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나는 바보야'' 안다고 나대고…
대접받길 바라고…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김수환 추기경)
종교를 떠나서 김수환 추기경님은 우리 민족에 맑고 거룩한 영혼을 지니신 큰 어른이셨습니다. 세상을 떠나던 날 추운 날씨에 시골에서는 밤 기차를 타고 몇 시간 씩 장례행렬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천주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군인들은 휴가를 얻어 추기경님 큰 어른의 가신 길을 배웅했습니다. 평생에 낮은 곳을 살피시며 스스로를 '바보'라 책망하시고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는 70년도 짧았다고 부끄러워 하셨습니다. 가난한 공기 장수 어머니의 팔 남매 막내로 태어나서 신부가 되기 싫어서 꾀병을 앓기도하고 신학교 시절에도 학교에서 쫒겨나기를 기도했던 적이 있다고 고백하셨습니다. 방학 때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 가던 길, 창밖에 시골 동네에서 저녁 연기가 오르고, 온가족이 오손 도손 행복한 모습을 상상 해보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고백하셨습니다 .
우리 민족이 민주화 운동에 학생들이 수없이 죽어가던 때, 명동 성당에 그들을 감추고 경찰이 쳐들어 오면 ''나부터 잡아가라!'' 호통을 치시며 그들을 살려내신 맑고 거룩한 영혼을 지니신 추기경님은 조국이 힘든 시절 우리 조국의 민주화에 기둥이 되셨고 그 누구보다 ''이웃 사랑, 하나님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민족에 큰 어른이셨습니다. 종파를 초월한 민족 사랑, 하나님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추기경님은 어지러운 우리 조국에 길이 되시고, 마침내 길이 되시어 하늘로 떠나신 분, 삶 자체가 모든 이의 것이 었고 아픔과 시련 속에서도 더 맑아지시고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라''는 말씀을 우리 가슴에 새기셨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운 날…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기 힘든 날… ''나는 바보야'' 길잃은 인간들에게 길을 열어주신 민족의 큰 어른이 남겨 주신 ''나는 바보야'' 시집에 남기신 맑은 영혼의 얼이 인간의 참빛을 잃은 오늘을 사는 우리 마음에 어두운 세상을 밝힙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깨어 날수 있다 나는 행복합니다.
꽃이랑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
아기의 옹알거림과 자연속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는 귀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입
내 이웃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줄 수 있는
가슴을 지닌 나는 행복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성한 눈, 귀, 손, 발, 어느것에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것도 은혜입니다.
우리는 실의, 좌절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이런 실의, 고통은 내일의 희망이요,
시련을 겪는 겨울 나무는 귀한 재목으로 쓰입니다.
시련과, 고통은 오히려 내일의 희망이요,
오늘의 시련은 내일의 희망이요,
사랑만이 밝고 거룩한 영혼을 가슴에 새깁니다.
''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바보가 바보들에게 , 김수환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