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만 플라스틱도 반덤핑 조사
중국산 전기차에 ‘폭탄 관세’를 부과한 미국에 맞서 중국이 미국·유럽산 플라스틱 반덤핑 조사에 돌입하는 등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틱톡금지법’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갤러거 전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공화당)에 대해 입국 거부 등 제재 조치를 취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별 영향 및 대응 방안 등을 분석하는 로비스트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워싱턴DC 로비스트 업체들이 밀집한 ‘K스트리트’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상무부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대만에서 수입되는 플라스틱인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중국의 반격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SCMP는 “중국의 반덤핑 조사는 EU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보조금·반덤핑 조사와 미국 정부의 중국산 에너지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발표 이후 나온 것”이라면서 “중국과 외교적 긴장 관계인 일본과 대만도 조사 대상”이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외교부령을 통해 “미국 위스콘신주 전직 연방의원 마이크 갤러거는 최근 빈번하게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훼손했으며 중국의 이익을 침범하는 언행을 했다”며 이날부터 제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무역 전쟁의 전운이 짙어지자 기업들은 미중 양국 정부의 다음 행보를 점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세에 대한 기업별 대응책을 분석·조언하는 로비스트와 전문가 그룹의 보고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미 워싱턴DC의 전문 자문 회사 브런즈윅은 ‘미국의 중국 관세,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의 무역정책은 이제 경제적인 도구가 아닌 국가안보 도구로 확립됐다”면서 “이는 잠재적인 관세 조치에 대한 예상을 어렵게 만들고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별 전략 마련이 쉽지 않은 만큼 로비스트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로비스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각종 보고서가 쏟아지는 현 상황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 로비스트 수요가 증가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중국 관세가 K스트리트의 기회를 되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對中) 관세 조치에 대해 당장의 경제적 효과보다는 미중 관계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그레그 입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이번 관세 대상인 전기차·철강·반도체 등을 중국으로부터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를 폐지하기는커녕 외려 품목을 추가한 것은 미중 경제 디커플링이 되돌릴 수 없는 추세라는 강한 신호”라고 봤다.
이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 반도체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를 일부 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EU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역외 보조금 조사를 진행하고 태양광 공공입찰 등의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의 입찰을 차단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편 중국은 전날 국영방송사 소속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은 충분한 대응책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경제=윤홍우 기자>