따라 경비의 규모도 달라지는데 냉장이나 냉동 제품이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컨테이너 당 추가 경비가 통상 10~15% 정도 더 들어 간다고 보면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컨테이너 하역 작업의 지체 현상이 올해 말까지는 그대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그만큼 한인 유통업체들에게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쪽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출발해 부산항을 거쳐 LA항으로 들어오는 운송노선에서 최근 중국 출발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컨테이너 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웃돈을 주고 있어 추가 운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인 그로서리 마켓 사이에서는 한국 수입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LA항과 롱비치항의 하역 지체 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해소되지 않으면 한인 유통업체들이 공급가를 올리지 않고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한인 그로서리 마켓들이 추산하는 인상폭은 10% 안팎. 대상 제품들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 및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들로서 범위가 꽤 넓다는 게 한인 그로서리 마켓 관계자들의 말이다.
수입 제품의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인 소비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일 품목이 대폭 줄어들면서 정가에 구입해야 하는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체감 물가는 이미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인 그로서리 마켓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제품 아이템이 대폭 줄어든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객의 마켓 입장 제한을 두다 보니 세일 품목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인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하역 작업 정체 현상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적기에 물건을 공급하지 못한 것도 미안한 상황인데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것은 거래도의상 쉽지 않다”며 “이번 하역 작업 정체 현상이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