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민경훈의 논단] 부통령이라는 자리의 득과 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27 17:48:12

민경훈의 논단,LA미주본다 논설위원,부통령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연방 헌법에 명시된 직책 중 평상시 가장 별 볼 일 없는 것이 부통령직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 유고시 그 자리를 승계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옛날 왕정 때 왕실의 최고 관심사가 ‘후계자와 예비 후계자’(Heir and Spare)를 생산하는 것이었던 것과 같은 원리이다. 스페어 타이어와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별 관심도 없지만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중차대한 임무를 맞게 된다.

부통령의 역할에 크게 실망한 사람은 첫번째 부통령이었던 존 애덤스였다. 오죽하면 그 자리를 “인간이 만들었거나 상상해낸 가장 하찮은 직책”이라고 불렀겠는가. 세월이 지나도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1933년부터 1941년까지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부통령을 지낸 존 가너는 이를 “따뜻한 오줌 한 통 가치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이렇기 때문에 명색은 행정부 제2인자 자리지만 여기서 바로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789년 첫 부통령이 탄생한 이후 2021년 마지막 부통령이 취임했을 때까지 49명의 부통령이 있었지만 이 중 대통령이 된 사람은 15명뿐이며 그나마 8명은 재임 중 대통령이 죽어 자동으로 그 자리를 승계했다. 제럴드 포드는 유일하게 대통령이 사임해 그 직을 물려받았고 자력으로 출마해 선거에서 당선된 부통령은 겨우 6명이다.

이중에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고 바로 부통령이 뒤를 이은 경우는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 마틴 밴 뷰렌, 조지 부시 4명 밖에 없고 리처드 닉슨과 조 바이든은 한 번 떨어졌거나 선거를 건너뛴 후 당선됐다. 제퍼슨의 경우는 애덤스와 당이 달랐기 때문에 부통령이 승계했다기보다 정권이 교체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1988년 부시가 승리했을 때 언론에서는 1836년 마틴 밴 뷰렌이 부통령에서 바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152년만에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대서특필했었다. 앤드루 잭슨 때 부통령이었던 밴 뷰렌은 이 일 말고는 역사책에 거의 거론되지 않는 인물이다. 부시도 밴 뷰렌도 한 번밖에는 하지 못했다.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왜 이다지도 힘든 것일까. 보통은 대통령이 두 번 하고 물러나기 때문에 3번까지 같은 당에서 집권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기 마련이다. 3번 연속 집권하려면 국민들이 집권당에 매우 만족한 상태라야 한다. 조지 워싱턴과 앤드루 잭슨, 로널드 레이건 때가 그랬고 그들 밑에서 부통령을 하던 사람들은 모두 당선에 성공했다.

올 해 선거에도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왔다. 전례를 보면 당선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없다. 역사적으로 그런 예가 드물 뿐더러  바이든 4년 치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별로 좋지 않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 때 9%가 넘는 인플레가 발생하는 바람에 서민들의 실질 임금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바이든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돈을 풀었기 때문인데 당시 위급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지 않았더라면 어떤 불황이 올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에 대한 책임을 묻자면 루저 도널드도 피해 갈 수 없다. 돈을 풀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이기 때문이다. 통화량 증가의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는 떠나고 바이든이 옴팡 뒤집어 썼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카멀라 해리스에게 힘든 싸움인 것은 분명하지만 유리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이 한 번만 하고 물러났기 때문에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덜하다. 그리고 부통령 자리가 워낙 실권이 없기 때문에 바이든의 실정 책임을 해리스에게 묻기 어렵고 사람들은 해리스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적으로 잘 모른다. 흑인과 인도계의 후손임을 내세워 바이든에서 떠난 소수계 표심을 얻고 중산층 지원안으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처음 나온 페어레이 디킨슨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해리스가 도널드를 50대 43으로 7% 포인트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전당대회의 축제 분위기가 반영된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독특한 선거 제도 때문에 전국적으로는 7%가 아니라 10%를 이겨도 아무 소용이 없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은 전국적으로 5% 포인트 가까이 이기고 총 유효표도 700만표나 많았지만 이는 승부에 상관이 없었고 애리조나와 조지아, 위스콘신의 4만표가 승패를 갈랐다. 올해도 별로 다르지 않다. 앞으로 남은 두 달간 두 후보의 행보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행복한 아침]   안녕 11월이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품고 있는 11월 끝자락이다. 가을이라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고 겨울이라 하기에는 어찌 이른 듯, 가을과 겨울이 맞

[한방 건강 칼럼]  테니스 엘보(Tennis Elbow)의 한방치료
[한방 건강 칼럼] 테니스 엘보(Tennis Elbow)의 한방치료

최희정 (동의한의원 원장) Q:  몇 주 전부터 오른쪽 바깥쪽 팔꿈치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왜 그럴까요?A:  팔꿈치에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팔꿈치 바깥쪽이

[신앙칼럼] 삶의 핵심(The Core Of Life, 마가복음Mark 8:27-3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 질문은 추수감사절,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는 현하, 감사와 성탄의 주인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직접 하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