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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나라마다 봇물 터진‘센티내리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25 12:55:38

시론,윤여춘, 전 시애틀지사 고문, 센티내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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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TV를 보다가 눈이 휘둥그러졌다. 올해 일본의 100세 이상 노인(센티내리언)이 경로절(9월15일)을 기해 사상 최대인 9만5,119명으로 집계됐다는 NHK-TV(영어판) 보도였다. 지난 54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늘어났단다. 해마다 죽는 센티내리언들보다 새로 센티내리언이 되는 노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인구 10만명 당 76.5명이 100세 인생을 구가 중이라고 했다.

한국의 센티내리언들은 일본에 족탈불급이다.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는 이애란의 ‘100세 인생’ 노래가 10여년전에 히트했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센티내리언은 고작 8,929명(작년 8월말 기준)이었다. 2015년 3,159명에서 10년이 채 안된 기간에 3배 가까이 급속도로 늘어나긴 했다.

미국의 센티내리언들은 올해 10만1,000여명으로 추계돼 일본보다 6,000여명이 많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 6,200여만명 중 센티내리언은 0.2%이다. 백인이 77%로 절대다수고 흑인(8%), 아시안(7%), 히스패닉(6%) 등 소수계 센티내리언은 소수다. 미국 센티내리언들도 향후 30년간 42만2,000여명으로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연방 센서스국은 전망한다.

유엔 집계는 많이 달라서 올해 지구촌 전체의 센티내리언을 72만2,000여명으로 어림잡았다. 일본이 14만6,000여명으로 1위, 미국이 10만8,000여명으로 2위다. 그 뒤를 중국(6만여명), 인도(4만8,000여명). 태국(3만8,000여명)이 이으며 톱 5를 형성했다. 유엔은 30년 후 지구촌 센티내리언이 거의 400만명으로 늘어나고 중국이 76만7,000여명으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근거가 아리송한 데이터도 있다. ‘세계인구 분석(WPR)’이라는 한 조사업체는 지구촌의 센티내리언 탑5를 일본, 인도, 태국, 한국, 베트남 등 모두 아시안 국가로 꼽았다. 홍콩이 6위, 중국이 9위이다. 한명도 없을 것 같은 북한도 507명으로 탄자니아(578명)에 이어 19위에 올랐다. 세네갈과 토고 등 7개국은 달랑 1명씩으로 공동 106위를 장식했다. 미국은 순위에서 아예 빠졌다.

이애란의 노래처럼 한국인들은 너나없이 100세까지 살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5복의 첫째 복이 더 튼실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고전 서경에 나오는 인생의 다섯 복 중 첫째가 수(壽, 오래 사는 것)이다. 둘째부터 다섯째까지는 부(富, 부유하게 사는 것), 강녕(康寧, 건강하게 사는 것), 유호덕(攸好德, 덕을 베풀며 사는 것), 고종명(考終命, 고통 없이 평온한 죽음을 맞는 것)이다.

장수를 5복의 으뜸으로 친 사서오경은 2000여년 전에 나왔다. 평균수명이 40~50년에 불과했던 시절이다. 요즘 한국인은 거의 모두 장수 복을 점지 받고 태어났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38개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길다. 2위 스위스와 막상막하이고 1위인 일본의 84.5년에도 고작 0.9년 뒤진다. ‘인생은 환갑부터’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인생은 칠순부터’로 격상됐다.

현대판 5복이 사람들 입에 회자된 지 오래다. 건(健), 처(妻 또는 夫), 재(財), 사(事), 붕(朋) 순이다. 건강을 유지할 것, 서로 의지하고 아껴주는 배우자가 옆에 있을 것, 자식에게 손 안 벌려도 될 만큼 재산이 있을 것, 삶의 보람과 성취감을 추구할 적당한 일거리가 있을 것,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가질 것 등이다. 꼭 100세 인생을 염두에 두고 누군가가 지어낸 5복 같다.

나도 건강이 가장 중요한 5복임을 절감한다. 팔순 이후 다리가 무겁다. 이빨도 3개가 가짜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5복은 ‘事’(일거리)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 때울 일부터 궁리한다. 모든 예비 센티내리언들의 공통 고민일 터이다. 나보다 나이가 아래지만 은퇴 후에도 매주 화, 목요일 출근하며 주말에 낚시하러 가는 옆집 남자가 부럽기 짝이 없다.

<윤여춘 전 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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