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목사
미국 교회에서 가정 생활 세미나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람 가운데 빌 가설드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아직 미혼인 총각입니다. 사람들이 이 분에게 “당신은 한 번도 가정을 경험해 보지 않고서 어떻게 가정 생활 세미나를 할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이 분이 “나는 가정 생활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전적으로 객관적인 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고부 관계는 얼마든지 생산적이고 긍정적일 수가 있는 반면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고부 관계라고 하면 늘 부정적인 면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사실은 참 아름다운 고부관계,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고부관계도 우리 주위에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다행히 저희 가정은 그런 긍정적인 관계 쪽에 축복을 받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고부 관계의 긍정적인 사례는 어떤 것일까요? 대표적인 사례를 나오미와 룻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룻기 1:16-17에 보면 아마도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드렸던 고백 가운데 이보다 더 감동적인 고백이 있을까요? “룻이 가뢰되 나로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시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와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이처럼 시어머니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시어머니의 가슴 속을 푸근하게 만든 아름답고 감동적인 고백이 있을까요? 그러나 성경에는 아주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고부관계의 사례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창세기26:34-35에 나오는 리브가라는 여인의 사건입니다. 여기에 리브가와 그의 며느리드의 관계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의 아들들은 누구였습니까? 장자가 에서, 둘째가 야곱이었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장남이었던 에서의 아내 두 사람이 나옵니다. 유딧과 바스맛이라는 이름의 이방여인들이 있는데 창세기27:46에 보면 리브가가 이 며느리들에 대해 이런 고백을 합니다. “내가 헷 사람의 딸들을 인하여 나의 생명을 싫어하거늘 야곱이 만일 이 땅의 딸들 곧 그들과 같은 헷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취하면 나의 생명이 내게 무슨 재미가 있으리이까.” 여기서 “내가 헷 사람의 딸들을 인하여”라는 말은 히브리족속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서 며느리를 얻은 것이 아니라 이방 족속 가운데서 자기 며느리를 얻었다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부 관계가 어려운데 이질적인 이방문화 속에서 자라온 여인이 자기의 며느리가 되었을 때 그 고부관계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요.
실제로 제가 미국 목회를 좀 해 보니까 국제 결혼으로 미국 며느리를 본 시어머니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이 보았습니다, 한국 며느리 같으면 쥐어박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가슴만 앓다가 자살을 하고 싶은 그런 충동을 느끼는 시어머니들을 실제로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의 이 리브가의 심정을 이해할 수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며느리들과의 관계에서 리브가가 이런 고백을 남깁니다. “나의 생명을 싫어하거늘” 이 부분을 현대어 번역에 보면 “내 인생이 너무 피곤하여”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 리브가는 이 며느리들 때문에 너무나도 지쳐 있고 피곤하다는 고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